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1년 좌담] "성찰하고 소통하라, 아니면 더 큰 저항에 직면할 것"

기사입력 2009-02-25 오전 11:13

 

경제위기의 한파, 남북관계의 악화, 사회갈등의 심화. 정권 출범 1년을 즈음해 이명박 정부가 처한 현실은 가히 총체적 위기다. 대통령 지지율은 간신히 30%대를 맴돈다. 보통사람이 체감하는 오늘의 고단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객관적으로 드러난 경제·사회 지표 이상이다.

불과 1년이 지났을 뿐인데, 정권 말기에나 나올 법한 단정적 평가들이 쏟아진다. 애당초 그가 이명박 정부에 우호적이었느냐 비판적이었느냐를 불문한다. 여기엔 잘못 끼운 첫 단추를 풀어 다시 여밀 의지와 자세가 대통령과 집권세력에게 과연 있을까 하는 체념까지 서려있다.

<프레시안>과 <진보와개혁을위한'의제27'>이 연속 기획한 '이명박 정부 1년 평가와 2년을 위한 전망'의 최종편인 결산좌담도 환멸이 기대를 압도한 자리였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의 사회로 손혁재 경기대 교수(정치전문대학원), 정상호 한양대 교수(제3섹터연구소),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이 지난 23일 2시간 동안 벌인 토론을 싣는다. <편집자>

퇴행의 1년

"대안 없는 보수정권"으로 이명박 정부를 성격 규정한 손혁재 교수는 "과거 정부에게는 최소한 자기가 지키려고 하는 가치가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가치공동체가 권력을 형성했다기보다는 기득권 집단이 기득권을 극대화하기 위해 결합한 정권"이라고 혹평했다.

정상호 교수도 "쿠데타 같은 불법통치가 아니라 민주적 방식으로 개발하고(신개발주의), 권위주의를 하고(신권위주의), 보수주의적으로 작동이 가능하다(신보수주의)는 것이었는데, 이제 '신'은 없고 보수주의, 권위주의, 개발독재만 남아있다"고 퇴행을 지적했다.

'실용'을 표방했음에도 유연함과 세련된 면모가 있는 보수정권이라기보다는 구보수의 올드패션이 시대와 불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연철 소장은 "본래적 의미를 갖는 단어들 가운데 한국에서 제일 고생하는 단어가 '보수'"라며 "한국 민주주의의 정착 과정에서 소외됐던 보수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의 부활이 지금의 난맥상을 설명하는 키워드"라고 했다.

이같은 철학의 빈곤과 더불어 '명박산성'으로 상징되는 소통 장애, 이 대통령의 독선적 리더십 등이 국정운영을 경직시킨 핵심이라는 의견도 일치됐다. 김윤태 교수는 "반대파와 소통과 대화를 하고, 능력 없는 사람이나 실패한 사람까지도 포용하고 기회를 주는 리더십, 그게 현 정부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였고 국민들이 실망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촛불 집회와 용산 참사 정국에서 보여준 이명박 정부의 공권력 일변도식 대응이 대표적이다. 김연철 소장은 "우리사회가 갈등을 조정해나가는 방식들이 정착해 나가는 과정에 있는데 공권력의 폭력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방식으로는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정상호 교수는 "시민사회와 거버넌스가 없어진 와중에 믿고 기댄 건 검찰과 경찰, 국정원 권력"이라며 "거꾸로 가는 추세의 총체적 귀결이 촛불과 용산사태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손혁재 교수는 "국민들을 설득하는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통제와 억압과 회유의 대상으로 본 것"이라며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내각이든 마음속의 명박산성을 없애지 않으면 촛불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북관계의 악화도 이명박 정부의 기계적 대응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다. 김연철 소장은 "1971년 이후 정부는 우리의 필요에 따라 남북 대화를 추진했던 경험이 있는데 이명박 정부가 '북한이 변화할 때까지 기다리겠다, 대화하지 않겠다'고 하는 건 굉장히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가 남북관계를 이렇게까지 가져갈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보면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의 진정성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김윤태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보수파를 설득하기에는 유리한 위치였는데, 말로는 실용이었지만 내용이 협소한 반북이데올로기에 근거한 비현실적인 상호주의를 적용해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손혁재 교수는 "한반도의 분단 상황에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감수해야 할 사회, 경제, 정치적 비용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어서 그렇다"고 혹평했다.

정상호 교수는 "앞 정권의 모든 걸 부정하다 보니 정책적으로 좋은 방향을 소생시키고 업그레이드 시키는 게 아니라 사장시키고 있다"면서 "경제 살리기 덫에 빠져서 다른 분야의 전체적인 기능이 저하돼 있다"고 국정의제의 확장을 주문했다.

ⓒ프레시안

"보수도 진보도 대전환 해야"

국정운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엔 이견이 없었다. 정상호 교수는 "국민들이 출범 1년까지는 책임을 외인론으로 양해해주는 경향이 있지만 이제는 철저하게 내재론으로 평가를 한다"고 집권세력의 각성을 요구한 뒤 "책임정치를 할 것과 갈등적 정치입법에서 민생입법으로 전환할 것, 조·중·동의 '코치정치'에서 전환할 것" 등을 주문했다.

김윤태 교수는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있지 않으면 이 정부는 민주주의 후퇴를 넘어 정치적 자유를 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깊이 있는 성찰을 통해 리더십과 거버넌스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손혁재 교수는 "대통령이 열린 마음을 갖기를 기대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소통이 없다면 이 정부는 현 상황에서 한발도 앞으로 갈 수 없을 것이다. 국민과의 소통, 야당과의 소통, 함께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다른 구성원과의 소통을 통해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연철 소장은 "이 정부가 스스로 다수의 국민적 지지를 얻고자 하는 노력을 포기하는 한, 그 결과는 대안세력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스스로 자멸하고 붕괴해 가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며 "지난 정부의 정책이나 공과 과에 대한 면밀한 리뷰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 정부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대안으로 부상하지 못하고 지리멸렬한 진보개혁진영에 대한 주문 역시 다양했다. 정상호 교수는 각개약진하는 진보개혁진영 싱크탱크의 네트워킹을 위한 '싱크탱크 연대회의' 구축을 제안하며 "진보와 중도가 주요 정책에 대해 단일의제를 만들고 민주노총, 민주당, 시민사회운동의 내부혁신과 쇄신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에 착수해야 한다"고 했다.

