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newsview?newsid=20150122221110354

 

JTBC | 손석희 | 입력 2015.01.22 22:11

 


[앵커]
오늘(22일) 뉴스룸 2부. 또 한 분의 반가운 손님을 만나보겠습니다.
문학과 철학을 넘나들며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탄생시킨 세계적인 작가죠. 바로 '알랭 드 보통'입니다.
한국에서 특히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최근엔 <뉴스의 시대>라는 책을 발표해 현대사회 속, 뉴스의 힘과 역할에 대해 주목한 바 있습니다. 지난주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라는 지식 컨퍼런스에 참석차 내한해, 수천 명의 관중들과 대한민국 사회에 대해 좌담을 갖기도 했습니다. 알랭 드 보통이 한국에 체류한 동안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반갑습니다.

[알랭 드 보통/작가·철학자 : 감사합니다.]

[앵커]
알랭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알랭 드 보통/작가·철학자 : 물론이죠. (저를 석희라 부르셔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앵커]
한국에서는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알랭 드 보통/작가·철학자 : 너무 잘 지내고 있어요. 한국은 4번째 방문하는 건데, 늘 흥미롭고 많은 것을 배워요.]

[앵커]
좋네요. 이렇게 스튜디오에 모시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선생이 쓴 일종의 뉴스 지침서인 '뉴스의 시대'를 읽었습니다. 언론인으로서 제가 매일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깨닫는 데 많은 도움이 되더군요. 아무튼, 이 책이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의 반응은 '알랭 드 보통이 뉴스에 대해 책을 썼다고? 그가 저널리즘에 관심이 있었나?'였습니다. 그래서 첫 질문을 이렇게 드리고 싶네요. 왜 뉴스에 대해 책을 쓰게 되었나요?

[알랭 드 보통/작가·철학자 : 당신은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중의 한 사람입니다. (감사합니다.) 우리가 지금 있는 이곳 또한 가장 영향력 있는 곳 중에 하나죠. 영향력은 정치에도 있고, 물론 군대나 산업에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넓은 범위에서 보면, 오늘날 영향력은 언론에게 있습니다. 저는 작가를 하면서 책이 모든 걸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책에는 어떤 비밀이나 특별한 게 담겨있다고 생각했죠. 사람들이 책을 존중한다는 것도 물론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사람들이 진짜로 영향을 받는 것은 뉴스예요. 뉴스야말로 사람들이 매일 아침 휴대전화로 제일 먼저 확인하고 잠들기 전까지 보는 것이죠. 뉴스는 국민 의식을 만들어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뉴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우리 머릿속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좀 더 알고 싶었어요.]

[앵커]
저도 공감합니다. 책에 보면 "편향은 사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설명하려 노력하고, 개념이나 사건을 판단하는 가치의 척도를 제시한다"라고 쓰여 있던데요. 무슨 뜻인지 조금 더 설명해줄 수 있나요?

[알랭 드 보통/작가·철학자 : 오늘날 많은 언론사들은 시청자나 독자에게 '거래할 게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당신에게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는 알려주지 않을 거야, 다만 사실만 전달할게'라고 하죠. '우리는 정보를 제공할 뿐이니, 똑똑한 당신이 알아서 그게 어떤 뜻인지 생각하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편향되지 않았다'고 말해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편향'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선전(프로파간다)'이나 우파, 좌파, 정부, 반정부 같은 걸 떠올리면서 '아니, 그냥 뉴스만 줘. 다른 건 아무것도 말하지 마'라는 반응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가 굉장히 강력하고 다양한 편향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만약 JTBC 같은 좋은 언론사가 시청자들에게 지나치게 영향을 줄 것을 걱정해서 어떤 사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려주려 하지 않는다고 해보죠. 제가 속한 사회에서도 BBC 등 소위 좋은 언론사들이 '아냐, 아냐, 우리는 아무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싶지 않아'라고 하는 것을 볼 때가 있는데요. 저는 좋은 언론사들이 영향력을 우려하면서 입을 다물고 있는 탓에 도리어 좋은 생각들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제 책에서 사람들이 '편향'이라는 단어를 좀 더 대담하게 생각하도록 만들려 했어요. 당연히 '나쁜 편향'도 존재하고, 우리는 그것을 멀리해야 하죠. '나쁜 편향'보다는 차라리 '편향이 없는 게' 낫습니다. 그러나 '편향이 없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것은 '좋은 편향'이에요. 편향은 한국인이나 영국인들이 우리 사회가 어떠해야 하는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이 옳고 그른지 등을 생각하게 합니다.]

