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평가3> 18대총선 진보신당 평가와 전망

자주민보(http://www.jajuminbo.net) 이창기 기자



진보신당은 민중의 지향과 요구를 중심에 두기보다는 헤게모니에 대한 열망과 당선 자체에만 너무 집착한 것이 아닌가라는 평가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분당은 민중의 요구를 무시한 것>

권영길, 강기갑의원의 당선만 놓고 보더라도 대통령선거에서의 권영길 후보의 낮은 득표가 민주노동당에 대한 민중의 심판이 아니었음은 분명히 드러난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권영길 후보의 지지는 낮았지만 출구조사 결과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은 10% 정도로 그렇게 낮지 않았었다. 그런데 진보신당 측에서 민주노동당의 그간 활동을 무조건 실패했다고만 평가하고 분당을 결행해서 사실 가슴이 아팠다.

진보신당은 이런 민중의 지향을 읽지 못했거나 읽었다고 해도 반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특히 민중은 진보진영이 분열하지 말고 단결할 것을 원했다. “왜 분당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진보정당도 기존 정당 따라하는 것인가”라는 민중들의 따끔한 지적을 선거운동원들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들어야 했다.

민중의 정치적 이해와 요구까지도 아니고 진보정당에 대한 민중의 바람만이라도 충실하게 반영했다면 그렇게 쉽게 탈당과 분당을 선택하지는 못하지 않았을까.

특히 탈당을 추진했던 사람들과 민주노동당 사람들이 대화를 아예 거부하지 않았다는 것은 대선 이후 심상정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위에 전권을 위임했던 것에서도 드러나듯이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 측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분당은 더욱 성급했다는 의견들도 적지 않다.


<진보신당의 사민주의적 정책>

진보신당에서 분당을 한 이후 내놓은 정책도 그간의 변혁적 지향에서 벗어나 환경과 복지 등을 유럽식 사민주의적인 것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민중의 진보적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표를 더 많이 얻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그런 경험을 가진 유럽 좌파의 정책을 적극 반영한 결과가 아닌가라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가 없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소득수준이 높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유럽의 사민주의 나라들도 신자유주의 무한 경쟁 속에서 힘들어하며 점차 우파에 밀리고 있는데 유럽과 아직 비교할 수 없는 생산력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사민주의적인 정책을 구현하기 힘들 것이다.

유럽사민주의는 과일이 해걸이를 하듯이 부침을 거듭해왔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해걸이도 아니고 퇴조세가 더욱 역역해지고 있다.
하기에 설령 우리나라에서 사민주의를 구현한다고 해도 그것으로 민중을 사회역사의 참다운 주인으로 내세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양극화 속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민중들에게 생태와 환경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하는 문제, 자녀들 교육과 가족들이 아팠을 때 마음 놓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문제가 더 절박하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정권도 유럽의 사민주의를 적극 참고했던 정권이다. 그래서 보수진영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좌파적인 정권으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참여정부에 대한 민중들의 평가가 어떠했는지는 진보신당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퇴임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은 민중들에게 감동까지 주고 있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은 사민주의적인 정책과 함께 신자유주의를 적극 받아들임으로써 또한 민중의 피눈물도 흘리게 했다.
한미에프티에이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노무현 대통령은 여러 번 강조했었다. 사민주의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도 한미에프티에이를 추진했던 것이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말에 가서는 남북교류협력에 관심을 돌렸다.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진보신당에서도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환경, 생태를 주요하게 강조하는 등 사민주의적인 정책을 앞세운다면 노동자 농민의 지지를 받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진보신당 정당지지율이 서울보다 노동자 농민이 많은 지역에서 적게 나왔는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북한 인권문제 거론에 대해>

진보신당의 일부 사람들은 북을 국가사회주의라며 히틀러 독재국가와 같은 나라로 치부하고 있으며 북한의 인권문제 등에서는 할 말은 하겠다는 당의 공식 입장까지 천명하고 있다.

