▲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한국어능력시험 합격을 위해 필리핀 해외취입청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필리핀 노동자들. /사진=위영석기자 yswi@hallailbo.co.kr

○…한라일보는 지난 4월23일 창간 18주년 기획으로 '다민족 다문화사회 제주'를 보도한 이후 국제결혼 이민자가족과 코리안드림을 꿈꾸는 외국인노동자들의 현지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5월 동남아지역 최대 인력송출국인 필리핀과 베트남을 찾았다. 제주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이민자들에 대한 도민들의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도내 외국인노동자 1,460여명

 제주외국인근로자센터 등에 따르면 제주지역의 이주노동자는 공식적인 6백70여명과 예술흥행비자로 들어온 외국인, 각종 외국어학원 강사 등을 포함할 경우 1천4백60여명에 이른다. 이주노동자들은 연수생 자격으로 한국산업인력공단 등을 통해 입국, 중소기업분야와 선원, 축산·화훼농가 등에서 일하고 있는데 1년의 연수과정을 정상적으로 마치면 연수취업 비자로 바꿔 정식으로 취업할 수 있게 된다. 국적별로는 중국이 가장 많고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몽골 방글라데시 순으로 대부분 동남아지역에서 온 노동자들이다.

 우리나라 최대 인력송출국 필리핀과 베트남의 서민층들의 꿈은 3년만 고생하면 온 가족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한국행'이다. 한국동란 이후 한국 원조국이었던 필리핀은 정치불안으로 현재는 노동자들이 외국에서 벌어들이는 외화로 경제가 유지되는 후진국으로 전락한 상태다.

 마닐라 중심가에 위치한 필리핀의 해외취업청(POEA)에는 기자가 찾아간 5월16일에도 한국행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발을 디딜 틈조차 없이 북적였다. 실업률이 11%를 넘고 인구 8천만명 중 10%가 해외에 있을 정도다. 우리정부가 불법체류자를 줄이기 위해 산업연수생제도를 폐지하고 고용허가제를 도입한 지난 2004년 이후 한국행을 신청한 근로희망자만 2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주로 먹고사는 나라 '필리핀'

 해외송출을 전담하는 POEA와 같은 국가기관이 설립돼 있고 순조로운 정착을 위해 '출발전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해외이주로 먹고 사는 나라', '이주국가의 맹주를 꿈꾼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전세계 1백20여개국을 회원국으로 두고 원활한 이주를 지원하는 국제이주기구(IOM) 마닐라사무소의 이다 마에씨도 "해외 이주노동자들이 현지에서 기술을 배워 필리핀에 접목할 경우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면서 현재의 필리핀의 해외 이주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올해 4월 경기도 포천시에서 근무하다 불법체류자로 오인돼 강제출국된 탈라베라씨(39)처럼 체포과정에서 한국 출입국관리국으로부터 폭행 등을 당해도 해외송출국으로서 아무런 이의제기를 하지 못하는 등 문제점은 여전하다.

▲한국행 이후 베트남 현지 한국공장에 취업한 베트남인 그엉씨(왼쪽에서 네번째)가 취재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주브로커의 나라 '베트남'

 1992년 개방정책이후 동남아지역의 신흥개발도상국으로 급성장을 하는 베트남에도 '코리아드림'을 꿈꾸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 1994년부터 2004년까지 산업연수생 등으로 3만3천여명이 한국으로 들어갔다. 고용허가제가 실시된 2004년 이후에도 매년 1만6천여명이 베트남 국민들이 한국행을 희망하며 한국어능력시험에 응시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1만8천1백여명이 5월까지 한국으로 들어갔다.

 베트남이 필리핀과 다른 것은 하노이 등 8개 직업학교에서 직업교육을 통해 직종을 IT와 금세공 분야 등으로 고급화해가는 것이다. 즉 단순한 고용의 문제에서 벗어나 인력자원의 문제로, 국가발전의 자원으로 보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한국기업의 베트남 진출이 늘면서 한국에서 귀국한 노동자들이 한국계 현지회사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고 급여도 일반직장보다 많게는 4배 정도 많아 한국행은 그야말로 그동안의 베트남 생활을 한순간에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호치민 인근 한국 우성사료 베트남공장에서 중간관리자로 일하고 있는 그엉씨(한국명 김종필·32)는 지난 1997년 한국으로 시집간 누나의 초청으로 한국에 들어가 5천만원정도 모아 귀국해 성공한 케이스중 하나다. 이처럼 한국행을 원하는 국민들이 늘어나자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에서부터 단계별로 브로커가 개입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기도 하다. 현재 한국에서 불법체류자로 매월 1천달러씩을 보내주는 잡씨(24)도 한국행을 위해 7천달러가 들었다. 잡씨는 기존에도 1만4천달러가 넘는 빚이 있어 한국행을 결심했다.

문제는 '좁은 문과 뒷돈'

▲올해 4월 한국에서 근부하다 불법체류자로 오인돼 체포과정에서 부상을 당한 필리핀인 탈라베라씨.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 해외노동국 판 국장은 "고용허가제 따른 수수료는 7백달러정도이며 모든 나라에서 이주노동자의 문제가 없을 수는 없다"면서 브로커 개입을 반박했지만 한국을 다녀온 노동자들은 뒷돈이 적어도 2백만원에서 많게는 7백만원은 들어갔다고 하소연하 고 있다.

 필리핀과 베트남에서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인원은 연간 2만3천여명정도(필리핀 1만2천명, 베트남 1만1천명)다. 그런데 정치 불안과 만연한 후진국형 부정부패로 한국정부가 공식적으로 제안한 고용허가제 프로그램에 곳곳에 브로커가 개입하면서 뒷돈이 엄청나게 들어간다는 점이다. 고용허가제 응시조건으로 한국어능력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베트남에서는 응시인원이 1회당 8천명으로 제한되면서 여기서부터 브로커가 개입한다. 그리고 고용허가제 대상으로 등록된 후 명단이 한국으로 보내져 한국내 회사로부터 선택이 돼야 한국으로 입국할 수 있는데 대기자가 많아지면서 선택과정에서도 뒷돈이 들어간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국제이주기구(IOM) 하노이사무소 앤드류 브루스 소장은 한마디로 "베트남은 중계인의 나라"라고 단언하면서 "등록에서부터 심사 선발까지 급행료는 필수이고 서류를 접수한다고 해도 순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라일보 2007-06-04]
/위영석기자 yswi@hallailbo.co.kr

 ▶고용허가제란?  우리나라 국민들의 3D 업종 기피로 외국인력 수급이 불가피하게 되면서 정부도 지난 1991년 산업연수생 제도를 시행했으며 이 제도가 불법체류자 양산으로 이어지자 지난 2004년부터 고용허가제가 도입, 운용되고 있다.

 올해 외국인력 도입계획은 보면 제조업 6만9천3백명, 건설업 1만4천여명 등 모두 10만9천6백여명에 이르고 있다. 도입국가도 필리핀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사 스리랑카 몽골 등에서 올해는 캄보디아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중국 등으로 확대됐고 가장 많이 도입되는 국가는 필리핀과 베트남으로 각각 1만2천여명 내외다.

 특히 법무부는 불법체류자를 예방하기 위해 내년부터는 숙련자들을 대상으로 지정송출제도를 운영, 선별적으로 일시 귀국후 다시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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