손혁재 교수는 "어려운 담론적 대안이 아니라 지금 당장 현단계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실질적 대안을 만들어내는 고민들을 해야 할 것"이라며 "MB악법 저지 결사투쟁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무얼 원하는지를 바탕으로 정책적 대안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윤태 교수는 진보개혁적 관점에서 지난 10년에 대한 반성적 성찰의 필요성을 언급한 뒤 "서민들이나 취약계층들이 원하는 마이크로 정책과 거시적 정치 담론을 결합시켜 국민을 설득해 낼 수 있는 능력, 이게 진보개혁진영에 부족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연철 소장은 "제도권이 담을 수 없는 소수담론들은 NGO의 고유 역할로 남겨두더라도 최소한 국가적 아젠다를 다루는 시민운동 쪽에선 정당정치로 가야 한국 정치가 바뀌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다음은 지난 23일 오전 <프레시안> 회의실에서 진행된 좌담 전문.

실용정부인가 이념정부인가?

김윤태 : 이명박 정부는 역대 대선에 비해 가장 압도적인 표차로 등장한 것에 비해 너무 빠른 시간에 지지율이 급락했다. 더욱이 경제위기에 직면해서 정부에 대한 신뢰나 기대가 많이 약화돼 정치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명박 정부 1년 평가하고 집권 2년차를 전망하면서 우선 이명박 정부의 등장의 의미를 정치사적으로 다시 한 번 되새겨봤으면 한다.

▲ 손혁재 경기대 교수 ⓒ프레시안
손혁재 : 이명박 정부는 처음으로 국민의 경제적 선택에 의해 등장했다. 군정 종식이나 정권교체 같은 정치적 선택이 주가 됐던 과거 선거와 달랐다. '경제 살리기'라는 명제에 국민이 치중한 것인데, 여기에는 국민들이 공동체 전체의 공동선보다는 개별적 경제적 이해관계, 즉 욕망에 빠진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개인의 경제적 욕망이 발현된 것이든, 개인의 욕망을 적당히 포장한 것이든, 문제는 경제 살리기에 적합하고 유능한 정부인가다. 그런 면에서 이명박 정부는 대안 없는 보수정권이라고 할 수 있다. 747은 우스갯소리가 됐다. 선거 당시에도 어떤 방식으로 747을 이루겠다는 게 나와 있지 않았다. 경제전문가라는 이미지를 내세우거나 참여정부가 너무 경제를 못했으니 내게 맡겨주면 잘 하겠다는 식의 프레임으로 선거를 치렀다. 참여정부에 대한 반발과 묻지마 선택의 결과 대안 없는 보수정권이 등장했다고 본다.

정상호 : 군사독재 시절과는 다른 측면에서 민주정부 10년의 국정운영을 국민들이 평가했던 것이다. 지난 10년에 대한 부정적 평가 속에서 또 다른 솔루션을 기대한 것이다. 그것이 신개발이 됐건, 신권위주의, 혹은 신보수주의가 됐건 경제적 비전을 낸 것에 국민들이 다수표를 줬고 이명박 정부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그러면 겨우 1년이 지났을 뿐인데 나타난 급속한 반전은 무엇이냐. 취임 1주년 시점에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특징이 있다. 지지도가 떨어졌음을 감안해도 '베스트 5'나 '워스트 5'가 있어야 하는데 잘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평가가 너무 많다. 지지율 30% 정도 되면 그래도 잘했다는 항목이 부분적으로 나와야 한다. DJ 정부 때는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져도 대북분야에서는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무현 정부 때도 언론개혁이나 지역균형발전 등이 추동력이 됐다. 다른 한편으로 이명박 정부를 지칭하는 단어에 처음에는 '신(NEW)'이 붙었다. 쿠데타 같은 불법통치가 아니라 민주적 방식으로 개발하고(신개발주의), 권위주의를 하고(신권위주의), 보수주의적으로 작동이 가능하다(신보수주의)는 것이었는데, 이제 '신'은 없고 보수주의, 권위주의, 개발독재만 남아있다. 그것이 1년을 평가하는 현주소다.

김연철 : 한국에서 본래적 의미를 갖는 단어들이 고생하고 있다. 제일 고생하는 게 '보수'다. 뉴라이트 현상이 그렇고, 최근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프레임은 친북좌파 프레임이다. 역사교과서 개정이나 대북정책 문제, 각종 지식분야에 나타나는 반동적 움직임의 기본 프레임이 그것이다. 이명박 정부 시각에서 보면 한국에는 좌파가 80%가 넘을 것이다. 제일 오른쪽에 서서 자기를 제외한 사람은 모두 좌파라는 시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대체로 뉴라이트나 신보수 등의 말에서 '네오'가 갖는 의미가 있는데, 실제로 보이는 현상들은 아주 오래전에 봤던 현실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그런 현실에 직면한 당혹감, 당황스러움이 있다. 이명박 정부의 성격을 여러 가지로 볼 수 있겠지만, 김대중 정부 이후 나타난 남북화해 무드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정착 과정에서 소외됐던 보수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의 부활이 지금의 난맥상을 설명하는 키워드가 아닐까 생각한다.

손혁재 : '보수'란 말이 고생한다고 했는데, 대안 없는 보수정치도 같은 말이다. 보수는 지켜야 할 가치를 말한다. 그러나 현 정부에게 지켜야 할 가치랄 건 없다. 참여정부, 국민의 정부, 혹은 그 이전의 우파 정부에게는 최소한 자기가 지키려고 하는 가치가 있었다. 일종의 가치공동체가 권력을 형성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정책결정을 하는 걸 보면 기득권 집단이 기득권을 극대화하기 위해 결합한 것이지 무언가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실천하려는 노력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오로지 자기의 이익이 중요하고, 그 이익에 반감을 갖거나 줄이려는 사람들은 '좌빨'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이다. 지금 같아선 집권 세력에게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 모독이 될 수 있다. 집권 세력이 가장 오른쪽에 서 있기 때문에 죄다 왼쪽이 되는 것이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부터 좌파, 친북 같은 프레임이 먹히지 않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치 분야에서는 일정한 효용을 발휘하는 게 아닌가 싶다. 국민들이 그런 프레임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실제로 그렇게 생각해서가 아니라 좌파라고 지칭된 사람들이 혹시 내 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하지만 그런 프레임도 곧 깨지지 않을까 싶다. 여전히 그 프레임을 가져간다면 지금 유지하는 지지기반마저 무너질 수 있다.

