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주택의 감소로 주거불안정만 심화
[뉴타운 뜯어보기 2] 서울시 뉴타운 사업 뜯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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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이(
김윤이 님은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입니다)
3. 서울시 뉴타운사업 뜯어보기

1) 추진현황 돌아보기

뉴타운사업의 추진현황을 살펴보면, 2002년 10월 은평, 길음, 왕십리 3개 지구가 시범뉴타운지구로 선정된 이후에, 2차 12개 지구, 3차 10개 지구, 총 25개 지구가 뉴타운사업지구로 지정되었다. 2006년 7월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2006년 10월 뉴타운사업지구 중 13개 지구가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었으며, 2006년 12월 4개 지구가 추가 지정되어 전체 25개 뉴타운사업지구 중 17개 지구가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의 적용을 받게 되었다. 짧은 시간 동안에 25곳이 뉴타운지구로 지정되었고, 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다시 재정비촉진지구가 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업으로 지역의 모습과 여건이 예전과 완전히 달라지고, 그러한 영향이 인근 지역까지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범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하기도 전에 2차, 3차 지구를 선정했다는 것이다.



뉴타운사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주택공급물량의 경우, 시범?2차 15개 뉴타운사업지구에서 총 16만7천호가 공급되는데, 이는 전체 거주가구보다 약 5천호가 많다. 엄청난 면적을 아파트단지로 바꿔놓는 대공사라는 점을 생각하면, 뉴타운사업이 전체 주택재고의 양을 증가시키는 데 효과적이라 할 수 없다. 그리고 지역별로 살펴보면, 4개 지구는 주택공급물량이 현재 사업지구 내에 거주하는 가구 수보다도 적었으며, 4개 지구는 거의 같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새로 공급되는 임대주택은 약 2만7천호로 전체 주택공급규모의 20%를 차지하고 있는데, 지역별 편차가 커서 영등포지구는 9%, 신월?신정지구는 33%로 나타났다. 결국, 15개 뉴타운사업지구 중에서 절반 이상이 전체 주택 재고의 양은 늘어나지 않은 채, 저소득층이 지불가능한 저렴주택의 수만 줄어들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한다면 뉴타운사업지구 내에서 거주해온 저소득층, 특히 세입자들이 다시 살던 곳으로 재정착하는 비율이 낮은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뉴타운사업지구는 노후주택비율, 기반시설수준 등에 따라, 크게 계획정비구역, 계획관리구역, 자율정비구역으로 구분하여 구역별 여건에 맞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전면철거에 의한 개발방식을 적용하는 계획정비구역이, 기본계획 수립이 완료된 시범?2차 뉴타운사업지구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상당한 면적이 전면철거될 것으로 예상된다.

2) 기존 정비사업과 다른 점과 같은 점

이러한 뉴타운사업이 시행된 배경에는 기성시가지와 신시가지 간에 기반시설, 주거환경, 교육환경, 인구구성 등의 격차가 매우 심각하다는 현상이 있다. 이는 사업성을 중시하는 민간 위주로 사업이 시행되면서, 고밀개발, 기반시설 부족, 도시경관 왜곡 등의 문제를 야기하는 기존 개발방식의 한계로 인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정규모의 생활권에 대해 공공부문이 토지이용, 기반시설 설치 등에 대한 뉴타운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그러한 계획에 따라 민간부문 또는 공공부문이 개별사업을 시행하는 광역개발방식을 시도하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개발사업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광역단위에서 필요로 하는 기반시설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뉴타운사업은 조례에 근거하는 행정적 시책이기 때문에 뉴타운사업지구를 지정하고 뉴타운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 이외의 절차는 모두 개별 정비사업구역별로 관련 법률에 따라 진행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정비사업의 대안으로서 출발했던 뉴타운사업이 기존과 차별성을 갖는 것은 시작부터가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정비구역별로 추진되었던 사업을 광역단위에서 계획을 세우고 그에 근거하여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사업의 주체도, 사업의 방식, 사업의 결과물도 기존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의 제정으로, 뉴타운사업이 재정비촉진사업으로 바뀐 뒤에도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특별법의 지정으로 이전보다 좀 더 쉽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거꾸로 말하면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좀 더 빨리 현재의 주거를 빼앗을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차별성은 결코 기대했던 바가 아니다. 우선, 법 제정의 필요성 및 목적 속에 강조되는 공공성의 확보는 법 조항을 통해서만 확인될 뿐이다. 재정비촉진계획의 수립이라는 강제적 수단은 갖추고 있으나, 이를 위해 제공되어야 하는 공적자금에 대한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공적자금의 투입 없이 모든 비용을 민간에게 책임지게 하는 방법을 통해서는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는 공공성의 확보를 당초 계획대로 담보하기는 어렵다고 여겨진다.
또한, 소규모 개발사업의 남발로 인한 난개발을 방지하겠다고 하면서 오히려 재정비촉진지구내 구역지정요건을 완화하는 것도 문제이다. 구역지정요건의 완화로 인해 예전대로라면 그냥 그대로 살 수 있었던 곳도 이제는 개발사업구역으로 지정되어 철거될 수도 있다. 이러한 규정이야말로 난개발을 초래하고, 존치구역이 축소되면서 전면철거방식위주로 사업이 추진될 위험성을 갖게 한다. 이와 함께 건축제한의 완화, 용적률의 완화 등 각종 특례조항은 고밀개발 등으로 인한 주거환경의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추진과정에서 주민들에 대한 정보 제공 및 주민의견 수렴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거의 부재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재정비촉진사업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으면서도 정작 의사결정 과정에는 참여할 수 없다. 주민공람 또는 일회적인 공청회는 예전부터 존재했었지만 그러한 방법론으로는 주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이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3) 뉴타운사업의 고민 속에 포함되지 못한 것

