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평창 올림픽 유치 실패는 잘 된 일”
참세사 이윤원 기자 sisyphus@jinbo.net / 2007년07월06일 10시46분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러시아 소치로 최종 선정되자, 정치권과 언론은 한 목소리로 유감을 표했다. 이 가운데 민주노동당은 “평창은 패배하지 않았다.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는 평창 주민에게 잘 된 일”이라며 “언제까지 스포츠 쇼비니즘(국수주의)에 국민을 들러리 세울 건가”라고 정부와 정치권, 언론을 질타했다.


5일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는 논평을 내고 “정부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5조 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와 14만 명에 이르는 고용증대 효과를 가져온다고 선전했지만, 이를 위한 기간시설 설비에만 국고 4조 2천억 원이 투여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설혹 고용이 그만큼 증대되더라도 일시적인 고용일 뿐이며, 강원도의 가장 큰 재산인 수려하고 청정한 자연의 파괴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은 2003년 유니버시아드 이후 대구 관광객이 2년 전보다 절반 규모로 줄고, 2002년 월드컵 당시에도 외국인 관광객이 예년의 2~30%에 불과했던 사례를 들었다. 남은 성과는 “곳곳에 지어져 유지비만 수십억 원에 이르는 너무 큰 운동장들 뿐”이라는 것. 2002년 아시안게임을 치른 부산의 경우에도 시설유지에만 매년 30~40억을 쏟아 붓다, 이후 해결책으로 내세웠던 경륜 사업마저도 600억 원의 경비를 삼킨 애물단지가 됐다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주장.


또한 “동계올림픽은 구조적으로 반(反)생태적일 수밖에 없다”며 “선진국에서는 동계올림픽 유치전이 진행되면 예외 없이 환경 단체들의 극렬한 반대가 있어왔다”고 알렸다. 이처럼 “국제스포츠경기가 우리의 삶을 들쑤셔놓고 허무하게 사라지기를 벌써 십여 차례”인데 “아직도 이런 얄팍한 후진국적 선동이 먹힌다는 사실이 통탄스러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민주노동당은 “아무리 국제체육경기가 많이 치러져도 우리의 삶의 질을 개선하거나 쾌적하게 만드는 것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하며 “대구는 2003년 유니버시아드와 세계육상경기대회를 유치하는 쾌거(?)를 달성했지만, 250만 인구에 공공도서관은 여전히 13개 뿐”이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은 “평창주민들이 궁극적으로 원했던 것이 더 행복하고 윤택한 삶이었다면 동계올림픽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쏟아 부으려 했던 예산을 바로 주민들의 문화 복지 향상에 쓸 수 있도록 매진하면 될 일”이라며, “전 세계의 손님들을 위해 산과 들을 해치며 상다리 휘어지게 잔치를 벌인 후, 그 뒤치다꺼리로 수십 년을 고생해야 하는 끔찍한 난리를 평창 주민들은 다행스럽게 피해 갔다”고 평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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