김윤태 : 지난 대선 결과에는 노무현 정부의 지지기반이 붕괴된 것이나 이명박 후보가 서울시장 때 낸 성과에 대한 기대심리도 있었겠지만, 경제 살리는 데에는 CEO 리더십 필요하다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확산됐던 것 같다. 민주화, 정치개혁, 남북통일 등의 주제가 경제로 간 것은 재테크나 재산 불리기 등이 사회와 정치생활까지 지배하고 국가를 이끌어가는 대통령의 리더십까지 규정하는 시대적 분위기로 간 게 특징이다. 문제는 경제 살리기의 비전이 있었느냐다. 민영화, 감세, 탈규제를 말했지만, 이건 대처나 레이건 시절 이야기이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유시장 이데올로기가 철지난 유행가가 됐는데 아직도 그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세계사적 변화, 시대 조류를 잘 읽지 못하는 한계가 아닌가 싶다. CEO형 리더십도 이 기회에 다시 봐야 한다. 과연 CEO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가. 10명의 사원이 있는 회사를 경영하는 사장도 100명이 거주하는 마을의 이장을 못한다. CEO는 이윤을 못 내면 사람 자르면 되지만 이장은 노동 능력이 없는 주민이라 할지라도 마을을 떠나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파와 소통과 대화를 하고, 능력 없는 사람이나 실패한 사람까지도 포용하고 기회를 주는 리더십, 그게 현 정부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였고 국민들이 실망한 부분이다. 이명박 정부가 왜 이념갈등이나 정치투쟁에 매달리면서 과거를 고수하려는지 이해가 안 되는 면이 많이 있는데, 그렇게 보면 실용주의 정부라기보다는 이념정부가 아닌가 싶다.

손혁재 : 실용주의 자체가 이데올로기다. 이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어필한 것이 크게 두 가지다. 젊은 나이에 대기업 CEO가 됐다는 것과 갖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 임기 안에 청계천 사업을 이룬 것이다. 이는 국민들의 착시다. 첫째는 현대 신화가 이명박 신화인 것처럼 믿은 착시이고, 청계천을 이뤄냈던 추진력이 있으니까 우리 경제를 살려낼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착시다. 폴 케네디는 대기업 CEO는 대통령 되면 안 된다고 했다. 기업원리와 국정운영 원리가 다른데, 기업을 잘했으니 대통령도 잘 할 것이라고 국민들이 잘못 인식했다. 예를 들어 복지비 지출은 기업 CEO 입장에서 보면 쓸데없는 지출이다. 그러나 국가 입장에서는 긴요한 것이다. 현 정부가 복지분야를 줄여나가는 것은 CEO적 관점에서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CEO로서는 훌륭했는지 모르지만 국가지도자로서는 상당한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데, 기본 습성은 고쳐지지 않을 것 같아 걱정스럽다.

▲ 정상호 한양대 교수 ⓒ프레시안
정상호 : 이명박 정부는 왜 '베스트 5'가 없을까, 왜 이렇게 못할까를 보면 집단적 능력의 문제 등이 있겠지만 이들이 잘 할 수 있는 지점도 있었다고 본다. '신'자가 붙을 수 있던 지점들, 즉 선진화, 공동체 자유주의, 저탄소 녹색 성장 등의 가치다. 이는 수사학에 불과하고 내용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나쁜 가치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것들이 수긍할 수 있는 가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추진함에 있어서 사회적 저항에 부딪히는 건 대화 모색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민주정부는 그나마 대연정이나 노사대협약, 여야 영수회담처럼 대화를 하려는 시도는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편향적 정부이면서 대표성이 좁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 박정희 정권 때는 독재이긴 했어도 정작 국민들은 그 정권에 대한 대표성을 매우 넓게 봤다. 대화와 소통에 관해서 이 정부는 자기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대화할 그림이 없고 그럴 생각도 없는 것 같다. 그런 문제제기를 할 만한 내부 집단도 없다. 시민사회비서관 등 공식 채널조차 없다. 국민소통비서관을 뒀지만 용산 이메일 사건으로 그 성격이 나타난 것 아닌가. 편협한 대표성, 그리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 정당, 시민사회 채널이 동맥경화에 걸린 듯이 좁아지고 있는 게 문제의 본질이 아닌가 싶다.

김윤태 : 이명박 정부가 내건 경제 살리기와 CEO 리더십이 국민의 지지를 얻어 집권에 이르렀겠지만 집권 후 이것이 작동이 안 되는 이유는 말로는 실용주의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경직된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라고 본다. 녹색성장을 말하지만 토건사업이나 대운하 비슷한 4대강 살리기에 돈을 지출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시대에 안 맞는 방법론을 사용하고 있다. 소통을 안 하는 신권위주의, 경제로 모든 걸 보는 신자유주의적인 생각이 변화된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도록 한 게 아닌가 싶다.

정상호 : 이 정부의 성격에 '신'자를 붙이면서 이 사람들이 친북좌파라고 얘기할 줄은 몰랐다. 그런 것들을 안 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신'이나 '네오', '뉴'가 붙는 것이다. 유신 때도 영수회담은 중요한 국면타개 방식으로 작동했다. 권위주의 정권도 여야 간 대화채널을 기능적으로라도 활용을 했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부의 성격에서 '신'자가 탈각됐다고 여겨지는 건 그런 지점들이다. 적어도 절차적 제도가 지켜질 줄 알았고 상대방에 대해 이념적 잣대를 씌우려는 낡은 방식은 떠날 줄 알았다. 대운하보다는 세련된 방식을 쓸 줄로 믿고 '신'자를 붙였는데, 1년 동안의 그러한 개념화가 이제 와서는 학자들만의 얘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손혁재 : 누구를 위한 실용인가도 중요한 문제다. 성과를 위해 속도를 중시하고 이념을 탈피한다고 했는데, 그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밀고나가는 게 누구를 위한 것이냐가 중요하다. 그런 정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역사와 미래, 국민에 대한 성찰이 없다. 실용이라고 내세우는 정책은 모두 1%를 위한 정책이다. 기업 살리기라고 하는데 정작 기업들은 죽어나간다. 1% 대기업을 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친화적이라지만 노동자, 소비자는 죽어나간다. 대기업 오너들만 반길 정책을 편다. 실용이라는 것이 말로는 좋은 것 같지만 현 정부가 추진하는 1% 실용은 위험하고 실패할 수밖에 없다.

