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대한민국을 밝히다

- 서울시청광장 촛불집회 72시간 -


방    송    일  ▶ 6월 7일(토) 밤 10시 10분 KBS 1TV

책임프로듀서▶ 김 재 연

담  당   피  디▶ 최 세 경

글   ·  구   성 ▶ 박 미 연


 

“우리 이 세상을 이렇게 굴러가게 놔두지 맙시다.

함께 세상을 바꿀 촛불을 끝까지 함께 듭시다“


지난 5월 29일,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고시가 강행됐다.


4. 18 한미 쇠고기협상 이후 ‘밥상의 안전’을 주장하며

5월 2일, 10대들이 주축이 되어 시작되었던 ‘촛불문화제

그러나 달라진 것 없는 고시안의 내용과 국민의 의견을 무시한 일방적인 발표는

시민들을 시청 앞 광장으로 모이게 했다.


쇠고기 고시를 계기로 10대들의 손에 들려있던 촛불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불명예를 썼던 20대,

위험한 먹 거리를 내 아이에게 줄 수 없다며 유모차를 끌고나오는 어머니들,

그리고 자신보다 손자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할아버지·할머니들에게까지

세대를 뛰어넘어 수많은 사람들의 손에서 불을 밝히고 있다.


미국산 수입쇠고기의 장관 고시가 있었던 5월 29일부터

촛불집회의 가장 뜨거웠던 72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 ‘고시철패’에서 ‘탄핵’까지, 촛불집회 3일간의 기록

지난 5월 29일 오후 4시,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조건을 담은 고시를 강행했다.

4월18일 ‘30개월 이상, 뼈 있는 살코기’ 를 허용키로 한 쇠고기 협상안에 반대하며 5월 2일부터 ‘촛불문화제’를 열었던 시민들. 그러나 부칙을 통한 추가협상 외엔 달라진 것 없는 고시안의 내용과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일방적인 발표를 한 정부의 모습에 시민들은 분노했다. 정부의 고시발표 직후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이기 시작한 시민들은 ‘고시철폐 협상무효’를 구호로 나와 우리가족의 식탁을 지키기 위한 촛불집회를 시작했다. 


“회사에 있다가 소식 듣고 진짜 열 받아서 그냥 뛰쳐나왔거든요. 한, 두 명도 아니고

 국민들이 나와서 하는 건데... 어이가 없죠, 화도 나고...”                                   

                                                                - 22세 직장인 정수진 -


촛불문화제 기간 중 최대 규모인 10만여 명이 모인 5월 31일. 오후가 되어 각종단체와 대학생들이 서울광장에서 합류하자 시위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쇠고기수입 재협상으로 시작됐던 촛불집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집회내용도 정부규탄과 대통령 탄핵주장으로까지 바뀌며 그 성격이 변해갔다. 오후 8시 30분, 청운동쪽에 있던 시위대 80여명이 연행되었다는 소식에 청와대로의 거리행진을 시작한 시민들. 청와대 진입로를 막아선 전·의경들과 대치하다 밤 11시를 넘기면서 결국 격렬한 몸싸움으로 번졌다. 시민들의 거센 저항에 소화기와 물대포까지 동원한 경찰. 피를 흘리거나 정신을 잃는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누구도 원치 않았던 전쟁은 새벽을 넘어 6월 1일까지 계속되었다.

 

“제발 우리 말 좀 귀담아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문가시고 CEO이신 건 알겠는데...

 입이 하나고, 귀가 두개인 이유는 조금 말하고 많이 들으라는 이유잖아요.”

                                                                   - 32세 직장인 곽민규 -


“정부가 인식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 힘이 얼마나 무서움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고시를 강행했고,  그 때문에 오늘 또 이렇게 엄청난 인파가 몰렸고요.

 우리 시민의 힘, 피플 파워를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31세 직장인 송천규 -


시위문화 - 2008 촛불집회


▶ 거리의 1人 방송국

시위현장 곳곳에 촛불대신 노트북을 든 사람들이 나타났다. 시위현장을 인터넷에 생중계하는 이들. 공중파 방송에서 보여주지 못한 생생한 현장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인터넷 방송은 어느새 시민들의 눈과 귀가 되고 있었다. 또한 실제로 시위현장에서 만난 이들 중엔 인터넷으로 본 현장모습에 화가 나서 찾아온 사람부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사람까지 있다. 시민들의 발걸음을 현장으로 향하게 하는 인터넷의 힘! 오프라인에서 열린 촛불집회, 온라인상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시민들의 댓글. ‘안방’이 곧‘현장’이 된다.   

