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장기투쟁 사업장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노동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개최 08.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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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로 마무리 된 이랜드 홍콩원정투쟁


[이랜드 홍콩통신](11) 연재를 마무리하며


오도엽(작가)  / 2008년05월09일 11시23분


['이랜드 홍콩통신'을 마치며]

준비 없이 홍콩으로 달려가 검토도 없이 글을 보냈습니다. 홍콩취재로 6월까지 마감을 하려고 했던 ‘이소선 회고록’은 뒤로 미뤄졌습니다. 한국에 돌아왔더니 이소선 어머니가 껴안아주며 등을 토닥여줍니다. 취재비로 날린 넉 달 치의 생활비가 아깝지 않았습니다.

다시 씁니다. 김석원 한영희 이남신 김애수 박동식 서강봉 권미정 이선아 한지원 이성욱. 그리고 다시 불러봅니다. 유인물 한 장 함께 나눠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땀을 흘릴 때 손수건을 건네기는커녕 카메라를 들이밀어 죄송합니다. 한 발 건너 서 있는 동안 내내 부끄러웠습니다. - 필자 주



여기가 홍콩인지 한국인지 아직도 가물가물하다. 칠박팔일의 뉴코아 이랜드 노동자의 홍콩원정투쟁은 ‘승리’하였다고 쓰며 연재를 마무리할까 한다.

원정투쟁단이 돌아온 다음날(8일), 이랜드차이나홀딩스의 홍콩증시상장은 무산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공모가가 예상에 미치지 못해 상장을 연기하였다고 한다. 일반 공모 마감일까지 예상 공모액의 1%에 그쳤다는 소식도 들어왔다.


▲  원정투쟁단의 활동은 회사의 돈 줄을 끊는 일이 아니라, 이랜드 그룹이 건강한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촉구하는 활동이었다.  


뉴코아 이랜드의 홍콩증시상장 저지를 손가락질 하는 이들도 있다. “당신의 일터가 돈줄이 막혀 망하면 당신들의 일자리도 사라지는 거 아니냐”

원정투쟁단이 홍콩 투자자와 상장 주관사에게 한 말은 “이랜드는 마피아이고 갱스터다”였다. 어떤 투자자가 불법적인 행태에 자신의 돈이 투자되는 걸 원하겠는가. 원정투쟁단은 “투자된 돈이 용역경비들을 동원해 노동자를 폭행하는데 사용되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는데 사용되고, 노동조합을 탄압하는데 사용 된다”고 알렸다. 또한 “불법주류거래, 카드깡, 재고상품을 신상품으로 판매하는 불법에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산 주식이 “마피아나 갱스터”와 같은 범죄 집단에 사용되는 걸 원하는 투자자들은 없을 것이다. 뉴코아 이랜드 노동자도 자신의 일터가 건강한 기업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원정투쟁단의 활동은 회사의 돈 줄을 끊는 일이 아니라, 이랜드 그룹이 건강한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촉구하는 활동이었다.

또한 국내 기업이 국제시장에서 망신을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활동이기도 하다. 이랜드 베트남 공장에서 파업을 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홍콩노총의 한 활동가는 이랜드의 중국 공장에서 아웃소싱과 해고를 일삼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주의 깊게 감시하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세계화 시대에 노동조합조차도 인정하지 않고, 부도덕한 상거래를 한 국내기업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은 다른 국내기업의 국제화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 뻔하다.

이번 이랜드차이나홀딩스의 증시상장 연기는 홍콩증시의 침체와 낮은 예정 공모가에 있다고 한다. 그 뒷면에는 원정투쟁단이 상장 주관사와 홍콩 금융감독원, 증권거래소에 이랜드 그룹의 진실을 밝힌 항의서한 전달과 면담도 작은 일조를 하였을 것이다.


▲  누가 이국땅에서 사슬로 자신의 몸을 묶고, 밥을 굶어가며 거리에서 잠을 자겠는가. 노동자에게 일터는 생명이다.  


뉴코아 이랜드 노동자는 이번 기회에 이랜드 그룹이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건강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노동조합과 대화를 하고, 직원들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고, 건전한 상거래 질서를 지킨다면 생계비조차 없는 노동자들이 비싼 돈을 들여 홍콩에 가지도 않았을 것이며, 증시 상장을 저지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누가 이국땅에서 사슬로 자신의 몸을 묶고, 밥을 굶어가며 거리에서 잠을 자겠는가. 노동자에게 일터는 생명이다. 노동자는 죽고 기업만 산다면, 소비자를 속이고 기업만 돈을 번다면, 누가 그 기업에 투자를 하겠는가. 이랜드 그룹은 이번 일을 계기로 노동자와 함께 번영하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취재를 하며 참 많이 울었다. 마지막 출국기자회견 날에는 목에 칼을 거는 퍼포먼스를 하지 않겠다고 한영희 조합원이 말을 했다. 카메라를 들고 나온 십 수 명의 홍콩 기자들을 가리키며 써야한다고 강요(?)했다.

