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권뉴스 2007. 6. 14]      최덕효(대표 겸 기자)
'제20차 전국노점상연합대회' 대학로, 시청 앞서 열려

서울시가 “홍콩 등지에서 볼 수 있는 깔끔한 노점상 거리를 조성해 관광명소를 만들겠다”며 노점관리대책으로 내놓은 시범구역과 일부 노점상 합법화 발표가 기만적인 노점 정책이라며 분노한 노점상들이 대거 시위에 나섰다.




13일 오후 1시 대학로에서는 전국에서 모인 노점상들과 연대단체(전빈련, 빈민해방철거민연합, 빈곤사회연대, 사회진보연대, 범민련, 전국학생행진, 전국농민회, 전국공무원노조, 민주노동당, 국제비공식여성노동자연합, 홍콩노점상연합회, 네팔노점상연맹) 등 1만2천여 명의 참가자들이 모인 가운데 제20차 전국노점상연합대회가 열려 "빈곤 철폐, 노점말살대책 분쇄, 한미FTA 전면무효, 613정신계승"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노점상총연합(전노련) 이필두 의장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를 기준으로 노점을 관리한다는 서울시의 노점 정책은 기만적 정책으로 1백만 노점상들은 속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 의장은 “20억짜리 아파트에 사는 오세훈(시장)이 노점상들의 사정을 알리 없다”며 “(노점상들은) 밟으면 밟을수록 들불처럼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노점상연합의장 겸 전국빈민연합(전빈련) 김흥연 상임의장은 서울시에서 노점관리대책으로 내놓은 “이른바 ‘유도구역’ 혹은 ‘시범구역’이란 노점 정책은 이미 70년대 홍콩에서 실패한 정책”으로 “얼마 전 홍콩에 가봤더니 골목가나 아파트 입구마다 노점상이 넘치고 있다”고 소개한 뒤 “오세훈(시장)은 대체 어느 시대 사람인가“라고 질타했다.



샤릿 보믹 박사(인도 뭄바이대 교수)는 “노점상과 철거민을 탄압하는 정부정책을 바꾸기 위해 빈민들이 굳게 단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시계획에서 도시빈민이 배제되지 않게끔 인도 정부로 하여금 '노점상을 위한 정책'을 이끌어 낸 인물로 WIEGO('세계화, 조직화되고 있는 비공식부문 여성')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홍콩노점상연합회 후진캉(호금강) 의장은 “노점상들의 생존권을 당국에 맡겨선 안 된다”며 서울시의 노점 탄압에 강력하게 맞설 것을 주문했다. 홍콩정부는 1973년 이래 신규 노점을 허가해주지 않아 IMF 및 구조조정, 중국 본토로의 통합 이후 늘어난 노점상들과 마찰을 빚고 있으며 현 홍콩 풍물시장은 도시계획이 아닌 노점상들 스스로 자리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네팔노점상연맹 마야 중앙집행위원은 “네팔노점상연맹은 네팔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1~2년 전부터 노점상을 합법화 하고 있다”며 “네팔의 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화를 이루는데 노점상들이 일익을 담당했다”고 소개했다.



백기완 선생은 노무현 정권과 오세훈 시장의 반민중성을 비판하면서 “민중들의 무기는 주먹밖에 없다‘고 노점상들을 격려했으며, 전국연합 오종렬 상임의장은 ”밥이 하늘이므로 밥줄 끊으려 하는 놈은 우리의 원수“라며 ”세계 제1의 문화도시라는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에 서있는 수천의 노점상들을 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는 베네주엘라 카라카스를 방문한 사례를 들며 차베스 집권 이후 베네주엘라 정부는 노점상들에게 전기를 넣어 주고 있다고 소개했으며, 권영길 의원은 “노무현 정권이 서민의 눈물을 닦아 준다더니 노점 탄압을 외면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노회찬 의원은 “노점상을 전면 합법화 하던지 아니면 제대로 된 일자리를 보장하던지 해야 할 것”이라고, 심상정 의원은 “노점상을 경제주체로 인정해야 할 것”과 노점상들의 “생존권 투쟁이 서민정권 수립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각기 주장했다.

전노련은 결의문을 통해 “서울시 노점관리대책으로 내놓은 시범구역과 일부 노점상 합법화발표는 대다수 노점상을 위한 것이 아닌 분리정책”이라고 규정한 뒤 노점상들을 유린하는 서울시의 기만적인 노점상 말살정책 철회와 노점상 탄압을 위해 서울시가 앞장세우고 있는 용역깡패들에 대한 해체를 촉구했다.





이날 행사는 대학로 집회 후 시위대오가 종로와 을지로를 거쳐 서울시청까지 두 시간 여 시가행진하면서 거리 선전전을 진행했으며, 7시경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의 정리 집회로 마감했다. 주최 측인 전노련은 노약자 노점상들을 미리 버스편으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 이동시켜 대오와 합류케 하는 기민성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정리 집회에서 전노련 회원들은 서울시청 외벽에 서울시 노점관리대책을 거부하는 스티커를 붙였으며, 노점상을 쓰레기 취급하는데 항의하여 “쓰레기”를 시청 앞에 쌓아 놓았다. 시청 앞 행사에서 전노련과 시청 경비에 나선 경찰간 약간의 실랑이는 있었지만 우려한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서울시는 노점 특별관리대책으로 △구별노점 시범거리 1곳 조성 △노점 시간 제한 △노점 크기 제한 등을 제시하고 있으나, 전노련은 “서울 노점상들을 무작정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장애인, 국가유공자라는 까다로운 기준을 마련하고 장사가 잘 되지 않는 이면도로로 강제 이전시키며 대로변의 경우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해나가려 하고 있다”고 강하게 저항하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날 식전행사에서 빈민해방철거민연합(빈철연) 심호섭 의장은 같은 전빈련 산하 조직으로 연대투쟁하고 있는 전노련의 20주년 생일을 축하하면서 새로운 사회운동 조직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심 의장은 “그동안 철거민들이 투쟁을 통해 주거생존권을 쟁취한 후 사회운동을 떠나가 ‘철새’라는 말을 듣곤 했다”고 소회한 뒤 “그러나 생업으로 돌아간 철거민들이 ‘사회노동자’란 이름으로 다시 뭉쳐 사회변혁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깃발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사회노동자연합’(사노련) 깃발을 들고 참가한 사노련 회원 장진씨(43세)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사노련은 “빈철연 철거민운동에서 승리한 지역을 중심으로 지난 5월 결성됐”으며 “철거민운동을 통해 축적한 진보적인 역량을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기를 희망하는 회원들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노동자’의 의미에 대해 “철거민운동을 경험한 동지들은 거의 대다수가 양극화로 인해 가장 피해를 많이 보고 있는 비조직부문의 영세한 자영업자거나 비정규직에서 일하는 사회적 약자들로 구성돼 있다”며 “사회적 생산의 노동주체를 보다 광범위하게 포괄한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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