 

 

“이걸 보시고 집회에 참가하기위해 오시는  분도 많고, 새벽에 전경들하고 충돌 일어날  때 도와주러 오시는 분도 많아요.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 진보신당 인터넷 방송팀 조대희 -



“ 아프리카나 아고라에서 본 현실이 너무 마음아파서 그냥 집에 있으면 안 되겠기에

  참가했어요. 비폭력 시위문화는 많이 발전했는데 진압하는 것은 옛날이랑 똑 같은 것

  같아서 마음이 더 아팠어요.”                

                                                                       - 30세 직장인 송영범 -

 

▶ 성별 불문, 연령 불문 - 바로 당신이 주인공

5월 2일 시작된 촛불집회의 첫 주역은 10대 청소년들. 수입된 값싼 쇠고기가 단체 급식에 사용되어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10대들. 그들이 촛불을 들고 시청 앞에 모인 것이다. 입시전쟁 속에서 책상 앞에 있을 시간도 부족한 아이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을 앞으로 이끌어갈 바로 이 아이들이 촛불집회, 그 중심에 서있다.  

 

 

“공부해도 광우병 걸리면 공부해봤자 소용없잖아요”

“저희가 공부하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하니까 저희라도 그 환경을 만들려고 나왔어요.”

                - 고등학교 2학년 이성아, 주아영 -


 

 

“어리다는 이유로 사회문제에 참여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 선거할 나이가 돼서 투표를 할 때 사회적

지식 없이 투표를 하는 거니까 사회가 더 나아질 수 없다고 봐요. 그래서 학생 때부터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해요.“

                         - 고등학교 2학년 한채민 -


촛불집회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예비군 부대 유모차 부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인간방패가 되어준 청년들과 우리아이 밥상은 내가 지킨다며 아이와 함께 나온 어머니들. 격해 질 수 있는 시위현장에서 완충지대역할을 해준 주인공들이다.

 "예비역이란 이유만으로 환호 받은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시민들이 더 이상 거리에 안 나와도 될 때까지 인간방패가 돼서 안전하게 시위를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 유모차부대를 호위하고 나선 예비군들 -

 

“오늘 전경아저씨들한테 손 좀 흔들고 그러면 낫지 않을까요? 아기들 미소 한방에 뭐...  대통령께서 국민의 소리를 듣고 쇠고기 문제를 재협상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에요.

 눈물 나죠 솔직히... 웃지만 속으론 울고 있는 거죠.”

                                         - 세 아이와 함께 촛불집회 참가한 어머니 임미경 -


▶ 폭력 NO! 웃음 YES!

최루탄과 폭력이 난무하던 80년대 시위는 잊자. 한 손엔 도시락 한 손엔 아이 손을 잡고 나온 가족, 집회장에서 공연하는 밴드, 생일파티를 하는 연인, 꽃으로도 때리지 말아달라며 전경에게 장미꽃을 꽂아 주는 여인들까지. 누군가의 강요가 아닌 자율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촛불집회, 세대를 넘어 모든 사람이 함께 즐기는 축제의 모습으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시위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비폭력·무저항’을 외치며 평화로운 시위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시민들. 그들이 만들어내는 해학과 위트가 담긴 각종 구호와 피켓 문구들. 인터넷 게시판에 댓글을 달듯 상황에 따라 즉각 즉각 새로운 구호가 탄생하기도 한다.


“시위가 아닌 축제, 소풍처럼 된 거죠. 심각하게 싸우는 게 아니고 놀면서 싸우고

있거든요. 흥이 나서... 그러니 절대 이길 수가 없는 거죠. 시민들이 피터지게 싸웠으면 누가 죽느냐 사느냐 했을 텐데, 싸우면 싸울수록 더 흥이 나고, 더 재미있고...”

                                                                              - 87학번 김대영 -


■ 희망을 담은 촛불 하나 -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을 하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국민들이 목소리를 내는 거고, 들어달라는 거잖아요. 이런 모습들을 봐주길 원하기 때문에 계속 목소리를 내야 된다고 생각해요.”

                                                                - 가족과 함께 나온 정경호 씨-

                        




미국 쇠고기 수입 협상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어린 학생들에게서 시작된 촛불집회.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과격해지고, 반정부시위가 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지난 3일간 촛불집회에 참여한 수많은 사람들. 이들이 촛불을 들고 그토록 바라던 것은 무엇일까? 국민과 함께 소통하며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나라를 원하는 것은 아닐까? 오늘도 그 마음을 담아 살기 좋은 세상을 향한 촛불 하나를 밝힌다.




모여서 시위를 할 게 아니라 정말 즐겁게 놀 수 있는 사회...

저기 있는 애들 뛰어놀고, 공도 차고, 쉬기도 하는 즐거운 모습들 있잖아요.

오늘까지만... 시위가 오늘까지 만으로 끝나고 내일이 왔을 때는

그런 걸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