김연철 : 지난 정부들과의 관계, 연속성, 공과 과에 대한 평가나 새로운 것을 제시하는 문제를 짚고자 한다. 인사 정책을 예로 들자면 과거 정부에서 일했던 사람이라도 유능하면 툭툭 털고 쓰는 것이 실용 아닌가. 과거 정부에 근무했다고 다 잘라 버렸다. 남북관계도 6.15, 10.4 선언 계승 문제가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는데, 과거정부가 합의했더라도 좋은 것은 쓰는 게 실용이다.

촛불, 경제위기, 그리고 공권력

김윤태 : 이명박 정부가 등장하자마자 촛불 정국이 발생했다. 정부가 시민사회와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경제위기에 직면한 이후에도 국가가 경제를 어떻게 관리하고 개입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두 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보자.

▲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 ⓒ프레시안
김연철 : 촛불의 이슈는 쇠고기 수입 관련 문제다. 그 문제 발생한 초기부터 다뤄나가는 과정을 보면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방식의 차이를 보게 된다. 87년 이후 20년 이상 세월이 흘렀고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다양한 민주적 방식이 정착됐는데, 이번에는 87년 이전 과거에 익숙하게 봐왔던 권위주의적 대응이 충돌을 빚은 게 아닌가 싶다. 아고라 광장에 갑자기 선글라스 쓰고 군화발로 나타나 쿠데타를 한 형국이랄까. 미네르바를 신지식이이라고 할 정도로 과거의 전통적 지식인상에서 벗어나 온라인에서 지식을 구하고 소통을 해 나가면서 사회와 정책을 바라보는 수준이 높아진 상황인데, 그걸 획일적으로 통제하면서 발생한 충돌이다. 용산도 마찬가지다. 우리사회가 미흡하지만 갈등을 조정해나가는 방식들이 정착해 나가는 과정에 있는데 갑자기 공권력의 폭력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방식이 시대와 불화를 일으켰다. 그런 방식으로는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싶다.

김윤태 : 87년 이후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는 공고화되는데, 이명박 정부에서 발생한 사회갈등에서 권위주의 회귀나 민주주의 후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그런 것 같다.

정상호 : 민주주의 후퇴가 틀림없어 보인다. 선거를 통해 집권했고, 다수당이 의회에서 절차에 따라 한다는데 뭐가 문제냐라는 주장에는 문제가 있다. 이 정부 들어와 실종된 언어가 있다. 본래적 의미가 상실된 언어다. 상실된 언어의 시초는 5공 때 나온 '정의사회 구현'이다. 광주를 거친 정권이 정의사회를 구현한다고? 이 정부에서는 녹색성장이나 공동체 자유주의가 본래적 의미를 상실했다. 또한 시민사회라는 언어도 상실됐다. 시민사회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겪으며 대화의 파트너로 격상 됐는데, 이 정부 들어서 어느 순간 없어져버렸다. 한국사회에는 시민사회가 해체됐거나 분화됐다. 또 없어진 단어가 거버넌스다. 이제는 이 방식 자체가 없어졌다. 그런 것들의 총체적 귀결이 촛불과 용산사태로 나타났다. 시민사회와 거버넌스가 없어진 와중에 믿고 기댄 건 검찰과 경찰, 국정원 권력이다. 거꾸로 가는 추세를 확인시킨 게 촛불사태였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 뒷산에서 아침이슬 불렀다는 건 겉과 속이 다른 불일치다. 이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한 이후 나타난 현상은 제2의 촛불이 나타나면 검찰과 경찰로 누르겠다는 게 내부의 결론이 아닌가 싶다. 노무현 정부의 탄핵사태와 이명박 정부의 촛불 사건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여론, 혹은 국민 주권에 대한 잘못된 독해다. 노 전 대통령은 탄핵에서 반전된 에너지로 임기 중반부터 개혁 드라이브를 본격화해야 했는데 못했다. 거꾸로 이 대통령은 촛불에서 나타난 여론에 저항하기보다 수렴하는 전환점을 찾는데 실패했다. 경제살리기나 녹색성장을 하기 위해서도 시민사회, 거버넌스, 여론과 제도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어야 하는데 정반대로 갔다. 검찰과 경찰을 통한 해결로 손쉽게 선회했다는 것이다. 촛불은 대단히 중요했지만 잘못 대응했다.

손혁재 : 촛불시위라는 게 현 정부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이 무엇인가를 가르쳐준 좋은 계기다. 그걸 제대로 읽지 못하다보니 문제 해결을 못한 것이다. 현 정부가 금과옥조로 내세우는 실용에는 국민을 위한다는 게 빠져있고, 또한 소통에도 문제가 많다. 촛불에 대한 대응은 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촛불 정국을 쇠고기 안전성 문제로 몰아갔다. 초점을 흐리거나 문제의 범위를 좁혀서 해결하려 했다. 배후에 좌파가 있다고 책임을 전가하기도 했다. 희생양을 만드는 것이다. 국민들을 설득하는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통제와 억압과 회유의 대상으로 본 것이다. 명박산성은 시민들이 청와대로 가는 걸 막은 게 아니라 자신을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들과 소통의 길을 막은 것이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내각이든 마음속의 명박산성을 없애지 않으면 촛불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것이다. 촛불에 대한 성찰이 없으면 시민사회는 귀찮은 존재, 배제의 존재가 될 것이다.

