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사회는 민주화했다는데, 노동운동으로 구속되는 노동자 수는 날로 늘고 있다. 민주노총 등이 집계한 것을 보면, 노무현 정부 들어 구속된 노동자가 지난달 말까지 983명에 이른다고 한다. 1000명에 육박한다는 것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김영삼 정부(632명)나 김대중 정부(892명) 때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구속 노동자 수가 민주주의 발전 정도와 정확히 반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민주화가 노동자의 상황을 개선해주지 못한다는 것만큼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노동 여건이 좋은데도 구속될 정도로 투쟁하는 이들은 없기 마련이다. ‘도저히 더는 못 참겠다’고 들고 일어날 때 구속자가 속출한다. 게다가 노동법을 지키더라도 회사가 업무 방해 혐의로 고소·고발해 구속되는 일도 부지기수다. 업무방해 혐의 구속은 노동자의 권리와 사유 재산권을 같은 차원에 놓고 보되, 재산권을 중시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최근 들어 구속자 가운데 비정규직의 비중이 늘어난다는 점도 열악한 노동현실을 말해준다. 지난해 전체 구속 노동자 271명 가운데 200명이 비정규직이었고, 올해 들어 7월 말까지도 61명의 구속자 가운데 39명이 비정규직이었다. 이 수치는 노동운동이 비정규직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음과 비정규직의 현실이 더는 참고 버티기 힘든 지경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해결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이랜드 비정규직 파업 사태가 이를 상징하는 듯하다.

구속 노동자가 자꾸 늘어나는 것은 노사 관계의 합리화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구속 노동자 문제는 노사관계를 악순환에 빠지게 하기 쉽다. 노사간 합리적인 대화가 안 되면 노동자는 강경 투쟁에 나가게 되고, 이렇게 해서 구속자가 생기면 노조는 더 강경해진다. 그럼 대화의 가능성은 더 좁아지고 남는 것은 노사 대립뿐이다.

그래서 구속 노동자 문제는 비단 당사자나 노동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사가 대립하는 대신 대화하는 분위기를 만들려면, ‘과격한 노동운동’이 정말 사라지길 바란다면, 노동자가 노동운동 때문에 구속되는 일부터 줄여야 한다. 그리고 구속자를 줄이는 지름길은 웬만해서는 업무 방해로 노동자를 구속시키지 않는 관행을 만드는 것이다. 노동 문제를 정말 노동 문제로만 다룰 때, 얽히고 설킨 문제를 풀 해법을 찾는 게 훨씬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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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1일 (수) 21:01   한겨레
작년이후 구속노동자 72%가 비정규직




[한겨레] 2005년 8월 현대자동차 4공장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하던 김태윤씨는 원청업체인 현대차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이다, 그 해 연말 ‘업무방해’ 혐의로 40일 동안 구속됐다. 원청업체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면서 영향력을 끼치면서도 단체교섭엔 응하지 않았다. 다음해인 2006년, 김씨는 사내 하청업체 34곳을 상대로 일일이 교섭을 벌인 뒤 ‘쟁의행위 절차’를 거쳐 합법파업을 벌였지만, 같은해 9월 다시 60일 동안 구속됐다. 대체인력 투입을 막는 과정에서 원청업체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들어 구속된 노동자 수가 역대 문민정부 이래 가장 많은 1천명에 가깝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구속 노동자 332명 가운데 239명은 사회적 취약 계층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노동계에서는 비정규직 보호입법의 허점을 노린 사용자들의 편법·탈법 행위 제재는 실종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한테만 엄격한 법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1일 민주노총과 구속노동자후원회 등의 집계를 종합하면,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래 지난 4년 여 동안 구속된 노동자 수는 7월말 현재 983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김영삼 정부(632명)나 김대중 정부(892명) 때보다 훨씬 많다.

특히, 고용형태별로 보면, 정규직 노동자에 견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구속이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해 구속된 노종자 271명 가운데 비정규직의 비중은 200명으로 74%에 이르렀다. 올해 역시, 61명의 구속 노동자 중에서 39명(64%)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또 지난달 구속된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위원장 등 정규직 노조간부 가운데서도 일부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내건 파업으로 구속된 점을 고려하면, 비정규직 문제 때문에 빚어진 노동쟁의로 구속된 노동자 수는 더 늘어난다.

하지만 이랜드 사태에서 보듯, 최근 노동부와 검찰 등 관계 부처는 “엄격한 법집행”만 강조할 뿐 비정규직 노동자 구속사태를 두고서는 이렇다 할 대안을 모색하지 않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법적 보호가 미비하다보니, 법적 테두리 안에서의 단체행동이 사실상 불가능해 실정법 위반 사례가 늘고 있다”며 “정부가 사용자의 탈법행위 규제에는 손을 대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의 손발만 묶고 있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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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구속노동자 문민정부 이후 최다 왜?

[한겨레] 현행법 노조활동 제약…업무방해 구속 줄이어

비정규직 구속 노동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참여정부의 노동자 구속 ‘실적’이 문민정부 이래 최고를 기록하게 한 주원인이다.

주요 사건별로 구속 노동자들을 보면, 이런 추세가 쉽게 파악된다. 지난해 건설일용직 노동자들로 구성된 포항건설노조의 파업 때는 단일노조 사건으로 무려 70명이 구속됐다. 올해 구속됐던 노동자 61명 가운데서도 화물연대나 타워크레인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수다.

이광열 구속노동자후원회 사무국장은 “2003년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에 대한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구속자도 늘었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단결권에 따라 노조를 설립할 수 있지만, 사용자 책임이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단체교섭 통로가 막혀 있다”며 “이 때문에 점거농성 등 물리적 행동에 나서지 않을 수 없고, 그 귀결은 힘없는 비정규 노동자의 구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노조 간부들이 대체로 해고와 구속을 경험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행법이 지나치게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노동계 인사들은 말한다. 1일 구속노동자후원회의 집계 현황을 보면, 지난해 구속된 노동자들 중에서 파업과 노조활동에 대해 형법상 업무방해로 구속된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전체 271명 중에서 152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이 108명으로 뒤를 잇고 있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자가 92명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노동조합법상 적법한 파업이 지나치게 제한적인데다, 집회 및 시위의 제약, 법원의 가처분 남발 등 노조활동에 대한 법적 규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들이 구속 노동자를 양산하는 구조적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노조법 개정과 함께, 노동법원을 도입해 일반 민사법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가처분 사건들을 노사관계에 대한 지식과 경력을 갖춘 법관들이 다루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노사 갈등을 ‘공안’ 중심 시각에서 접근하는 검찰의 태도도 구속 노동자 수를 늘리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월에는 포항건설노조 파업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작성한 ‘수사 결과 보고서’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과거 군사정부 시절을 떠올리게 했었다. 당시 검찰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노동자들의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심문시 범죄 사실보다는 답변하기 어려운 사항을 묻는다’는 원칙을 세워 영장이 청구된 70명 전원에 대해 영장이 발부되도록 하는 등으로 노동계의 반발을 샀다.

또 검찰은 지난해 원청업체와 적법하게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노조 전임자 급여를 지급받은 경기건설노조 간부 등에 대해 ‘공갈·갈취 혐의’를 적용해 구속한 사례도 있다. 권 변호사는 “노사관계에 편파적으로 개입하는 검찰 공안부를 폐지하고 노동사건에 대한 개입을 중단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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