[앵커]
좋은 편향과 나쁜 편향… 모두 한국에서는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의 관점에서 본다면, 완벽하게 공정한 뉴스는 존재할 수 없다는 건가요? 특히 정치적인 면에서요.

[알랭 드 보통/작가·철학자 : 네. 편향을 갖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요. 이슬람 테러에 대한 이야기를 보도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당신이 사람들에게 대놓고 어떤 '선전(프로파간다)'을 하지 않더라도, 당신이 쓰는 말과 이미지, 이야기의 구조가 어느 순간 특정한 반응으로 사람들을 이끌게 될 겁니다. 저는 '우리는 단지 사실만을 보여줄 뿐이야'라고 말하는 것보단 오히려 '우리는 당신이 이런 쪽으로, 아니면 저런 쪽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괜히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지 말고요. 저는 언론사들이 '모든 편향은 나쁘다. 폭스뉴스나 영국의 데일리메일같이 될 거다'라는 끔찍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앵커]
편향에 대한 얘기는 그만하죠. 매우 어려운 주제니까요. 당신은 책에서 또 "언론이 칭찬받아야 하는 부분은, 사실을 모으는 단순한 능력이 아니라 지적 편향을 통해 사실의 타당성을 가려내는 기술이다"라고 했어요. 다시 편향을 얘기하고 있긴 하네요. 근데 이 문장은 조금 위험하게 들릴 수 있지 않나요? 왜냐면 언론이 좌·우 모두로부터 두들겨 맞는 동네북이 될 수도 있는 건데요.

[알랭 드 보통/작가·철학자 : 물론 언론이 어떤 의미나 가치의 옳고 그름에 대해 말하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사실을 던져주고 결정하라고 하는 것보다 언제나 더 위험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사실만 던져주는 건 마땅한 책임을 저버리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언론사들이 속보경쟁에만 매달린다고 봅니다. '지금 당장 파리에, 로마에 카메라를 보내야 해' 같은 거죠. 하지만 정말 시청자들이 필요한 건 어떻게 세계가 돌아가고 있고, 시민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며, 국가가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등을 아는 거예요. 희망이나 방향성, 이상에 대한 이해 같은 거 말이죠. 저는 이런 걸 얘기해주는 것이 단순히 '우리가 파리에서 제일 빨리 중계한다'고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명예로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얼마나 자주 텔레비전 뉴스를 보나요?

[알랭 드 보통/작가·철학자 : 모든 사람들처럼 매 순간 봐요.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는 뉴스로부터 벗어날 수 없죠. 동굴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은둔자처럼요. 뉴스는 어디에나 있죠. 그리고 굉장히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요. 제가 좀 걱정스럽게 보는 게 다른 사람들의 재난이나 문제를 보면서 안심을 한다는 거예요. '어떻게 세상이 이렇지? 정말 끔찍하다'고 말하는 게 사실 당신이 잠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거죠. 밤에 수천 명이 죽었다는 등의 끔찍한 뉴스를 보고도 10분 뒤에 아무렇지 않게 잠들 수 있다는 사실에 항상 놀라요. 제 생각엔 이게 일종의 이상한 치료법이 되어 가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뉴스를 보고 '내 삶은 그렇게 나쁘지 않구나'라고 말하는 거죠.]

[앵커]
그렇군요. 그게 바로 제가 방금 그 질문을 드린 이유인데요.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책에서 '뉴스를 찾는 것은 불안의 축적과 관련이 있다'고 했었죠?

[알랭 드 보통/작가 : 네.]