정상호 : 시민사회와의 소통 문제도 있지만, 내부적 소통에도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촛불이 가져온 최대 피해자는 당이다. 촛불을 친북좌파들의 음모로 규정하면서 한나라당의 소장파 세력이나 합리적 중도, 보수가 그 이후에 침체되는 양상을 보인다. 보수 지식인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이문열씨가 '불복의 정치'를 말했다. 친노, 민노 세력의 뒤늦은 역전으로 해석했는데, 나는 놀라웠다. 용산 사태 때도 신지호 의원은 도심테러집단이라고 했다. 이런 식으로 보수적 지식인들도 대통령이 명박산성 하듯이 좁아졌다. 내부적 견제가 없는 게 이명박 정부의 큰 문제다. 이건 부정과 부패의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 한나라당의 소장파로 불리는 의원들이나 박세일 교수 등 보수적 지식인들 중에 합리성을 가진 사람들도 침묵의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김윤태 : 시민사회와의 소통이 단절된 데는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에 대한 철학적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정치적인 고려도 상당히 원인이 됐다고 본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는 박근혜 대표보다 훨씬 중도, 진보성향을 보였다. 그래서 중도표를 압도적으로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집권 후에는 촛불시위를 분수령으로 훨씬 강경보수로 가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지지율이 떨어지니까 전통적 지지층 등 강경보수 세력에게 더 부합되는 정치 전략으로 선회한 게 아닌가 싶다. 전통적 지지층을 결합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게 시민사회와의 정면대치하고 충돌을 빚고 있다. 경제위기 실상에 대해서도 고통분담이나 합의를 호소하기보다는 정치적 계산에 의해 임시방편으로 자신들은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이 없는 식으로 호도한다든지 낙관적 기대를 하고 있다. 다음 선거를 염두에 두고 국민을 상대로 정치하기보다는 단기적 선거공학적 계산이 지지기반을 협소하게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손혁재 : 이 정부의 실용주의는 성과지상주의다. 속도전이다. 노자에 정치는 작은 생선을 굽듯이 해야한다는 얘기가 있다. 센 불에 구우면 다 타버리고 눌어붙으니 맛있게 구우려면 약한 불에 서서히 구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정부는 빠른 시일 내에 성과를 내야 하니까 작은 생선이 불에 타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성급하게 구웠구나하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책임을 돌리려 한다. 누가 이렇게 센 불을 가지고 왔어 하는 식이다. 성과 내는데 방해되는 건 모두 막으려 한다. 촛불 집회도 '한미간 현안 중에 하나였던 쇠고기 문제를 내가 해결하고 왔는데 국민들이 박수는 못치고 좌파들에게 놀아나 나를 핍박한다'는 생각을 하고 누른 것이다.

정상호 :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이미지는 합리적 이미지였다. 중도보수로 설정이 돼 박근혜 전 대표보다 훨씬 개혁적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최근 나타나는 민심이반의 핵심은 수도권, 화이트칼라, 20대다. '신'이나 '네오', '뉴'가 떨어진 것과 이 현상이 결박돼 있다. 제도적으로 단임제 하에선 단기적 성과주의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집권 초에 성과를 내고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시적으로는 인사정책을 지적하고자 한다. 고소영, 강부자 인사나 인수위 때부터 말 많던 강만수 장관을 기용한 것 등은 협소한 대표성을 보여준다. 이처럼 국정지지도의 급격한 하락은 사회경제적 외재론도 있지만, 순수하게 대통령에게 귀속시킬 수 있는 몫도 크다.

김연철 : 오바마 행정부가 초당적 거국을 구성하고 경쟁자들을 기용한 것이나 정책 추진을 위해 공화당의 협조를 구하는 건 현시점에 갖는 의미가 있다. 겪어보지 못한 세계적 위기상황을 극복해 가야 하는데, 하나의 정파가 이를 극복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 책임을 공유하고, 협조를 구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야당의 협조나 국민의 협력 등 위기극복 공유의 방식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유독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 환율이나 성장률 문제는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왜 한국이 유독 심하게 나타나는가 하는 문제는 경제위기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손혁재 : 이명박식 CEO 리더십의 한계다. 대통령이 '내가 제일 잘한다.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장관의 존재를 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사람이 아니라 집행할 사람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올드보이들이 귀환하는 것이다. 강만수가 그렇다. 토건산업이 주류를 이루던 시대의 정책을 집행하다 보니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뀐 지금 먹혀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97년 외환위기 때는 국내적 위기여서 그나마 노력해서 극복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외부에서 원인이 온 것이기 때문에 더 어려운 상황이다. 70~80년대의 고도성장 패러다임을 적용하려다 보니 경제위기 극복이 어려운 측면이 나타난다. 현재의 경제위기 해법에서 이명박식 CEO 리더십의 한계가 드러난 게 아닌가 싶다.

김윤태 :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도 반대당인 사회당 사람을 기용하기도 하고 이념의 틀을 떠나서 필요한 정책은 채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정부는 리더십도 협소하지만 이념에서도 편협성에 갖혀 있는 모습을 많이 본다.

손혁재 : 지난해 대선 직후 좌담에서 이명박 정부를 예측하며 세계의 신보수 정권을 보면 가장 오른쪽이 사르코지, 중도적 성향이 메르켈이고 MB정부는 그 중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 보면 우리가 예측했던 것이 100% 빗나간 것이다. 예상을 초월해 가장 오른쪽으로 갔다. 인사정책도 그렇다. 인사권은 대통령이 행사하는 것이지만 국민이 위임해준 권한이다. 국민을 위해 행사해야 한다. 대통령이 누구와 함께 일하는가는 대통령의 신뢰와 관련된 문제인데 그걸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맘에 안 들면 안 쓰는 스타일을 보인다. YS도 그랬다. 맘에 들면 쓰고 안 들면 안 썼다. 인사실패가 예정돼 있다. 이 대통령의 리더십에 원초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남북관계, 10년 성과를 뒤집은 '잃어버린 1년'

