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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대연합론은 결국 '민주당 강화론'

'진보 수혈' 대신 보수야당이 전향해야"

[민주대연합논쟁]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 인터뷰

- 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


정당·시민사회단체·종교계 등이 '민생민주국민회의'라는 기치를 내걸고 범 진보진영 공조를 선언했습니다. "극심한 경제위기와 혹독한 민생고를 극복할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며 사실상 '반 MB 전선'을 그은 것입니다. 하지만 '제2의 수혈론'이라는 등 반론도 많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같은 연대방식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입장이 다른 인사를 인터뷰하거나 기고를 받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노 대표는 "정책의 유사성으로 연합하지 않으면 연합정치는 강력하지도 않고 오래갈 수 없다"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최근 노르웨이를 다녀왔다. 노 대표는 그곳에서 '좌파정당'인 사회주의좌파당의 모나 웨니스(Mona Waernes) 국제담당관과 대담을 통해 '유럽 연합정치'의 일면을 경험할 수 있었다.

노르웨이의 경우 현재 노동당과 사회주의좌파당 등이 연합해 정부를 구성했다. 우파인 진보당의 재집권을 저지해야 한다는 것이 '연합정치'의 명분이었다. 하지만 사회주의좌파당은 연정에 참여한 이후 지지율이 5% 정도 떨어지는 타격을 입었다.

게다가 연합정치의 한 축인 노동당은 고등교육 독립법인화, 철도 민영화, 노동법 개악 등을 추진하고 있고, 사회주의좌파당은 이를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규정해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흥미롭게도 노 대표가 귀국한 이후 우리 정치권에서 '민주대연합론'이 제기됐다. 이명박 대통령에 맞서 민주당과 진보정당, 시민·사회단체 등 '범민주세력'이 연합해야 한다는 것. 한마디로 '반MB연대를 구축하자'는 주장이다.

 

"민주대연합은 보수야당의 집권 위한 도구"

노회찬 대표는 3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노르웨이의 연정은 정책의 유사성으로 연합하지 않으면 강력하지도 않고 오래갈 수도 없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며 "특히 우리처럼 'All or Nothing' 정치에서 연합정치는 강자를 살리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노 대표는 "우리나라 개혁보수세력은 위기에 빠질 때마다 운동진영으로부터 수혈을 해왔다"며 "그 수혈을 통해 민주정부 수립이라는 정권 창출에는 성공했지만 그 정권이 결국 사회양극화를 조장하는 역설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노 대표는 "그런데 쓰러져가는 야당을 살리기 위해 다시 민주대연합이라는 이름으로 또 한번 수혈을 하려고 한다"며 "좌파 등 진보진영이 역사적 소임을 다해가는 민주세력의 수혈처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표는 "민주대연합론은 보수 야당이 위기에 처할 때 외부의 힘을 빌리기 위해 나왔다"며 "그런데 그 소중한 힘이 사회를 개선하는 데 쓰이지 않고 보수야당의 집권을 위한 도구로만 쓰였다"고 꼬집었다.

노 대표는 "좌파가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우파에 투항하는 민주대연합은 가능할지 모른다"라며 "그러나 국민이 바라는 민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수 야당이 신자유주의를 버려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겠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민생문제를 얘기하려면 민주당이 반신자유주의를 선언하는 노선 전환, 즉 전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대표는 "비정규직과 한미FTA에 대한 입장이 다른 상태에서 연합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남북문제 하나만으로는 반MB(이명박)연대를 두텁게 형성할 수는 없다"고 일갈했다.

또한 노 대표는 "실패한 정책들을 더 이상 고집하지 말고 오히려 좌파를 중심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며 "좌파가 주장하는 것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좌파를 위해서 온건보수가 수혈을 해줘야 한다"고 '좌파 중심 연합론'을 제안했다.

특히 노 대표는 유럽처럼 연합정치가 하나의 제도처럼 자리잡기 위해서는 선거제도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표는 "좋은 의미에서 정치세력의 연합이 잘 되려면 선거제도가 지금처럼 다수대표제가 되면 안 된다"며 "자기 지지율만큼 의석을 갖게 되면 지역이나 인물이 아닌 정책 중심의 다당제가 될 것이고, 그 바탕 위에서 정책 유사성을 중심으로 연합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노회찬 대표 인터뷰 전문이다.

