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10시 10분 방영된 KBS TV <다큐멘터리 3일> "사라지는 동대문 운동장, 떠나가는 풍물시장"을 보는 우리 동대문풍물시장 사수대책위원회 회원들의 마음은 분노로 가득하다. 보수언론의 다큐가 대개 그렇듯이 KBS도 이 프로그램에서 시종일관 서울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입장에서 왜곡보도를 일삼은 것이다.

예컨데, KBS는 풍물시장의 신00씨를 인터뷰 하면서 "이곳을 떠나야 하는 아쉬움에 마음이 착잡해진다. 하지만 그녀는 노점상이라는 딱지를 떼고 이제는 상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한편으로 설레기도 한다."고 기술한다. 얘긴즉슨, 청계천 복원공사로 인해 4년 전 이곳 동대문에 노점을 편 이들이 이제는 '이전'으로 어엿한 상점주인이 된다는 식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동대문운동장 일대를 디자인 산업 중심지로 만들겠다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과욕이, 노점빈민들을 상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구 숭인여중 터(신설동)로 몰아넣어 생존권을 박탈하고 있는데, KBS는 마치 서울시가 노점빈민들을 '상점주인'으로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켜 준 것처럼 보도하고 있으니 가히 어불성설이다. 노점빈민들은 이른바 새풍물시장을 가르켜 '강제수용소'라 일컫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러니하게도, KBS의 이러한 왜곡보도가 나가게끔 사실상 서울시와 결탁한 단체가 있었으니 이는 다름아닌 전국노점상총연합(전노련)이다. 전노련은 지난 3월 3차례에 걸쳐 '동대문풍물시장 이전 백지화' 입장을 천명했지만, 난데없이 지난 7일 온갖 부정투표 의혹 속에 '풍물시장 이전 찬반투표'를 강행, 4일이 지난 11일에야 88%가 찬성했다고 발표, 서울시를 결정적으로 도와준다.

그러나 전노련의 이같은 기만적인 작태는 이미 예상된 바 있다. 전노련의 '동대문풍물시장 이전 백지화' 입장은 ‘동대문풍물시장 사수대책위원회’가 집행부 3인의 19일간 조명탑 고공농성과 회원들의 천막농성이 시민사회단체들과 여론의 지지로 나타나자, 그간 자신들 조직이 자행해 온 서울시와의 '이전' 밀실야합을 비켜가기 위한 일시적 모면책에 불과했던 것이다.

즉 전노련이 조직 산하 풍물시장자치위원장 한기석(전노련 부의장)등 5인대표가 노점빈민들의 민의를 무시한 채 서울시와 제멋대로 이전합의한 것을 인정해주기 위해 '찬반투표'를 강행한 점, 그리고 지난 18일 전노련 4차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동대문풍물시장 이전을 추인하고 상징적으로 한기석 제명을 중앙위에 상정하기로 한 기만술책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것이 바로 전국 노점빈민들을 위해 일한다는 전노련의 실체다.

따라서 지난 14일 자신들 조직의 동대문풍물시장 노점빈민 이원기씨(57세, 서노련 5가 지부장)가 '이전'과 관련 비관자살을 기도해도, 전노련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5인대표와 서울시의 구사대 노릇을 자처한 셈인 전노련의 이같은 이율배반적 행동이 KBS등 보수언론을 통해 오세훈 서울시장의 개발독재에 날개를 달아 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알림] 투쟁 61일차
동대문풍물시장 사수대책위 노점빈민들은 16일 서울시 발주 용역깡패들에 삶의 터전을 무참히 침탈당했습니다. 현재 투쟁기금 마련차 동대문운동장 구 주차장 입구(밀리오레 건너편) 농성천막 앞에서 풍물판매와 주점을 열고 있사오니 동지 여러분께서 방문하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008. 4. 22

동대문풍물시장 사수대책위원회
http://go.jinbo.net/commune/index.php?board=poongm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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