김연철 : 국정을 운영하는 전반적인 철학과 방식은 남북관계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첫째는 지나치게 이데올로기적이다. 실용이라는 말을 썼지만 대체로 보면 친북좌파 프레임에 맞춰서 지난 정부에서 있었던 합의를 뒤집어 온 게 지난 1년의 과정이었다. 지나치게 국내정치적인 관점으로 남북관계나 외교를 바라보는 게 문제다. 보수결집을 위해 통일교육 지침을 바꾼다거나, 6.15, 10.4 선언에 대한 서술을 바꾼다거나 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큰 틀에서 보면 '잃어버린 10년' 프레임이 대표적으로 적용된 분야가 남북관계가 아닌가 싶다. 결정적인 문제는 지난 10년 이전의 역사와도 배치된다는 것이다. 박정희 정부 때 7.4 공동성명이 채택됐고 전두환 정부 때인 84년에는 북한의 수해물자를 받고 이산가족이 상봉했다. 노태우 정부도 남북 기본합의서를 채택했다. 이렇게 71년 이후 정부는 우리의 필요에 따라 남북 대화를 추진했던 경험이 있다. 이명박 정부가 북한이 변화할 때까지 기다리겠다, 대화하지 않겠다고 하는 건 굉장히 예외적인 상황이다. 외교 분야도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이데올로기적으로 접근하다보니 한미관계 현안에서 파열음이 난다. 쇠고기 수입 과정에서 그게 나타난 것이다. 앞으로 그런 현안이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 든다. 이명박 정부의 대응방식이 장기적으로는 한미관계를 악화시킬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

손혁재 : 외교에서도 이명박식 실용주의가 드러났다. 북한의 태도를 상수로 두고 우리가 북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한반도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실용인데, 일종의 상호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실용이라고 하지만 대단히 비실용적인 접근이다. 또한 남북관계는 6자회담 등 남북 당사자의 의지보다 더 강하게 작용하는 외부적 요인을 고려해서 가져가야 하는데,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준만큼 받자, 퍼줬는데 못 받으니 기다려보자는 식이다. 오바마 정부 들어서 북미관계가 바뀔 텐데 이 정부는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 미국과의 관계도 대미 일변도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겠다고 생각해야 한다. 미국에 잘 보이면 다른 건 문제 없을 것이구나 하고 대미 일변도로 나가는 건 큰 문제다. 한미관계도 실패하고 남북관계도 20, 30년 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한반도의 분단 상황에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감수해야 할 사회, 경제, 정치적 비용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어서 그렇다.

▲ 김윤태 고려대 교수 ⓒ프레시안
김윤태 : 과거 10년 민주정부의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살피고 보수 정부이지만 남북관계 진전에 무엇을 기여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역사적 성찰을 하면 좋을 것 같다. 독일의 빌리 브란트가 추진한 동서독 간의 상호교류 협력은 집권당이 바뀌어도 지속됐다. 그게 독일 통일의 기틀이었다. 정파를 초월해 일관성을 유지했다. 미국의 닉슨도 공화당이지만 중국과 막후협상을 해 수교를 맺고 전쟁 위험을 줄였다. 미국내에선 오히려 보수적인 공화당이 국민들을 설득하는데 유리했다. 이명박 정부도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보수파를 설득하는데 유리한 위치였는데, 말로는 실용이었지만 내용은 협소한 반북이데올로기에 근거한 비현실적인 상호주의를 적용해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다. 북한의 협상 태도도 책임이 있지만 10년간 민주정부가 쌓아온 교류협력 기반이 지금 어려움에 처한 걸 보면 현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들은 상당한 실패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는 단순히 외교안보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경제에도 악영향을 주고 국제적인 한국의 위상에도 불이익을 줄 것이다.

김연철 : 박정희 정부는 독특한 국제질서가 있었지만, 전두환 정부부터 대북정책은 한반도 상황을 전반적으로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에서 추진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왜 북한과 대화를 했겠나.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치르기 위한 환경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사회주의권 붕괴라는 환경에서 새로운 교류관계에 대한 필요가 있어 남북관계를 진전시켰다. 닉슨 행정부가 소련과 데탕트를 하고 중국과 관계개선을 했던 이유도 그런 것이다. 베트남전이 남긴 재정적자 환경을 대외관계를 통해 돌파하겠다는 나름의 전략이 발현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정치적 대결은 물론이고 군사적 충돌까지 임박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중요한 건 남북문제가 경제에 미칠 영향이다. 외국인 투자자나 경제주체들은 안보가 불안해졌을 때, 즉 투자의 안정성이 보장 안됐을 때 투자하지 않는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가 남북관계를 이렇게까지 가져갈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보면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의 진정성도 이해하기 힘들다.

정상호 : 대통령의 아젠다 정치를 살필 필요가 있다. 중요한 과제들을 정해놓고 가야하는데 싱글이슈로 가고 있다. 경제 살리기로 모든 걸 모으다보니 다른 게 죽었다. 복지가 죽고 외교가 죽었다. 외교는 보수주의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이다. 특히 전임정권에서 다져놓은 다자외교, 동북아외교, 자원외교는 단절할 필요가 없다. 기능적으로 발전만 시키면 된다. 그러나 앞 정권의 모든 걸 부정하다 보니 정책적으로 좋은 방향을 소생시키고 업그레이드 시키는 게 아니라 사장시키고 있다. 지난 10년간 발전돼 온 것들이 폐기되는 것이 '워스트' 목록에 들어갈 만하다. 대통령이 아젠다 정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경제 살리기 덫에 빠져서 전체적인 기능이 저하돼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손혁재 : 노동부 같은 경우는 노동자 이해관계를 대변할 사람이 장관이 되는 게 옳다. 현 정부 들어선 경제단체 입장과 똑같은 사람을 장관을 시키니 될 리가 없다. 사용자측 이해 관계는 다른 경제부처가 대변한다. 노동자 이해관계를 대변할 유일한 부처인 노동부장관도 기업 이해관계에 충실하다보니 안 된다.

김윤태 : 현 정부의 외교안보팀에 외교 철학이나 전략이 부족한 게 아닐까 싶다. 통일부를 없애야 한다는 사람을 통일부 장관에 임명했다. 외교의 ABC는 당근과 채찍이 함께 가는 것인데, 유화정책은 무조건 퍼주기로 생각하면 대화가 안 된다. 미국도 레이건 때 악의제국이라면서도 핵군축을 통해 소련과 대화와 타협을 했다. 현 정부처럼 접근하면 외교안보도 불안해지고 경제적으로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외교안보 전체적으로 현 상황을 냉정하게 보고 국익을 증진시킬 사람으로 장관을 바꿔줘야 한다.