 

"남북문제 매개로 한 반MB연대는 정치적 긍정성 없어"


- 최근 남북문제를 매개로 한 '반MB연대'가 형성되고 있는데 이것이 유효한 대응이라고 생각하나?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자해적 성격을 갖고 있다. 남북한이 강경하게 대립하는 것이 보수파에 좋은 것인가? 아니다. 남북한 화해협력이 남측의 진보파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듯이 말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실용적이지도 못하고, 낡은 전근대적 이데올로기에만 집착하고 있다. 소수의 고정지지세력을 더 결속하게 만들고 있다. 매사가 그렇다.

거기에 대항해 진보정당과 보수야당이 같은 시각에서 반대하고 있고 공조도 가능하다. 정치연합적 전선인데 정치연합을 하는 데 남북문제가 가장 위에 있는 거냐? 남북문제보다 더 중요한 문제들이 많이 있다. 그런 검토 없이 남북문제 하나 가지고 반MB연대를 얘기하는 것은 정치적 긍정성도 찾기 어렵고 현실가능성도 없다. 과도한 발상이다. 국민들에게 남북문제 때문에 야당이 뭉쳐야 하느냐고 물어본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 지금 정세의 중심축을 '반MB'라고 보는 시각에 공감하나?

"그런 시각들이 많은데, 한두 번 겪는 게 아니다. 이명박 정부 지지율도 매우 낮지만 민주당과 진보정당도 국민들로부터 대단히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다. 왜 이렇게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 정확하게 분석해야 한다. 그런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반MB연대를 얘기하는 것은 왜 국민들로부터 불신과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 깨닫지 못한 결과다. 지금 MB정부에 맞서기 위해 하나로 뭉치지 않았기 때문에 냉혹한 평가를 받는 게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 참패한 것은 경제문제 때문이다. 민생경제 실패에 냉혹한 평가가 내려진 것이다. 지금까지도 그 냉혹한 평가를 멈추지 않고 있다. 국민들에게는 지난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경제, 민생문제가 중요하다. 국민들은 보수야당도 진보정당도 서민들이 먹고사는 데 도움이 안 되는 세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것이 그들의 지지율이 낮은 이유다.

진보세력은 낡은 진보에서 탈피해야 하고, 보수 야당은 정책노선을 바꾸어야 한다. 특히 민주당은 노무현 정부 5년간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킨 정책들, 노선들을 폐기하지 않는 한, 그런 신자유주의 노선을 폐기하지 않는 한 민생에 도움을 줄 수 없다. 신자유주의 노선을 유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이 반MB연대를 만들어 할 수 있는 게 남북문제 말고 뭐가 있겠는가?

그런 정치연합을 만들려면 주요 정치적 사안에 합의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비정규직문제와 한미FTA 문제에 행동 일치할 수 있느냐? 그것 없이 반MB전선이 될 수 있겠는가? 만일 당면한 선거에서 유리한 걸 얻기 위해 무원칙한 연합을 추진하는 것은 소탐대실할 수 있다. 약간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체성을 상실할 수 있다.

반MB연대가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민생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연대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민주당이 노선전환을 선언해야 한다."

 

"진보진영이 민주세력의 수혈처가 되어서는 안 된다"

  ▲ 노회찬 대표는 "진정한 민주대연합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노선전환, 즉 전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 지적한 것처럼 '반MB'의 주요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회경제문제'보다 '남북문제'가 더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남북문제가 중요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이걸 잘 못 다루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걸 타개하기 위해 (정치세력간) 정책공조를 할 필요는 있지만 그걸 넘어서서 남북문제를 반MB전선의 주요 축으로 삼는 것은 국민의 뜻이 아니다. 국민을 설득할 수도 없고, 지지를 받을 수도 없다. 임박한 실물경제 위기 등을 해결하기 위해 기득권을 버리고 하나로 모이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걸 하기 위해선 겉과 속이 다르면 안 된다.

그간 써온 신자유주의 정책에서 노선전환, 즉 전향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민생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얘기는 무책임하다. 의료법 개정이나 국립대 특수법인화 등은 지난 정권 때 추진했던 것이다. 공공영역에 시장과 이윤의 개념을 도입한 당사자들이 '잘못됐다, 앞으로 반대하겠다'는 정도의 의사표시가 있어야 민생문제 해결의 대열에 설 수 있다."