한영희 조합원은 칼을 썼다. 사진기자는 한영희 조합원의 얼굴에 수없이 많은 플래시를 터뜨렸다. 나는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  한영희 조합원은 칼을 썼다. 사진기자는 한영희 조합원의 얼굴에 수없이 많은 플래시를 터뜨렸다. 나는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갑상선 암 수술을 받은 이남신 수석부위원장은 단식을 할 처지가 아니었다. 계속 치료약을 먹어야 하는데 단식을 하면 약을 먹을 수 없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도 단식을 말릴 수 없었다. 감히 이남신 수석부위원장에게 그 순간 그 말을 할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계단을 오르며 삼보일배를 하고, 힘든 영어로 기자들의 비꼬는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을 하고, 길바닥에 오들오들 떨며 잠을 청하고.....

이들이 원하는 것이 뭐 그리 거창한 거였나, 이들이 바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다니던 일터에 일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 밖에 없다.

자신이 일하던 일터에 쭈그려 앉아 일을 하고 싶다고 외쳤다고 경찰서에 연행되고, 알량한 적금통장에 가압류가 붙어야 했다. 월급을 이백만 원을 달라는 것도 아니었다.

자그마한 키에 굽은 허리로 말도 통하지 않은 홍콩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건네려고 안간힘을 쓰는 김애수 조합원을 보고 있자면 화가 치밀었다. 손에 든 유인물을 빼앗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냥 여기서 물러서세요, 무릎 꿇고 간청하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한 발 물러서서 취재수첩이나 뒤적이고, 사진기나 들이미는 내 자신이 모래알보다 작아졌다.

홍콩노총과 ARMC, UNI와 같은 홍콩 활동가들과 진행한 이번 원정투쟁은 세계노동운동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적어야 할 정도다. 한 사업장의 문제로 국가를 뛰어넘어, 지지와 연대를 넘어, 공동 행동을 이룬 것을 어떻게 기록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이제 마무리를 할 때다. 홍콩 언론에 원정투쟁단을 비난하는 기사가 실렸다면 홍콩에 주재하는 보수 언론사 기자들이 국내 신문에 난리를 치는 기사를 실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런 기사는 없었다. 홍콩 언론과 세계적 통신사들이 몰려들어도 국내 보수언론의 홍콩 주재 기자들은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WTO 농민 집회 때 한국 농민을 보호하지 않았던 영사관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원정투쟁단 곁에 오지 않았다. 그 당시 영사관을 대신해 농민들을 보증해 주었던 교민 장대업 씨는 ‘혹시나’하는 염려에 이번에도 함께 거리에서 밤을 지새웠는데도. 왜 해외에 외교관을 파견하는지 모르겠다. 아니, 오기는 왔다. 아주 멀리 떨어져 일거수일투족을 구경(?)하였다.

혹 국제관례에 어긋난 행동이라도 원정단이 벌였다면 그때는 나서 욕이나 하겠지. WTO 농민집회 때 거리에서 농민들이 연행되기 직전 영사관 직원들이 한 말을 홍콩기자들과 섞여있던 나는 분명히 들었다. 과연 내가 낸 세금으로 해외에 나와 있는 한국인인지가 의심스러웠던 그 기억이.





뉴코아 이랜드 노동자의 홍콩원정투쟁은 노동자의 해외원정투쟁사례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승리”로 마무리 하였다. 이 승리가 뉴코아 이랜드 노동자가 안정된 일터에서 일할 수 있는 승리로 이어지고, 모든 비정규직이 보호받으며 일할 수 있는 승리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이랜드 홍콩통신'을 끝낸다.

 