진보도 보수도 각성하지 않으면 퇴보

손혁재 : 지난 1년을 보면 야만과 광기의 역사가 부활한 것 같다. 너무 심하지 않나? 사라진 줄 알았던 국가폭력이 나왔다. 현 정부가 잘하기 위해선 소통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국민소통비서관을 만들었지만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알기 위한 소통이 아니라 우리가 잘하는데 왜 국민이 몰라줄까 하는 홍보로 소통을 이해하는 것 같다. 소통이 없다면 이 정부는 현 상황에서 한발도 앞으로 갈 수 없을 것이다. 국민과의 소통, 야당과의 소통, 함께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다른 구성원과의 소통….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비판은 금단의 열매가 됐다. 이를 건드리면 보복과 탄압이 뒤따른다. 미네르바 구속에서 잘 드러난다. 반대의 목소리에 족쇄를 가하는 게 아닌가 싶다. 금단의 열매가 된 정부 비판, 부재한 소통이 지속되는 한 현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 또한 실용이 갖는 문제, 즉 성과에 매달리지 말고 시대적 상황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국내외 정세는 어떠한지 등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한나라당 국회의원들도 이 대통령에 대해 이따금 반대 목소리를 내지만 대통령이 째려보면 바짝 엎드려서 소리가 흩어진다. 하지만 내부 목소리에 대통령이 열린 마음을 갖기를 기대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 외부의 자극이 있어야 한다. 보수적 지식인 책임도 있지만, 진보진영의 지식인들도 제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김윤태 : 소통의 리더십이 절실하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이 정부가 민주주의에 대해 커다란 오해를 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공고화되는 과정은 단순히 투표권만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 정권교체가 2, 3번 이뤄지면서 권력이 다음에 반대 세력으로 이양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게임의 법칙으로 합의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대의민주주의에서 다수당으로서 집권하면 다수결의 원리를 주장해도 된다는 생각이 극단적으로 나가면 다수는 선이고 소수는 악이라는 주장으로 발전한다. 소수의 권리가 다수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약화시키는 것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민주주의가 모든 것을 일사천리 다수결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소수 권리를 보장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라는 걸 깨닫는 게 시급하다. 국회나 시민사회와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가고 점거나 농성, 시위와 갈등으로 나가는 것이다. 미네르바 구속이야말로 민주주의 후퇴를 보여주는 것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있지 않으면 이 정부는 민주주의 후퇴를 넘어 정치적 자유를 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국정운영을 정상적으로 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깊이 있는 성찰을 통해 리더십과 거버넌스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연철 : 한국 정치가 비극적이다. 누가 잘하느냐가 정치의 게임이어야 하는데 누가 못하나 게임이 된 것이다. 지난 대선이 노무현 정부에 대한 보수적 반발과 진보진영의 좌절감이 결합되면서 대중들의 반사적 선택으로 나타났다면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 정부가 스스로 다수의 국민적 지지를 얻고자 하는 노력을 포기하는 한, 그 결과는 대안세력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스스로 자멸하고 붕괴해 가는 과정이 있을 것이다. 굉장한 불행이다. 이 악순환을 깨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성향과 기호에 따라 정권이 바뀌긴 하는데 곧바로 절망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도 지난 정부의 정책이나 여러 부분들에 대한 면밀한 리뷰 과정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리뷰는 공도 있고 과도 있다. 공을 계승하고 과를 보안하는 것이다. 진보진영에게도 지난 정부에 대한 성찰이 대안을 만들어가는 기초가 아닐까 싶다. 그런 논쟁에 참여하거나 작업들을 해야 하는데 없는 것 같다. 최소한 진보개혁진영에서라도 지난 정부에 대한 면밀한 평가와 반성, 새로운 대안의 제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정상호 : 인식의 전환이 핵심인 것 같다. 이명박 정부가 성공한 정부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용인한다. 도와줄 용의가 있다. 비판하는 세력을 다 적으로 돌려선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최대 피해자는 서민과 비정규직 시간강사 등 낮은 데로 전가된다. 비판을 받아들이기를 바라면서 세 가지 전환을 주문하고 싶다. 우선, 국민들이 출범 1년까지는 책임을 외인론으로 양해해주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철저하게 내재론이다. 우리 정부의 무능력과 책임이 된다. 변명정치가 아니라 책임정치를 해야 한다. 둘째, 갈등적 정치입법에서 민생입법으로 전환돼야 한다. 미디어법 같은 소모적인 논쟁으로 1000만 실업자 시대를 감당할 수 있겠나? 갈등적 정치에서 서민복지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이전 정부의 386을 비판하는데, 조중동의 '코치정치'에서 전환 돼야 한다. 중요 국면에서 조중동이 유포하는 담론에서 정부가 끌려가고 있다. 또한 일부 측근, 상왕정치, 형님정치라고 하는 좁은 정치의 틀에서 벗어나서 보수적 대중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철학은 보수지만 국민에게 호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희망의 근거는 없지만 그런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해줄 수 있는 말이다. 이걸 못하면 실패한 정부가 된다.