 

- 반MB연대가 정치권은 물론이고 시민·사회단체로까지 확대되면서 '민주대연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독재정권에 맞서던 시절에는 여러 가지 전망의 차이에도 민주세력이 연합을 결성하는 것은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정세는 그때와 다르다. 지금의 정세는 민주세력이 독재정권에 맞서야 하는 정세가 아니다. 시대착오적인 이명박 정부가 왜 들어섰나? 지난 10년간 민주정부가 경제민주화 정책에서 실패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것이다.

사회양극화가 더 벌어지고, 가진 자를 위한 시장논리가 더 많이 도입되고, 600만 이상의 자영업자들 평균소득이 도시근로자 반밖에 안 되는 현실은 누가 만들었나? 비정규직이 2배로 늘어난 게 지난 10년이었다. (경제) 민주화를 전혀 이루어내지 못 했다. 수구세력의 집권에 맞선다고 하면서 서민경제 파탄에 앞장서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우리나라 개혁 보수세력은 위기에 빠질 때마다 운동진영으로부터 수혈을 해왔다. 평민연부터 시작해 한두 번 수혈한 게 아니다. 지속적으로 민주세력이란 이름으로, 젊은 피라는 이름으로 수혈을 해왔다. 그래서 수혈한 결과가 뭔가? 민주정부 수립이라는 정권 창출에는 성공했지만 그 정권이 결국 사회양극화를 조장하는 역설을 만들어냈다.

왜 국민들이 386를 미워하는가? 출세 대가로 국민들을 잘 살게 만들었으면 괜찮았다. 하지만 서민들을 더 힘들게 하고 출세했으니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대연합을 통해) 또 한 번의 수혈을 하려고 한다. 수혈을 통해 쓰러져 가는 야당을 살리기 위해서 말이다. 이제 더 이상 수혈은 없다. 오히려 이제는 온건보수세력이 진보를 위해 양보하고 희생해야 한다. 자신들의 실패를 인정하라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은 (투표 불참자까지 포함한 전체 유권자 수 기준으로 보면) 노태우 대통령보다 더 낮은 지지율로 당선됐다. 그런 이명박 대통령에게 560여만 표 차이로 진 쪽이 민주당이다. 패배를 시인하고 왜 그렇데 졌는지 반성해야지 '반MB를 위해 다 모이자'고 해서야 되겠나. 더 이상 좌파가 쓰러져 가는, 역사적 소임을 다해가는 민주세력의 수혈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좌파를 중심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실패한 정책들을 더 이상 고집하지 말라는 것이다. 좌파가 주장하는 것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좌파를 위해서 온건보수가 수혈을 당해야 한다."

 

'정치 9단' DJ가 민주대연합 주문한 진짜 이유는?


- 왜 DJ가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민주대연합을 주문했다고 생각하나?

"민주당이 너무 약하다, 자력으로 정권창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1년도 안 돼 정권 말기에서나 볼 수 있는 낮은 지지율인데도 제1야당의 차기 집권이 매우 낮아 보이는 위기감 속에서 민주당을 중심으로 세력을 재편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이다. 그 계기를 찾다가 남북문제가 터지니까 그런 주문을 한 것 같다."

 

- 민주대연합론이 다시 등장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민주대연합론은 민주세력이 약할 때 주로 나왔다. 보수 야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민주세력이 그걸 살리기 위해 외부의 힘을 빌린 것이다. 내부 힘으로 안 되니까. 그래서 운동권이나 시민사회 등에서 수혈을 해온 것이다. 그런 식으로 계속 힘을 빼갔기 때문에 진보, 좌파의 성장이 더뎠다. 그 소중한 힘이 사회를 개선하는 데 쓰이지 않고 보수 야당 집권을 위한 도구로만 쓰였다."

 

- 민주대연합론은 독재정권 시대, 즉 민주화 이전 시대의 낡은 논리라고 생각하나?

"그때는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이 1차 목표였기 때문에 연합이 가능했다. 물론 지금도 모이면 좋겠다. 그런데 그게 이루어지겠는가? 좌파가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우파에 투항하는 민주대연합은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국민이 바라는 민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수 야당이 신자유주의를 버려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겠는가? 민생문제를 얘기하려면 반신자유주의를 선언해야 한다.