그래도 사회주의를 지켜가고 있으며 지키려고 하는 쿠바 등 중남미 좌파국가에 대해서는 진보신당에서도 높이 평가하는 알려져 있다.
그런 중남미 좌파국가들이 진보적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데 가장 많이 참고 하는 나라가 북한이라는 것도 이제는 적지 않게 알려진 사실이다.

북한의 사회주의가 의미가 있나 없나를 떠나 형식적인 논리만 따져보아도 진보신당은 모순에 빠져 있는 것이다.
진보신당이 참답게 민중의 지향을 꽃피워내려는 자세와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민중의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자료가 있다면 하나라도 더 배우고 참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상식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진보신당은 이렇듯 민중 중심이 아니라 자기중심적인 틀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측면에 대해 더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진보신당이 민주노동당과 다시 통합을 논의했으면 좋겠고 그것이 안 되더라도 사민주의적인 정책 정당을 표방하건 사회주의적인 정책을 제시하건 앞으로 계속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도 진보를 꿈꾸는 정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일에 장애를 주고 민족자주화에 대한 애매한 태도를 취한다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
분단은 민족의 혈맥을 끊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진보운동에 심각한 장애를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운동의 자유로운 사상적 사색과 토론을 폭력적으로 탄압하는 국가보안법이 분단에 기생하여 생존하고 있고 분단을 빌미로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은 반진보수구진영의 물리적 담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군 주둔비, 미군무기 구입비 등으로 막대한 민중의 복지예산을 약탈하고 있어 진보적 사회를 만드는데 심각한 장애를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을 적대시하는 정당이 통일을 추동할 수는 없다. 그것도 북한 인권문제처럼 미국이 북을 공격하기 위해 조작했다고 북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문제를 미국이 제시한 자료를 바탕으로 북을 공격한다면 진보신당이 북과 진지한 대화를 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특히 미국이 제3세계 나라들을 공격할 때 가장 많이 명분으로 이용하는 것이 인권문제이다.
그런 미국의 대북 인권문제에 무조건적으로 동조하는 지금의 진보신당 정책은 심각하게 다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적어도 북에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고 객관적 진실을 찾기 위한 노력만은 꼭 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남북관계를 풀어갈 수 있는 정책과 공약을 내놓을 수가 없을 것이며 이는 민중의 지지를 확대해가는 데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자기중심이 아니라 민중중심>

이번 총선 기간 심상정 후보가 통합민주당과 후보단일화를 시도했다가 접었다. 자세한 내막은 공개되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성공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진보신당의 많은 당원들은 심상정 후보에게 보수적인 통합민주당과 어떻게 공조를 논할 수 있냐는 비판도 적지 않게 했다고 한다.

이것도 너무 현실에 유연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자기중심적인 틀을 고집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핵심은 이미 세워놓은 틀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민중의 지지를 얻어내고 더 많은 민중을 진보정당의 주인으로 참여하게 하여 진보정당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총선만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는 대통령 선거에서도 후보단일화를 얼마든지 생각해볼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해 진보신당 측 사람들은 그간 너무나 무조건적으로 비판일색이었다.

앞으로 진보진영의 지지율이 올라가면 이런 문제에 더 많이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진보정당의 정책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면 연대연합의 폭은 넓히면 넓힐수록 좋은 것이지 나쁠 것이 없다고 본다.

철저한 민중중심의 관점을 가지지 못하면 아무리 강한 원칙도 정반대의 극과 극을 오가게 되고 결국은 진보적 원칙마저도 아예 놓치제 된다.

구소련의 역사가 단적으로 그것을 말해주었으며 지금 유럽의 진보진영도 그런 우를 범하고 있다. 그리고 이미 진보정당도 극과 극을 오가는 정책적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자기 이론 중심이 아니라 민중중심의 관점을 가지고 현실 민중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누구든 진보적 미래를 개척할 수 없음은 그간의 세계 진보운동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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