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서 구속 노동자 가장 많아
양심수 중에서도 노동자가 64%로 최대…“인권문제로 다뤄야”
김학태 기자/매일노동뉴스   김학태 기자/매일노동뉴스에게 메일보내기  

  


 지난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선 후 역대정권을 비교한 결과, 참여정부에서 구속 노동자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노무현 대통령 집권 기간에 구속된 양심수 가운데 노동자들이 압도적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노무현 집권 4년, 958명 구속
  
  4일 민주노총과 한국진보연대(준), 구속노동자 석방 및 사면복권을 위한 공동행동이 87년 항쟁 20주년을 기념해 주최한 ‘구속노동자 실태와 노동기본권 보장 방안’ 토론회에서 이러한 내용이 나왔다.
  
  민주노총이 발표한 1993년 문민정부 이후 역대정권별 구속노동자 수(표1 참조)를 보면 노무현 정권이 가장 많았다. 김영삼 정권 시절에는 632명의 노동자들이 구속된 뒤 갈 수록 늘어나 김대중 정권은 892명, 임기가 끝나지 않은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올해 5월31일까지 958명의 노동자가 구속됐다. 최근 금속노조 총파업 등으로 지도부에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을 고려하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노동자와 학생 등 구속된 양심수 가운데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민주화실천가족협의회(민가협) 통계를 보면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2003년부터 올해 5월31일까지 총 1천65명의 양심수들이 구속됐다. 이 가운데 노동자가 63.8%인 680명인데 학생(169명), 재야인사(168명)보다 훨씬 많았다.(표2 참조)
  
  다양한 혐의 적용해
  
  구속 양심수들에게 적용된 법규를 분석해면 노동자들은 업무방해혐의와 같은 노동관련 활동에 따른 법위반 외에도 집시법이나 특수공무집행방해, 폭력행위 등 다양한 혐의로 구속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구속된 양심수 가운데 노동자들이 68%를 차지하고 있지만, 민가협 통계(표3)를 보면 노동 관련 법위반에 적용된 비율은 32%로 폭력 등에 관한 법률 위반(34.5%), 집시법 위반(32.9%)이 더 많았다.
  
  이에 대해 한용진 한국진보연대 대외협력위원장은 “파업에 따라 적용되는 업무방해혐의 뿐 아니라 집시법, 폭력에 관한 법률,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는 정부가 노동자들에게 가장 많이 적용하는 혐의”라며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탄압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의 경우 구속노동자 중에서도 비정규직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지난 해 1년 동안 구속된 노동자는 총 271명으로 이 중에서 73.8%인 200명이 비정규직이었다. 또 구속된 정규직 71명 중에서도 구속 당시 해고자 신분이었던 노동자가 31명이나 됐다.
  
  한용진 대외협력위원장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 그 중 더 약자라 할 수 있는 비정규직과 해고노동자들이 많이 구속됐다”며 “한국 사회 민주주의의 심각한 후퇴”라고 주장했다.
  
  “노동운동만의 문제 아니다”
  
  이처럼 구속된 양심수 가운데 노동자들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것과 관련해, 더 이상 노동만의 문제로 남겨둬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한용진 대외협력위원장은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을 집단이기주의이고 폭력적인 투쟁 사례로 넘기다가는 우리사회 민주주의는 영영 거꾸로 가게 될 것”이라며 “노동자에게만 맡겨 놓을 문제가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이 함께 나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광열 구속노동자 후원회 사무국장은 “구속노동자 문제가 인권문제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며 “운동진영의 무관심과 합법화 이후 민주노총 자체의 힘을 너무 믿거나, 노동운동에 대한 실망감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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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는 사면복권에서 왜 외면되나 ㅣ 김학태 기자/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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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교도소의 변화는 딱 두가지"
구속노동자 실태와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
텍스트만보기   오마이뉴스 이민정(wieimmer98)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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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진보연대(준) 등은 4일 오후 구속 노동자들의 인권실태를 알리고 노동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구속 수감 뒤 만기석방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 오마이뉴스 이민정

"교도소 감방의 바닥 구석구석에서는 벌레가 기어 나왔다. 화장실 변기를 통해 쥐도 올라왔다.…수감되기 3개월 전 교통사고로 인해 물리치료가 필요했지만 꿈도 꾸지 못했다. 진단서와 의사소견서를 보여줬지만, 외부 치료는 전면 불허였다. 진통제 몇 알이 전부였다."

박경연(34·화물연대 충북강원지부)씨는 지난 8개월간의 수감 생활을 회고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지난 5월 25일 만기 출소했다.

지난해 9월 수배중이던 박씨가 경찰서에 자진 출두한 뒤 곧바로 법정 구속 상태가 되면서 1년여간 애태웠을 아내와 아이들에 대해 언급할 때는 하던 말을 멈추고 입을 꾹 다물었다.