[앵커]
그리고 당신은 책에서 또 하나 중요한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민주정치의 진정한 적은 다름 아닌 뉴스에 대한 적극적인 검열이라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진정한 적은 무작위의, 쓸모없는, 짧은 뉴스들의 홍수다. 그것은 점차 사람들이 이슈에 대한 본질을 파고들고 싶지 않게 한다"라고 했는데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미디어는 사람들이 익숙하게 여기는 것을 추구합니다. 이러한 방법이 미디어가 시청률을 올리는 방법이기도 한데…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알랭 드 보통/작가·철학자 : 만약 당신이 한국의 교육체계를 바꾸고 싶어 한다고 해봅시다. 언론이 사람들에게 교육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알려주지 않는다면 바꾸기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 당신에겐 언론이 필요한 거죠. 언론이 문제점들을 꺼내놓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언론이 계속해서 주제를 바꾼다는 거예요. 하루는 교육이었다가 다음날은 바다였다가… (할리우드 여배우) 킴 카다시안의 행적이었다가, 그 다음날은 제니퍼 애니스톤의 임신 소식이었다가… 그럼 결국 사람들은 어제 뉴스를 기억하지 못하게 되거든요. 추진력이 없는 셈이죠. 냉소적으로 본다면 이게 우리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게 막는 어떤 음모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왜냐면 우리가 무엇에 관심을 가졌었는지를 잊어버리게 되니까요. 손실이었는지, 병원이었는지, 이번 주는 통화 공급량이었고, 내일은 또 뭔가 다른 것에 신경을 쓰게 되는 거죠. 집중을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는 정치인들에게도 집중할 수가 없게 되는 거죠.]

[앵커]
글만 잘 쓰시는 줄 알았는데, 말씀도 잘하시는군요. 책에는 TV 시청률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 것 같던데요. 좀 전에 시청률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그러나 시장 안에 있는 미디어는 시청률에 영향을 많이 받곤 합니다. JTBC를 포함해서요.

[알랭 드 보통/작가·철학자 : 제가 주장하는 것은 정말 최고의 언론인이 할 일은 그저 뉴스나 전하면서 모두를 잠들도록 하는 게 아니라, 중요한 것을 재미있게 만들고 또 재밌는 건 뭐든지 중요한 것으로 만드는 일이란 거예요. 우리는 어떤 것에서라도 흥미를 느낄 수 있잖아요. 물론 '심각한 소식만 다루면 시청률이 떨어질 거야'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언론인의 역할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를 가능한 한 재미있게 만드는 겁니다. 물론 어려운 일입니다. 예술가와 같은 일이지요. 지구 온난화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저도 언론사에 친구가 있는데, 이렇게 얘기합니다. "만약 지구 온난화에 대한 얘기만 잔뜩 늘어놓으면 전부 잠이나 잘 거다. 그래서 유명인사의 극적인 요소들이 필요한 거다. 유명인사가 나오면 모두가 볼 테지만, 지구 온난화가 나오면 아무도 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기정사실이다" 하지만 저는 북극의 빙산이 녹는 것을 어떻게 하면 톱스타의 각선미만큼이나 흥미롭게 만들 수 있을지를 언론사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아무튼 언론인들이 치열한 시장 경쟁의 본질을 피할 수 없다는 점도 좀 이해해줬으면 좋겠네요.

[알랭 드 보통/작가·철학자 : 물론이죠.]

[앵커]
당신은 햄릿과 보바리 부인을 예로 들면서 뉴스가 자칫 인간의 한쪽 측면만 부각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사실 현실에서는 햄릿은 '살인자'고 보바리 부인은 '아동학대자'로 볼 수가 있죠. 반면 문학에서는 사람들이 그들을 '비극적' 인물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뉴스는 문학이 아니지 않습니까?

[알랭 드 보통/작가·철학자 : 제가 뉴스에서 종종 서글픈 부분이 뭐냐면, 즉시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나눈다는 거예요. '이 사람은 정말 착하고, 저 사람은 정말 나빠'라고요. 다른 사람은 없죠. 최근 '땅콩 회항' 사건, 마카다미아 사건을 예로 들어 보죠. 제가 읽은 서양 언론의 모든 기사들은 그녀를 우스꽝스러운 바보로 만들었어요. 전부 다요. 저는 기사들을 읽고 그 여자를 '비극적' 인물이라 생각했죠.]

[앵커]
그랬어요?