손혁재 : 진보진영에서도 뭔가를 해야 한다. 지리멸렬하면 이 정부가 더 오만과 독선에 빠지게 된다. 이 대통령 지지도 떨어져도 야당 지지도가 올라가지 않는다. 무관심층, 무당파층이 늘어나는데, 이는 현 정부가 싫지만 그 대안도 없다는 인식 아닌가. 이미 좌파는 경제는 무능하다는 게 과거 선거를 관통했다. 그 후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 노력을 해야 하는데 실패했다. 그리고 국민들이 볼 때는 노무현, 열린우리당, 시민단체, 민노당,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경향신문, 한겨레가 다 똑같다고 느낀다. 더 심한 사람들은 김정일까지 똑같다고 한다. 그 프레임을 여전히 깨지 못하는 것 같다. 이유는 경제가 어려워서 비판하기는 쉽지만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하는 대안을 못 내고 있어서다. 물론 그 대안을 정부가 수용하느냐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우선 대안을 내고 국민들에게 와 닿도록 해야 한다. 이 정부가 안 받아들여도 국민 호응도가 높으면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어려운 담론적 대안이 아니라 지금 당장 현단계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실질적 대안을 만들어내는 고민들을 해야 할 것 같다. 그와 함께 생활정치가 중요하다. 작년 연말 네덜란드 사회당과 독일 좌파당을 방문했을 때 그들의 공통적 고민이 생활정치였다. 의원들이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대체 나를 뽑아준 사람들은 왜 나를 뽑아줬는지 알기 위해 직접 주민들과 접촉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하더라. 내가 타고 다니는 마을버스가 오지 않을 때 어떻게 제시간에 오도록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더라. MB악법 결사투쟁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무얼 원하는지를 바탕으로 정책적 대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장기적 담론도 만들어야하지만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김윤태 : 지난 1년은 현 정부 위기이기도 하지만 더 큰 위기는 진보개혁세력에게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현 정부의 실정과 무능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지지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는 옳지 않다. 진보개혁세력의 비전이나 정책을 제대로 제시 못해서 대안세력으로 인정 못 받고 시간만 허송세월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민주당을 포함한 정치세력들이 지난 10년간 민주정부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해야 한다. 공도 있고 과도 있다. 민주주의 복지 확대 남북관계 진전도 있지만 잘못한 것도 있다. 왜 지지도가 떨어졌고 새로운 대안은 뭔가 하는 것에 대한 평가가 없다. 내부의 정파적 이해관계 때문에 어렵다면 학계나 시민사회에 위임을 해서라도 지난정부나 대선에 대한 평가와 백서를 내고 미래를 준비하는 청사진을 내야 한다. 영국 노동당은 선거에서 네 번을 지고 난 뒤 외부의 진보 학자들에게 1년간 연구를 의뢰해서 정권을 바꾸기도 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도 분열돼 있는데 당내 정파갈등을 떠나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는 생활정치나 현장에서 마이크로한 정책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한편으로는 거시적이거나 정치적인 담론의 영역에서 진보개혁세력이 위축돼 있다는 느낌이 든다. 대표적인 게 감세다. 증세에 찬성하는 여론은 많지 않다. 그러나 감세는 종부세, 상속세, 법인세 인하처럼 소수에게만 혜택이 가고 있고 투자활성화로 이어졌다는 증거도 없다. 정치적 용어로 포장돼서 감세가 자영업자와 근로자들의 이익처럼 널리 퍼져있다. 루즈벨트 시대에는 토목공사뿐만 아니라 노조의 법률적 인정, 사회보장제도 확대 등 가난한 서민과 실업자에게 엄청난 돈이 들어갔다. 그게 장기적으로 경제 위기 극복의 동력이 됐다. 낙수효과가 아니라 분수효과라는 표현이 있다.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거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인센티브 준다거나 복지를 강화하는 것이 사회 저소득층의 소비를 촉진하고 경제를 회생시키는 분수효과가 될 수 있다. 현장에서 서민들이나 취약계층들이 원하는 마이크로 정책과 거시적 정치 담론을 결합시켜 국민을 설득해 낼 수 있는 능력, 이게 진보개혁진영에 부족한 부분이다. 시민사회와 당내 싱크탱크의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증세 문제도 그냥 증세는 거부감 있으니 불로소득 즉, 금융, 부동산을 통한 소득에 대한 증세는 많은 사람들에게 세원확보 차원에서 공감 받을 수 있다. 증세냐 감세냐, 성장이냐 복지냐는 이분법적 논쟁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 정책을 개발하지 못하면 정부의 지지율 하락해도 진보개혁이 집권 대안세력으로 비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정상호 : 아내가 TV를 보다가 진보적 사회단체가 정부를 비판하면 10년 집권할 때 잘해보지 하고 말하더라. 김용익 전 사회정책수석은 집권을 못 할까봐 걱정이 아니라 지금 당장 집권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진보개혁진영이 개별연구소를 만들어내고 있다. 매일 매일 각개약진 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중요한 것은 진보 싱크탱크 간의 네트워킹 할 수 있는 허브가 필요하다. 조율되는 방식으로 싱크탱크 연대회의가 필요하다. 어떤 의제는 한나라당과 외파 균열선이 있다. 남북관계가 그렇다. 진보와 중도 사이에는 합의가 가능한데, 한나라당과는 안 되는 부분이다. 내파 문제도 있다. 중도와 진보 간의 합의 안 된 한미 FTA 같은 것이다. 경제에 관한 문제, 농업과 환경의 문제, 사회정책의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의 포지셔닝을 가져갈 것인지 진보진영 내부에서 정리해야 한다. 싱크탱크 연대회의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핵심적으로 얘기하는 게 사회협약, 혹은 소통이다. 노사정뿐만 아니라 진보진영 내부에서 단일한 의제를 짜오라는 것이다. 주거, 교육 등 5대의제를 말하는데 이에 대해 진보, 중도 진영의 리딩 섹터가 체계적으로 조율된 안으로 정립을 해야 한다. 진보와 중도가 정책에 대해 단일의제를 만드는 것은 좋은 정치적 과정이라고 본다. 인민전선 같은 사회협약의 내부적 실험이다. 내부의 성찰도 필요하다. 민주노총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전교조, 민주노총, 민주당, 민노당 등의 내부 쇄신의 경로는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모자이크 방식으로 싱크탱크 연대회의를 만들자. 민생과 밀접한 관련 있는 5대 의제에 대해 싱크탱크 연대회의를 통해 단일안을 만들자. 민노총, 민주당, 시민사회 운동의 내부 혁신과 쇄신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에 착수하자고 말하고 싶다.

김연철 : 최장집 교수가 촛불정국 때 제기했던 문제의식 중요하다. 정당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행동정치에는 한계가 있다. 좋은 정당을 만드는 것이 열정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구조화시키고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진보개혁진영 가운데 기반과 영향력이 확대돼 있는 시민운동에서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시민운동이 정치와 거리를 둬야 한다거나 시민운동은 탈정치, 기계적으로라도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좋은 정당 만들어지지 못한 중요한 원인이다. 선진국 민주주의가 발전된 원인 중 하나는 NGO가 고유영역이 있지만, 최소한 국가적 아젠다를 다루거나 포괄적 아젠다를 다루는 데에는 제도권 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제도권이 담을 수 없는 소수담론들은 NGO의 고유 역할로 남겨두고 최소한 국가적 아젠다를 다루는 시민운동 쪽에선 정당정치로 가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그래야 한국 정치가 바뀌지 않을까 싶다.

김윤태 : 이명박 정부의 성격부터 진보진영의 대응까지 포괄적인 주제를 오랜 시간 토론한 것 같다. 좋은 말씀 감사하다.

/임경구 기자(=정리) 메일보내기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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