박씨는 4일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자신의 고된 1년여를 털어놓았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준), 구속노동자 석방 및 사면복권을 위한 공동행동 주최로, 구속 노동자의 실태를 알리고 노동 기본권 보장 방안을 토론하기 위한 자리였다.

토론회 1부에서는 구속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경험담을 공개했고, 2부에서는 전문가들이 참석해 노동 기본권 보장을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10년간 교도소 내 변화는 딱 두가지"

▲ 이날 토론회에는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 부인인 임경옥씨가 참석해 구속 노동자 가족의 애환을 전했다.
ⓒ 오마이뉴스 이민정
박씨는 지난해 3월 충북 제천의 한 시멘트회사에서 운송료 인상 및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노동운동을 하던 중 수배자 신세가 됐다. 30여일 간 숨어 지내다 경찰에 자진 출두 이후 법정 구속이 됐고, 1심에서 실형 1년과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을 받았다.

그는 수감 생활 동안 충주구치소-청주교도소-안동교도소 등을 거쳤다. 그는 "교도소 담 안의 현실은 너무나도 참혹했다"며 "만약 다시 (교도소로) 들어가라고 한다면, 차라리 인생을 포기하고 싶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단 하루도 교도관들과 실랑이를 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며 "한겨울에는 밑바닥에서 냉기가 올라와 잠을 설치기 일수였다, 모포를 건조할 시간도 없어 냄새가 나는데도 꾹 참고 덮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출력(교도소 내 노역)을 하지 않으면 TV, 선풍기도 없는 방에 하루 종일 앉아 있어야 하는, 이른바 '징벌빵'을 받아야 했다"며 "강제 노역이나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안사범, 구속 노동자의 생활이 이 정도인데 일반 재소자들의 생활은 어떻겠느냐, 인권을 포기한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출소 이후에도 그의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그는 "버스나 택시회사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신원조회에서 걸렸다"며 "면접에서 대놓고 '빨갱이'라며, 도저히 받아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교도소 안에 있는 동안 갖고 있던 화물차를 팔았다.

김준규(현대자동차 아산사내하철지회 소속)씨는 "지난 10여년간 교도소 내 바뀐 것은 딱 두 가지였다, 방마다 TV가 설치된 것과 교도관이 반말을 하지 않게 됐다"면서 "그 외에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 1997년 처음 구속된 뒤 지금까지 세 번 구속됐다.

"노무현 정권, 가장 진보적일 줄 알았는데..."

▲ 범죄유형별 구속 노동자 현황
민주노총과 구속노동자후원회가 집계한 것에 따르면, 참여정부(2003∼2007. 5. 31) 동안 박씨와 김씨처럼 파업 투쟁 중 구속된 노동자는 총 958명. 1년 평균 217명이 구속되는 셈이다.

문민정부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 집권(1993∼1997) 당시에는 총 632명(연평균 126명)이었고, 김대중 정부(1998∼2002) 동안에는 총 892명(연평균 178명)이었다. 참여정부의 구속자 수에 비해 밑도는 수치다.

이에 비해 노태우 정부(1988∼1992) 당시에는 총 1973명으로, 연평균 395명의 노동자가 구속됐다.

한용진 한국진보연대(준) 대외협력위원장은 이에 대해 "역대 정권 중 가장 진보적인 줄 알았던 노무현 정부의 이같은 민주주의 후퇴 양상은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구속 노동자들을 변론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를 주장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이 참여할 공간은 제대로 열어주지 않고 있다"며 "노동자들의 참여는커녕 감옥을 향한 문만 활짝 열어뒀을 뿐"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지난 한해동안 구속된 271명의 노동자 중 비정규직이 200명"이라면서 "이것은 비정규 노동자와 같이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이 집중적으로 탄압받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 규제, 규제... 파업은 곧 범죄"

권영국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현행 노조법을 구속 노동자가 늘어나는 이유로 짚으면서, 현행법 개정을 촉구했다.

권 변호사는 "한국의 노조법에는 쟁의행위를 규제하는 규정이 무수히 많고, 법원 또한 파업의 정당성 판단에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갖고 있어서 적법한 파업의 범위가 매우 협소하다"며 "결국 노조가 쟁의행위를 하는 순간 업무방해죄가 된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지나친 규제로 인해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거나 조합원 다수가 파업하지 않을 경우, 그 파업은 범죄가 된다"며 "이는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행동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집회나 시위 또한 신고제를 취하고 있지만, 법률 규정이나 경찰의 재량에 따라 집회를 제한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아 사실상 허가제나 다름없다"며 집시법 위반죄의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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