[알랭 드 보통/작가·철학자 : 그녀는 다시는 일을 하지 못할 것이고, 앞으로 남은 인생을 수치스럽게 보내며, 감옥에 가겠죠. 그녀 인생의 재앙인거죠. 물론 그녀가 많은 부분에서 끔찍한 인물이었던 건 맞아요. 하지만 여전히 사람이잖아요. 문학을 하는 작가로서 보자면 선악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그녀의 또 다른 측면이 빠져있는 게 안타까웠어요.]

[앵커]
알겠습니다. 다른 질문을 좀 드리죠. 프랑스 언론 '샤를리 에브도'가 추구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금 전 세계적인 이슈인데요.

[알랭 드 보통/작가·철학자 : 당연하죠. 저는 표현의 자유에 대해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샤를리 에브도는 당연히 목소리를 높여야 하고, 그 누구도 언론인에게 총을 겨누어서는 안 된다' 같은 거죠. 그러니 말할 필요도 없죠. 자유로울 수는 있지만 다른 종교에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무례하게 굴고 싶으면, 그럴 수 있죠. 괜찮아요. 하지만, 저는 표현의 자유만으로 좋은 언론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좋은 언론은 자유로울 뿐 아니라 지혜롭습니다. 자유는 항상 좋은 것이고, 늘 보호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자유는 우리가 이루려는 좋은 뉴스와 좋은 언론사를 만드는 단 한 가지 요소에 불과해요. 자유는 반드시 제가 지혜라고 부르는 또 다른 특성과 함께 해야 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아시다시피 많은 사람들이 '나는 샤를리다'라고 외치고 있고, 또 다른 사람들은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당신은 누구 편입니까. 후자의 편인가요?

[알랭 드 보통/작가·철학자 : 저는 동의하지 않는 사람에게 총을 쏘지 않는 사회의 편입니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총격을 가하는 것은 야만적인 일이에요. 계몽이나 현대 사상이 모두 그런 걸 막는 것이었죠. 제가 샤를리 에브도를 훌륭한 일을 하는 신문이라고 생각하느냐고요? 아뇨.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총을 쏜 사람들을 보호할 건가 하는 점인데, 전 당연히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은 총이든 왕이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의견을 용인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매우 힘든 일입니다. 지구상에 몇몇 소수의 나라들만 이룬 업적이에요. 제가 최근 터키에 갔었는데, 많은 언론인들이 감옥에 갇히고 있어요. 자유의 시대가 지나고 갑자기 대통령이 '언론인들은 필요 없다'라는 결정을 내리자 다시 언론인들을 잡아넣게 된 겁니다. 그런 일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을 때 사회는 쇠퇴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언론인들에게 표현의 자유가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믿고 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자, 이제 마지막 질문인데요. 차기작은 뭘 다룰 예정입니까? 또 뉴스를 다룰 건가요?

[알랭 드 보통/작가·철학자 : 아뇨. 사랑을 들여다보고 싶어요. 제가 초창기에 관심을 가졌던 주제이기도 한데요. 그때 전 젊은이의 관점에서 주로 사랑을 바라봤는데, 이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랑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보고 싶어요. 수십년간 어떻게 되는지 말이죠. 사실 이것은 굉장히 인기가 없는 주제예요. 왜냐하면 모든 영화나 노래들이 처음 5분 동안의 사랑에 관한 것이잖아요. 누군가를 만난 바로 그 순간, 물론 짜릿하죠. 그러나 곧 침묵만이 흐르죠. 아마 사랑의 지속성에 대해 생각해본다는 것이 고통스러워서일지도 모르겠어요. 제 다음 책은 이런 내용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알랭 드 보통/작가·철학자 : 네 고맙습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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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ever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8418

 

[에브리뉴스=윤진석 기자]현재 구속 수감돼 재판에 넘겨진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땅콩 회항' 사건을 일으켜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갑질 경영인으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조현아 사건은 국내 여론을 반재벌 정서로 돌리는 결정적 계기를 줬다. 반재벌 정서 불씨에 기름을 부은 격으로 정재계를 둘러싼 최태현 SK그룹 회장의 가석방 움직임에도 제동을 거는 데 기여했다. 그만큼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사회적 여론은 싸늘한 시선이 지배적이다.  
 

