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2월 1일 아세아시멘트 앞에서 투쟁 중인 고 권명희 조합원.
<민주노총 특별취재팀/노동과세계> 사진=기륭전자분회


비정규직 노동의 고통과 파견노동의 절망에 맞서 1130일째 투쟁중인 기륭전자 분회 조합원중,
권명희 동지가 9월 25일 새벽, 2년간의 암투병 끝에 끝내 운명했다.
권명희 동지는 2004년 파견직으로 입사한후 2006년경 해고를 당했고,
고인은 사측의 부당해고 등에 맞서 일터로 돌아가기 위한 장기투쟁 과정에서 몇년전 암이 발병했다.
이 사실을 주변에 드러내지 않고 다시 투쟁에 동참하다가 숨을 거둬 지인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9/25일 돌아간 고 권명희동지의 장례식을 기륭공대위(이후 장례위원회) 주관하에

9월 27일 토요일 아침 7시 부천 순천향병원에서의 발인식을 시작으로,
아침 9시 기륭전자앞에서 노동자장 노제로 진행했다.

 

 △ 구사일생의 장기단식을 치룬 기륭노조 김소연분회장이 조사를 낭독하였다.

기륭전자 분회 조합원 권명희 동지가 운명하셨습니다.
‘이곳은 우리가 돌아가야 할 일터 기륭 전자입니다.’라는 글씨 밑에서 조합원들이 함께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제가 아이를 안고 주먹을 들고 있는 그 사진입니다.
그 사진 속에 분홍색 모자를 쓰고 있던 조합원, 기륭이라는 글자 밑에 있는 조합원이 권명희 조합원입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병 기운이 확연한 얼굴을 가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어렵게 투쟁하는 동지들에게 힘이 되는 건강한 얼굴이 아니라 암 투병을 하고 있는 얼굴을 보여 주기가 미안하다고 한 동안 병을 숨겼습니다.
그러나 조금 증세가 나아졌다고 용기를 내서 농성장을 찾아 온 날, 똑바로 얼굴도 들지 않았지만 이렇게 모두 함께 흔적을 남겨 놓은 조합원입니다.

권명희 조합원이 병을 얻은 것은 노동조합 투쟁을 시작한 후라고 알고 있습니다. 암이라는 치명적인 병명을 안 것은 불과 2년 전입니다. 4년 투쟁의 기간 중에 2년의 투쟁을 하다 얻는 병이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닙니다. 투쟁을 하다 얻은 병이 아닙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불법 파견 노예 노동의 억울한 한이 뭉쳐 우리 선량한 사람들 남에게 제대로 화 한 번 내지 못하는 그 마음속에서 아프게 뭉쳐 암세포 암덩어리가 됐을 것입니다.

‘일터의 광우병, 일터의 말기 암’ 비정규직 노동, 파견 노예 노동에 맞서 싸우던 기륭전자 분회의 숨은 조합원, 보이는 투쟁만이 다가 아님을 보여 주었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죽음에 맞서 분투하던 우리 권명희 조합원이 끝내 세상을 떠났습니다.
2008년 9월 24일에 운명하셨습니다.

너무 분합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너무 서럽습니다.
끝내 우리만 죽어야 하는 현실의 냉정함에 소름이 돋습니다. 그런데도 마지막 남은 10명만이 조합원인줄 아는 기륭자본, 파견 노동자들은 피눈물을 흘려도 옆집 개처럼 인지조차 하지 않았다는 기륭자본의 흉폭한 외면과 탄압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죽음을 양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죽음마저 안아버린 지금 우리는 너무나 참담 합니다.
평생 외로웠고 노조를 통해 사람 사는 맛을 알게 됐다며 남편과 함께 농성장을 찾던 동지를 우리는 평생 잊지 않을 것입니다. 조금도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조신하고 조신했던 동지의 모습은 백합처럼 고결했습니다. 현장 농성장에서, 병원 침상에서 언제나 기륭 비정규직 투쟁의 승리를 염원했던 동지의 모습은 아름다웠습니다. 우리는 동지의 명복을 심장에 새길 것입니다. 그 죽음의 한을 풀기 위해 더 한 층 눈빛에 힘을 담을 것입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투쟁에서 먼저 세상을 떠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우리의 승리를 반드시 동지의 영전에 바치겠습니다.


고 권명희 조합원의 약력과 가족사항 | ▢ 고인의 약력 
남편 : 최동철 (52세), 자녀 : 아들 최 기석(15세), 딸 수경(14세)

- 강원도 인제 1963년 8월 24일 출생 (당 46세)

- 2004년 6월 10일 기륭입사

- 2005년 7월 5일 기륭노조 설립 가입

- 2006년 1월 31일 해고 통보

- 2006년 5월 경 발병 투병 시작

- 2008년 3월까지 투병 중에도 병세가 완화되면 농성장 결합

- 2008년 9월 25일 운명



△ 연대 추모사 - 기륭공대위(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상임활동가)

 

 △ 연대 추모사 -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진보신당 정종권 집행위원장


 

 △ 기륭공대위 송경동 시인이 절절한 조시를 낭독하였다.

△ 추도의 염불식


 

 △ 김성만 노동가수의 추모의 노래


 

△ 이삼언 무속인이 진혼 굿을 하였다.

 △ 최동철 남편의 인사말씀

△ 기륭전자 앞 노제 참가자들은 헌화.분향을 한후 모란공원 납골당으로 이동해 고인을 고이 안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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