 
절반의 승리, 이제 나머지 절반의 승리를 위해
-        홍콩원정투쟁 보고  - 사회진보연대 한국장

뜨거운 연대와 지지
지난 4월 30일 1차 선발대를 시작으로 5월 3일 2차 본대 출발, 그리고 5월 7일 귀국까지 일주일간의 투쟁이 끝났습니다. 이랜드의 “홍콩증시상장 저지”를 목표로 내걸고 시작한 투쟁은 홍콩 현지에서의 뜨거운 연대와 지지를 바탕으로 이랜드 상장 연기라는 결과를 만들어내었습니다. 물론 우리의 투쟁이 연기의 모든 원인은 아니겠지만, 5월 1일부터 시작된 홍콩현지언론의 취재와 세계금융중심지 홍콩 International Financial Center 앞에서의 노상단식농성은 홍콩 시민들은 물론이고 많은 투자자들의 마음까지 움직일 정도로 뜨거웠습니다. South China Morning Post, HonKong Economic Daily News, Apple Daily, Oriental Daily News를 비롯한 10여종의 신문에 2-3일에 걸쳐 크게 보도되었고, 주요 방송사인 ATV, Now TV, TVB 등이 모두 주요 뉴스 시간에 이랜드 투쟁 소식을 내보내었습니다. China Morning Post, HonKong Economic Daily News의 경우는 분석 기사까지 실으며 이랜드 자본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들어내기도 했습니다. 홍콩 영사관의 한 직원은 “이 주변에서 상당히 유명해 지셨던 대요”라며 불만 섞인 칭찬(?)을 이야기하기도 했고, 뉴스를 보고 알았다며 홍콩에 있던 한국 분들에게 여러 차례 격려 전화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이랜드는 결국 홍콩증시 일반공모에서 단 1%의 주식밖에 팔지 못했습니다. 액수로는 약 4억원. 시장 역사에 남을 대실패를 하였습니다. 이미 이러한 조짐을 파악하고 까르푸 인수 시절 5100억원을 투자한 화인 콘소시엄 같은 이랜드의 대주주들은 채권 조기 상환 등을 통해 이랜드에서 발을 뺐습니다.

특히 중요했던 것은 이번 홍콩원정투쟁이 일주일 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저희 원정을 계기로 홍콩노총(HKCTU)를 비롯하여, UNI DOC 등의 노동조합은 물론이고, AMRC와 같은 노동 인권 단체들 역시 반드시 이랜드 투쟁을 승리로 만들겠다는 결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승리가 홍콩 노동자 운동, 동아시아에서의 초국적 자본에 맞선 투쟁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사실을 공유하고, 지속적인 국제적 연대를 만들어내기로 하였습니다. 이랜드의 제품은 우리의 파업이 계속되는 한 최소한 홍콩에는 발을 붙이지 못할 것입니다. 홍콩원정투쟁 동안 자신의 일처럼 이 투쟁을 지지 지원해주신 홍콩노총, AMRC, UNI DOC 등의 홍콩 단체들과의 연대는 우리 투쟁의 또 다른 승리입니다.

다음 과제,  베트남으로 중국으로,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이제 이랜드 자본은 더욱 궁지에 몰렸습니다.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증시 상장을 연기한다고 하지만 속내는 그러하지 못합니다. 이미 상장 전부터 증시상황은 지금과 똑같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홍콩에서 단 1% 판매라는 대실패에 대한 변명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변명입니다. 화인 컨소시엄의 자본 철수 기사에 나왔듯이 “노사관계 악화와 재무상황 악화에 따른 위험 증가”가 바로 그 이유입니다.

이제 자본에게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노동조합과의 협상을 포기하고, 노동조합 간부들을 징계하여 조합을 파괴하려는 음모로 일관한다면 자본 역시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랜드가 한국 상황에 대한 해법, 국내 파업의 무력화 방법으로 해외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 하였지만, 우리는 이러한 이랜드의 기도를 “만국의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기치 아래 홍콩 노동자 시민들의 연대를 통해 막아내었습니다.

이제 더욱 큰 연대를 만들 때입니다.  5월 8일 이랜드 베트남 공장에서는 최악의 저임금, 최악의 복지시설에 항의하는 1000명의 노동자가 파업을 반나절간 했습니다. 이랜드 사측은 이에 대해 아직 아무런 답도 내놓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한국에서와 같이 이랜드는 베트남에서도 저임금 노동착취와 갖은 야비한 술수로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베트남 노동자들과 연대할 차례입니다.

중국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홍콩에서 만난 의류 업체 노조 활동가에 따르면 이랜드는 중국에서 2006년 경부터 대규모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랜드의 직원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대부분이 외주 용역 회사를 통해 간접 고용된 노동자라고 하며, 임금 또한 작기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중국에는 5월부터 새로운 노사관계법이 적용되어 노동자의 파업과 쟁의가 유리해지게 되었습니다. 이제 중국에서의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들의 투쟁 또한 만들어 나가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더욱 강력하게 연대 전선을 구축하여, 매장봉쇄 불매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여나가야 합니다. 이랜드의 숨이 턱 밑에 있는 만큼 조금 더 투쟁에 힘을 가속화 할 때입니다. 저들이 성실한 교섭과 비정규직 철폐의 요구를 받지 않는다면, 이랜드 자본은 노동자의 이름으로 사라져야 할 기업에 다름 아닐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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