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조! 네이버·선관위, 근조! 민주주의"
당국·포털, 선거법 들이대며 온라인 대선논의 누리꾼 입에 재갈
 
인터넷저널 임동현 기자
 
"MBC(명박씨),  동영타일, 국현우리옷... 모두 대선에 영향을 미친다. 선관위는 서둘러 이들의 이름을 바꾸는 조치를 취해라. '민주주의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이 말도 특정정당이 연상되나?"
 
선관위 게시판에 남긴 한 누리꾼의 글은 최근 누리꾼들의 분노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대선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려는 누리꾼들은 지금 사방의 벽에 가로막혔다.
 
우연의 일치인가? 누리꾼을 막은 벽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는 선거법 93조를 비난하는 누리꾼들의 글로 가득하다.     ©인터넷저널

포털 1위라는 네이버는 정치관련 기사의 댓글을 차단했다. 조중동의 정치기사는 메인톱으로 버젓이 올라가고 특정 후보에 불리한 기사는 메인에 오르지조차 않는다. 실리더라도 한참 지나서야 실린다. 누리꾼에게 '조용히 하고, 주는데로 보라'는 격이다.
 
선관위는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내용을 게시할 수 없다'는 선거법 93조를 들이대며 누리꾼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감시를 늦추지 않고 있다. 포털이든 언론사이트든 누리꾼들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기만 하면 바로 경찰의 '출석요구서'가 날아온다.
 
선거법 93조로도 모자라 한나라당은 지난 5월 선관위뿐 아니라 정당도 포털이나 언론사에 글을 올린 이용자의 신원 정보 제공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규제강화 법안을 발의했다. 누리꾼들 때문에 2002년 대선에서 졌다고 생각하는 한나라당이 누리꾼의 입을 막으면 이번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는 발상에서 시작됐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모든 게 우연의 일치일까?  비슷한 시기에 벌어진 포털과 당국의 재갈에 누리꾼들은 대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빼앗긴 것이다. 사방에 벽을 쳐놓은 이들은 이렇게 말하고 싶을 것이다 .  "젊은 사람들은 대선에 관심이 없다", "대선이 인터넷에서는 크게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이 후보 관련기사 스크랩도 선거법 위반"

김모씨는 얼마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자신이 경찰서 사이버 수사대에서 수모를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온라인으로 기사를 보다가 맘에 드는 게 있어 이걸 자신의 블로그에 옮기기만 했을 뿐인데 선거법위반 혐의로 범죄자 취급을 당했다며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2~3주 전 김씨는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다가 대선과 관련된 기사가 재미있어 10개 가량을 자신의 블로그에 옮겼다. 문제가 될까봐 자신의 생각을 배제한 채 기사 내용과 날짜, 언론사 이름, 기자 이름 등 출처도 밝혔다. 그가 옮긴 기사 중에는 '이명박 괜찮은가?'라는 제목의 그림 화일도 있었다. 며칠 뒤 경찰서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선거법을 위반했으니 직접 와서 조사를 받으라는 것이다. '이명박 괜찮은가?'라는 그림 화일이 화근이었다.

이에 대해 김씨는 특정 후보를 비난한 것도 아닌 신문기사를 스크랩했을 뿐이고 경찰서에서 전화가 온 뒤 바로 삭제를 했는데, 자신이 왜 선거법 위반자이고 범죄자가 되어야하는지 전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선관위의 안내글을 보니 제가 한 일이 별 문제될 게 없는 사안입니다. 그런데 경찰이 날 범죄자 취급을 하니... 뒤통수를 치는 것도 아니고, 평범한 시민을 범인으로 만드는 유신체제로 돌아간 것도 아닐테고...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이런 취지의 글을 선관위 게시판에 남기고 "바로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선관위의 답변은 아직까지 없다.
  
'침묵의 카르텔을 깨라', 누리꾼들의 외침 
 
특정 후보에 대한 자랑과 비방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선거법 93조가 누리꾼들의 입을 막는 악법으로 전락하고 있다. '후보 이름 올리는 것조차 선거법 위반이라면 천심을 거스르는 일이다', '언론사 사장도 선거법 위반한거다. 전원 구속시켜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기에 헌법소원을 내자'는 누리꾼들의 목소리가 커가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게시판이 지나친 욕설과 근거없는 후보 비난 혹은 칭찬의 글들로 도배가 되기 때문에 정화 작업이 필요하다며 옹호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갈수록 그런 누리꾼의 수는 줄어들고 있다.
 
포털 다음에 실린 정치 관련 댓글들을 보면 누리꾼들의 의식이 성숙해져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전처럼 무조건적인 깎아내리기나 띄우기가 아니라 어느 정도의 근거를 제시하며 나름대로의 분석을 적고 있다. 특정 후보에 대한 칭찬이나 비판도 감정적인 글보다 논리적인 글들이 많아지고 있다.
 
댓글이 단순히 감정을 내뱉는 배출구가 아니라 대선에 대한 의식을 엿볼 수 있는 하나의 토론 매체로 자리잡은 것이다. 분명 누리꾼의 의식은 성숙해졌다. 하지만 그 성숙함을 보여주는 토론의 장이 막혔으니 누리꾼들의 답답함이 오죽하겠는가? '제2의 언론통폐합', '유신시대의 부활'이란 말을 과장된 표현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다.
 
"안티네이버 운동, 헌법소원 제청 호소..."

지금 다음 아고라, 티스토리(블로그사이트) 등은 누리꾼들의 '안티 네이버' 운동으로 뜨겁다. 네이버에 접속하지 않고 회원으로만 있어도 포털 1위가 유지된다면서 탈퇴 선언을 하고 네이버와 선관위, 한나라당을 비난하는 글들을 남기며 탈퇴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거센 비난에도 네이버의 게시판은 굳게 닫혀있다. 선관위는 '법 제정은 국회가 하는 것'이라고 남의 탓을 하고 있다. 이처럼 정치·언론(포털) 권력은 '침묵의 카르텔'을 구성해 누리꾼들의 항복을 받아내려 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의 열망으로 이뤄져야하는 대선. 하지만 지금의 대선은 이런 열망들을 죽이는 분위기다. 그 열망이 죽는 순간 민주주의는 종말을 고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지... 그래서 누리꾼들은 온라인을 떠돌며 이런 말을 남기고 있다. "근조 네이버, 근조 선관위, 민주주의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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