뉴타운사업의 근본적인 문제는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안정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며, 이는 이전에 무허가건축물을 철거하고 강제 이주를 강행했던 시절과 달동네를 합동재개발이라는 방식으로 철거했던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각종 개발사업에서 원주민의 낮은 재정착률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지만, 뉴타운사업지구 내에 거주하는 저소득층의 재정착 혹은 최소한의 주거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 시범?2차 15개 뉴타운사업지구를 대상으로 할 때 뉴타운사업지구의 세입자 비율은 평균적으로 72.5%이고, 그 중 7개 지구는 세입자 비율이 8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시범?2차 15개 뉴타운사업지구의 임대주택 비율은 평균 신규로 공급하는 규모의 20.3% 정도로 세입자 수에 비해 매우 부족한 수치이다. 즉, 세입자의 수가 아무리 많고, 모두 임대주택에 입주하기 희망한다고 하더라도 임대주택의 공급비율은 “20% 이상, 17% 이상, 0%” 등으로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곳에 살고 있는 세입자 중 다수가 다른 지역으로 축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 세입자에 대한 주거대책이 공공임대주택 입주권과 주거이전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에서 둘 다 제공받을 수 있도록 변경되었는데, 공공임대주택의 공급비율이 낮은 오늘날 현실에서 사업지구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기를 희망하는 이들이 자신의 희망대로 주거대책을 제공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결국에는 그나마 저소득층이 지불가능한 저렴한 주택을 ‘주거환경개선과 기반시설의 확충 및 도시기능의 회복’이라는 명목 하에 철거만 하고 재생산해내지 않음으로써 전체적으로 저렴주택의 감소를 초래하여 저소득층의 주거불안정성을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뉴타운사업 역시 기존 정비방식과 마찬가지로 지역의 정비 또는 개발을 물리적인 환경 개선을 통해서만 이루고자 한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물리적인 환경과 더불어 교육, 일자리, 복지 등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영역에 대한 개선이 함께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역의 주거환경도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도 나아졌다고 볼 수 없다. 이제는 물리적인 환경뿐만 아니라 그곳에 살고 있는 저소득층의 사회?경제적 여건까지도 함께 고려하는 종합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기존에 달동네들이 사라진 자리에 아파트가 대신 들어서고 물리적인 주거환경도 개선되었지만, 그곳에서 살아왔던 주민들은 옥탑방, 비닐하우스촌, 지하셋방 등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이주하여 여전히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 여전히 계속되는 가난한 삶은 결코 물리적인 환경개선이 삶의 질 향상으로 직결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증거일 것이다.

[뉴타운 뜯어보기]는 아래의 순서로 연재됩니다
[1호]
1. 들어가며
2. 뉴타운사업과 재정비촉진사업의 내용 살펴보기
1) 근거법
2) 정의
3) 지구유형
4) 사업방식

[2호]
3. 서울시 뉴타운사업 뜯어보기
1) 추진현황 돌아보기(주민대응 포함)
2) 기존 정비사업과 다른 점과 같은 점
3) 뉴타운사업의 고민 속에 포함되지 못한 것들

[3호]
4. 재정비촉진사업의 추진과정 이해하기
1) 어떻게 추진되나?
2) 주민들이 의견을 전달하려면?

[4호]
5. 재정비촉진사업 단계별 추진절차 및 문제점 뜯어보기
1) 지구지정단계
2) 계획수립 및 결정단계
3) 사업시행단계

[5호]
6. 원주민 대책 이해하고 문제점 뜯어보기
1) 집주인
2) 세입자
3) 자영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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