비정규직과 한미FTA에 대한 입장이 다른 상태에서 연합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남북문제 하나만으로는 반MB연대를 두텁게 형성할 수는 없다."

 

- 민주화 이전에야 민주대연합론이 대중에게도 영향을 끼쳤지만 지금은 거의 없지 않나?

"그렇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민생대연합이다. 서민들을 먹고살게 해주는 연합 말이다. 그것은 반신자유주의연합이어야 한다. 현재 민주당 안에서 여러 세력이 있다. 최근 출범한 '민주연대'가 제 역할을 하려면 반신자유주의를 선언해야 한다. 민주연대 정강 정책 중에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는 내용이 있던데 그걸 하려면 먼저 비정규직 악법을 제출한 잘못부터 시인하고, 입장이 바뀐 것을 공식화해야 한다."


- 민주노동당은 원내 역할에 한계가 있어서인지 민주대연합론에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내가 이래라 저래라 평가하기는 어렵다. 현명하게 판단하리라 믿는다. 선거연합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쪽과 정책공조 이상 할 수 있겠느냐는 쪽으로 나누어져 있다. 어느 쪽이 많은지는 모르겠다."

▲ 노회찬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마들연구소는 3일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소설가 조세희씨를 초청했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선거연합론은 민주당 중심으로 지지세력을 넓혀가는 행보"


- 민주노총에서도 "민주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민주대연합에 동의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그것은 현 민주노총 지도부의 입장이다. 민주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데 무얼 중심으로 합쳐야 하나? 힘을 합치는 대상과 주체 등이 명확해야 한다. 서로 차이가 많은데 이명박이 나쁘니 하나로 뭉치자고 하는 것은 안 통한다. 문제가 이명박 정부에만 있나? 비정규직 악법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연합해 통과시켰지 않나?

정치적 합종연횡으로 상황돌파를 해서 안 된다. DJ는 왜 JP와 연합했나? DJP연합에 철학이 있나? 거기엔 이해관계의 관철만 있었을 뿐이다. 민주당은 자기 이해관계에 복속하라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쉽게 (민주대연합으로) 가겠나? 가더라도 그 연합은 선언적 의미 이상이 구축되기 어렵다. 선거연합으로까지 발전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남북문제 하나로 두터운 연합은 건설하기는 어렵다."

 

- 한미FTA와 비정규직을 주요 의제로 다룬다면 민주대연합에 찬성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것에 대한 입장이 확인되어야 한다. 그것은 최소한의 전제 아닌가. 한미FTA 반대를 분명히 하고 현재의 비정규직법을 개정하는 것을 포함해 비정규직 해소를 위한 근본적 대책 수립을 위해 싸운다면 같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 것이다."

 

- 진보신당도 참여하고 있는 '민생민주국민회의'가 민주대연합론의 중심 역할을 하게 되나?

"민생민주국민회의에 대해 문제의식이 많다. 선언문 중에 FTA 문제가 빠져 있다. 한미FTA문제를 넣지 않은 것은 민주당을 의식한 것이다. 그런 식으로 가는 것은 곤란하다. 민생민주국민회의가 할 수 있는 건 이명박에 맞서기 위해 이렇게 다 모였다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밖에 없다. 국민에게 호감을 얻을 구석이 어디 있느냐?"

 

- DJ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선거연합론까지 주문했는데.

"너무 이르다. 당장 민주당 안에서도 이런 문제에 합의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과연 선거연합이 기본방침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선거연합론은) 민주당에 강경태도를 취하는 세력들에게 발톱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 중심으로 지지세력을 넓혀가는 행보다."

 

- 오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과 민주당의 선거연합이 가능하다고 보나?

"저번에 (서울시 교육감 선거의) 주경복 후보 같은 경우는 결과적으로 선거연합이었다. 물론 교육감 선거에 정당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당이 별도로 후보를 내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주 후보를 지지한 셈이다. 선거연합을 하려고 한 게 아니지만 선거연합이 돼 버린 것이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선거연합은) 크지 않을 것이다."