   
▲ ⓒ뉴시스

반면, 알랭드 보통은 새로운 문제인식을 던졌다. 이날 손석희 앵커 진행의 JTBC<뉴스룸>에 출연한 그는 "(조현아)그녀가 많은 부분에서 끔찍하지만 선악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며 이분법적 사고를 경계한 것. 
 
알랭드 보통은 '조현아 땅콩 회항'의 원인이 된 마카다미아(견과류)사건의 예를 들며 "제가 읽은 서양 언론의 모든 기사들은 그녀를 우스꽝스러운 바보로 만들었다"며 "저는 그 기사들을 잃고 그 여자(조현아)를 비극적 인물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와 관련, "조현아는 다시 일을 하지 못할 것이고, 앞으로 남은 인생을 수치스럽게 보내며 감옥에 갈 것"이라며 "(땅콩회항 사건은)그녀 인생의 재앙"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문학을 하는 작가로서 선악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조현아의 또 다른 측면이 빠져있는 게 안타까웠다"라고 덧붙였다.
 
알랭드 보통은 "또 다른 측면"에 대해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그의 시각은 '반 조현아 정서' 일각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방송이 나간 뒤 트위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분분한 의견으로 달궈졌다.
 
한 트위터리안은 "알랭드 보통의 조현아를 보고 느낀 건 언론을 통해 쉽게 인간의 선악이란 이분법으로 나눠진다는 점이었다. 사람은 복잡해서, 착함과 악함, 위선과 위악을 동시에 지닐 수 있다. 나 또한 단면들만으로 쉽게 생각하진 않았는지 돌아본다"라고 공감을 표했다.
 

   
▲ ⓒ뉴시스

이와 달리 또 다른 트위터리안은 "조현아가 비극적 인물이라는 알랭드 보통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금수저 물고 태어난 탓에 세상에서 무서울 것 없이 자랐고, 갑질이 당연하며, 따라서 인간에 대한 예의를 배울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라는 반어적 비판으로 조 전 부사장에 대해 냉소를 던졌다.
 
한편으로는 알랭드 보통이 간과한 지점을 꼬집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앞서 알랭드 보통은 조 전 부사장이 다시는 일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에 의문을 던지며 "그가 우리나라를 모른다"는는 지적이 잇따른 것.
 
한 누리꾼은 "당신은 한국 재벌의 도덕 수준을 몰라. 그리고 재벌을 대하는 방식도 몰라"라며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행태의 심각성을 돌려 야유했다. 개중에는 "그가 우리나라를 모르는 게 아니다. 우리가 얼마나 비정상적이고 그가 상식적인 사회에서 살았나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자조적 씁쓸함도 흘러나왔다.
 
학습효과란 게 있다. 이제껏 많은 정재계 인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조 전 부사장 또한 구속 되든 아니든 머지 않아 복귀해 오너가 일원의 지위로 한 자리를 꿰찰 것이고, '땅콩 공주'라는 당장의 주홍글씨 역시 뻔뻔학 지워나갈 것임을. 그동안 우리 국민은 여러 정재계 사례를 통해 일찌감치 가늠하고 있는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아들이자 조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동생인 조원태 현 대한항공 부사장은 과거 할머니 폭행 사건으로 사회적 질타를 한몸에 받았지만 경영수업을 지속하는 데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통해서도 학습효과는 엿볼 수 있다. 김 회장은 폭력조직을 동원한 술집점원 쇠파이프 폭행건,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바 있지만 현재는 공식 직책 없이 그룹 경영 복귀에 한창이다. 
 
그러니 알랭드 보통의 다변적 잣대의 필요성에 공감은 하면서도 조 전 부사장의 앞날에 대해서 만큼은 남의 나라 얘기로만 들리는 것이다. 문학적 조현아는 비운의 인물일 수 있으나 재벌가의 부조리한 갑질, 꼼수가 만연한 현실에서는 일반 국민이 비운의 몫을 감당할 수밖에 없는 노릇. 
 
한편, 알랭드 보통은 지난주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라는 지식컨퍼런스 참석차 내한했다. JTBC인터뷰는 알랭드 보통이 한국에 머물 당시 사전 녹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 기사제보 : 편집국(02-786-6666),everynews@everynews.co.kr >

 

출처 :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글쓴이 : 채널만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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