  
출처 : "민주대연합론은 결국 '민주당 강화론'

'진보 수혈' 대신 보수야당이 전향해야" - 오마이뉴스

 





YS-DJ연합 실패 교훈... 정책연합 아니면 오래 못 가"

[민주대연합논쟁]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 인터뷰 ②

구영식 기자


▲ 노회찬 대표는 최근 노르웨이를 방문해 사회주의좌파당의 국제담당관과의 대담을 통해 '유럽 연합정치'의 일면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 노회찬 대표 제공

 

"정책 유사성으로 연합하지 않으면 오래 못 가"

 

- 서울시장 선거에서 선거연합이 가능할 수도 있지 않나?

"정치공학적으로야 가능하겠지만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겠는가? 당원들이나 국민들에게 한나라당이 되는 것보다 민주당이 되는 게 낫다고 얘기할 수 있나? 민주당이 되는 것이 더 나은 것인지도 의문이다. 민주당의 노선 전환이 없다면, 한나라당이 되는 것이 더 문제가 많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민주당이 되는 것이 더 낫다고 할 수 없다."

 

- 진보정당쪽으로 선거연합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어떤가?

"주경복 선거에서는 거부하지 않았다. 우리는 내용에 따라 판단한다. 우리도 일관성 있게 정책공조를 해왔다. 본질론이나 근본주의 입장에서 '본질 때문에 어떤 경우도 공조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정체성에 맞고 기본노선을 위배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공조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대화할 수 있다.

우리는 비판적이긴 하지만 남북문제도 같이한다. 촛불 때도 민주당 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 함께하는 것을 환영했다. 지난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민주당이 별도 후보를 내지 않고 주 후보를 간접적으로 지지한 것에 박수를 쳤다. 그런 노선, 원칙을 계속 견지할 것이다. 그래서 비정규직이나 한미FTA에 대한 입장 전환이 있다면 함께할 일은 더 많아질 것이다."

 

- 당내에서 이런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나?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 없지만 지역에서는 고민이 많다. 지역 시민단체와 협의를 많이 하고 있다. 우리 역량에 걸맞은 연대전술을 쓸 것이다."

 

- 최근 노르웨이를 방문하고 돌아왔는데, 유럽에서는 연합정치가 상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나?

"그곳에도 딜레마가 있다. 노르웨이 노동당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장기집권했다. 직전 선거에서 우파가 집권했는데, 우파의 재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연합정부를 수립했다. 노동당에 비판적인 좌파들이 희생을 감수하며 연정에 참여했다. 그런데 연정에 참여한 결과 정당 지지율은 낮아졌다. 사회주의좌파당은 12%에서 7~8%대로 낮아졌다. 물론 연정에 참여하는 것은 집권세력으로서 능력을 검증받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다수당의 정책을 따라야 하는 엄청난 타격이 있다.

기본적으로 유럽의 의회사회주의는 연합, 연립을 바탕으로 깔고 있다. 영국이나 프랑스가 연합을 안 하는 편이고 나머지 국가는 일상화돼 있다고 보면 된다."

 

- 유럽의 연합정치가 한국정치에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정책의 유사성으로 연합하지 않으면 강력하지도 않고 오래갈 수도 없다. 참여하는 세력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 좋은 의미에서 정치세력의 연합이 잘 되려면 선거제도가 지금처럼 다수대표제가 되면 안 된다. 자기 지지율만큼 의석을 갖게 되고, 그것이 다당제의 토양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지역이나 인물이 아닌 정책 중심의 다당제가 될 수 있다. 그 바탕 위에서 정책 유사성을 중심으로 연합을 하면 된다.

그런데 우리처럼 'All or Nothing' 정치에서 (연합은) 강자를 살리기 위한 수단이다. 연합을 가장 많이 썼던 곳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의 연합은 통합의 수순으로 가는 연합이었다. 기력이 쇠한 본가를 살리기 위한 연합이었다는 얘기다. 역사적으로 가장 크게 실패한 연합이 1987년 YS-DJ 연합의 실패였다. 역사적으로 가장 필요할 때 자기 이해관계 때문에 연합하지 안았다. 진정한 연합은 그럴 때 하는 것이다."

 

 

"민노당-진보신당 통합, '민노당의 복원'으로 되면 안 돼"

▲ 민노당 강기갑 대표가 지난 8월 21일 여의도 진보신당 당사를 방문, 심상정·노회찬 공동대표와 손을 잡고 있다. ⓒ 연합뉴스

 

 

-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두 개의 진보정당'이 있는 현실을 우려하는 분들의 자연스러운 요구다. 그 요구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양당의 통합이 의미가 있으려면 물리적 결합만으로는 안 된다. 헤어질 때는 헤어진 이유가 있다. 그 이유가 해소되지 않은 채 결합한다면 앞뒤가 안 맞다. 한국사회에서 '하나의 진보정당'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앞으로 그렇게 가야 한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그렇게 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진보정당이 되어야지 민주노동당의 복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민주노동당도 변해야 한다. 변하지 않는다면 함께하는 것이 국민에게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국민들은 거대한 낡은 진보정당보다 작지만 새로운 진보정당을 원한다."

 

- 서울시장에는 도전하나?

"당 안팎에서 그런 권유를 많이 받고 있다. 이 문제는 개인의 처신문제로 볼 수 없다. 당이 지방선거 기본방침을 정하지 않았다. 내년 2, 3월께나 정해질 것이다. 개인적인 처신 차원에서 판단하기보다 당의 지방선거 전략 차원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그와 관련, 많은 얘기를 듣고 있고, 생각도 많이 하고 있다."

 

- 본인이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는 게 당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나?

"어깨가 무겁다. 저는 새로운 진보정당을 살려내는 일과 관련해 상당한 책임을 지고 있다. 필요하다면 내 개인의 이해관계에는 연연하지 않겠다."

 

- 서울시장에 도전한다면 민주당·민주노동당 등과 선거연합을 할 생각은 있나?

"거기에 답변하기는 아직 이르다. 다만 그간의 민주대연합 역사를 볼 때 결정적 계기 때 누가 연합을 깼느냐 하는 원죄의식이 있다. 그간 성사됐던 민주대연합이 민주당 강화론으로 귀착된 것 아니냐. 그 강화의 결과가 사회양극화 말고 뭐가 있나? 시대는 변했다. 군부독재시절에야 독재정권을 막기 위해 민주당 중심으로 연합하는 것이 의미가 있었지만 이제 이런 수혈은 종식되어야 한다.

오히려 민주당이 (진보진영에) 수혈을 해줘야 한다. 민주당에도 신자유주의, 한미FTA 등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민주당 수혈론으로 이루어질 게 없다고 인정하고 강을 건너야 한다."

 

- 도강할 사람이 있겠나?

"큰 기대는 안 하고 있다. 한국정치가 어떻게 재편되어야 하느냐는 큰 문제를 놓고 20~30년을 내다봐야 한다. 2004년 선거를 보자. 10석에 불과한 작은 성과를 얻었는데, 유럽 같은 선거제도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 지지율로 40석을 만들 수 있었다. 한국에서 정치지형의 재편 가능성은 굉장히 높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분당 전) 민주노동당이 잘했어야 했다. 그래서 더 뼈아픈 것이다."


▲ 지난달 10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한미FTA 졸속체결 반대 비상시국회의 재결성을 위한 조찬 모임에서 자유선진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의원들. ⓒ 연합뉴스 안정원 한미FTA

 

"민주당과 연합하면 정체성 상실로 이어질 수 있어"

 

- 민주노동당이 변화할 가능성은 있다고 보나?

"변화의 계기가 오기 바란다. 그게 2012년 전에 오는 게 바람직하다. 그 변화가 안 온다면 2012년 선거에서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될 것이다. 내가 지난 총선을 치르면서 크게 깨달은 사실은 국민들이 진보를 거부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제대로 부응할 경우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아직 변하지 않고 있다. 고민이 깊어가고 있는 것 같다. 변하지 않고는 어렵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근본적 변화가 아니라 (민주당 등과) 연합으로 가면 정체성을 상실할 수 있다. 더 나쁜 결과가 올 수 있다. 한미FTA를 하겠다고 하는 세력과 어떻게 연합할 수 있나?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평택 미군기지 이전 등에서 맞서 싸운 상대가 열린우리당(민주당)이었다."

 

 

출처 : "YS-DJ연합 실패 교훈...

정책연합 아니면 오래 못 가"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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