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종부세 비판은 치명적 결함, 땅부자 위한 혹세무민은 중단해야
 
대자보 이태경 기자 
 
종부세 자진 신고 및 납부를 앞두고 올해도 어김없이 수구언론의 종부세 흔들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터넷에서 잠시만 검색해 봐도, "눈앞에서 터지는 종부세 폭탄"〈중앙일보,  12. 1자 사설〉, "종부세 년 5~6배 부과는 '납세자 학대'다" 〈동아일보, 12. 1자 사설〉, "참여정부 임기 내에 종부세 오폭 끝내야" 〈연합뉴스, 11. 30자 연합시론〉, "문제투성이 종부세 빨리 손봐야"〈국민일보, 12.1자 사설〉등의 기사가 줄줄이 올라온다.
 
종부세가 문제가 많으니 빨리 손질하라는 이들의 주장을 정리하면 대략 아래와 같다.
 
'참여정부가 장담하던 세금폭탄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 됐다. 고가 부동산에 대한 징벌적 세금인 종부세의 과세 대상자와 세액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종부세 과세 대상자는 모두 48만 6000명으로 지난해 보다 38%늘었고, 세금은 2조 8000억원으로 지난해 보다 65.3%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가격 상승분이 올해 공시가격에 한꺼번에 반영된 데다 과표 적용률이 지난해 70%에서 올해 80%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상황이 더 나쁜 건 이 중 2채 이상 다주택 보유자가 23만2천 명으로 61.3%이고 나머지 14만7천명, 38.7%는 1주택 보유자라는 점이다. 작년의 6만8천 명의 두 배가 넘는다. 즉, 투기와는 거리가 먼 1주택 보유자가 종부세 폭탄을 고스란히 맞고 있는 것이다. 과표 적용률이 내년과 후년에 각각 90%와 100%로 오르게 돼 있어 고가 부동산 소유자의 부담은 갈수록 커질 수 밖에 없다.
참여정부는  ‘투기가 집값 폭등의 원인’이라는 이유로 2003년 종부세를 도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주택 공급 부족, 양도소득세 중과(重課)에 따른 아파트 매물(賣物) 감소, 마구잡이식 지역 개발과 이에 따른 토지보상비 급증 등 정책 실패가 집값 상승의 주요인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징벌적 부동산 보유세 또는 부자세(富者稅)라고 할 종부세로 ‘집 가진 죄인’을 양산했다. 종부세가 무서워 집을 팔려고 해도 양도세 부담 때문에 여의치 않은 형국이다. 사정이 이쯤되면 학정(虐政)이다.
이명박, 이회창 등 유력 대선후보들이 종부세를 손질하겠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결자해지 차원에서 현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시정하는 것이 좋겠다. 참여정부는 이제라도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경감 방안을 마련하고 주택에 대한 종부세 부과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려야 한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는 수구언론의 주장은 그러나 아래와 같은 치명적 결함을 내장하고 있다.
 
1. 과세 대상과 세액 증가가 너무 가파르다?
 
'종부세 과세 대상자가 48만 6000명으로 지난해 보다 38%늘었고, 세금은 2조 8000억원으로 지난해 보다 65.3%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개인주택분 종부세는 1조2000억원으로 무려 172% 늘었는데 이는 말 그대로 세금폭탄이다' 라는 것이 이 주장의 요지이다. 쉽게 말해 과세 대상과 세액 증가율이 너무 가파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곰곰히 살펴보면 헛점 투성이다.

먼저 종부세 과세 대상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은 전년도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한 탓이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면 대상자도 자연스럽게 줄어들테니 크게 염려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과세대상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수구언론이 수선을 떨고 있지만 올해 주택분 종부세를 납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개인은 올해 우리나라 전국 1855만 세대의 2% 정도인 37만9000세대에 불과하다. 또 전국 1855만 세대 중 52%를 차지하는 주택을 보유한 세대(971만세대) 중에서도 3.9%만이 종부세를 부담할 뿐이다.
 
또한 종부세는 다주택 보유자나 고가주택보유자가 대부분 부담한다. 놀랍게도 종부세 부담자의 61.3%는 2주택 이상 다주택 보유자다. 이들 23만2000 다주택 보유세대가 전체 종부세액의 71.6%를 부담하고 있으며, 이들이 보유한 주택은 97만7000가구로, 전체 종부세 대상 주택 112만4000가구의 86.9%를 차지하고 있다. 즉, 종부세 대상이 되는 주택 10채 가운데 9채는 다주택 보유자가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부담하는 종부세액도 그리 대수로운 수준은 아니다. 통계를 보면 개인 주택분 대상자 중 종부세를 1000만원 이상 내야 하는 납부자는 2만7000명(7.3%), 500만∼1000만원은 4만7000명(12.4%), 300만∼500만원은 4만4000명(11.6%), 100만∼300만원은 11만9000명(31.3%), 100만원 이하는 14만2000명(37.4%)으로 올해 종부세 대상자 가운데 37.4%는 100만원 이하, 68.7%는 300만원 이하의 종부세만 부담한다.
 
한편 종부세액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해도 종부세 과세대상자들의 시가 대비 실효세율은 불과 0.5%에 불과하다. 이는 선진국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이다. 종부세 과세대상자들에 대한 실효세율이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임에도 실효세율이 단기간 내에 급격히 상승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과거의 보유세 실효세율이 터무니없이 낮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과거의 보유세 실효세율이 비정상이고 지금이 정상인 셈이다. 또한 종부세액이야 부동산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면 저절로 줄어들 것이니 수구언론과 부동산 부자들은 너무 걱정하지 말길 바란다.
 
2. 종부세는 소득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과중하다?
 
'소득이 적은 봉급생활자나 은퇴자는 집을 팔아서 종부세를 내라는 말이냐'는 것이 이 주장의 요지이다. 그러나 이 주장도 이치에 닿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종부세는 소득세가 아니라 재산세다. 재산이 많은 사람에게 그에 걸맞는 재산세를 부담시키는 것이 잘못된 것인가? 재산세를 납부하는데 소득 운운 하는 소리가 왜 나오는지 모를 일이다. 대형 자가용을 굴리는 사람이 소득이 적으니 재산세를 감면해 달라고 하면 주변의 비웃음만 살 뿐이다.
 
종부세를 납부할 능력이 되지 않으면 이를 매각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가면 될 일이다. 1주택 보유자의 경우에는 종부세 대상자라고 해도 양도세 부담이 매매차익의 10%수준에 불과하니 양도세 부담도 거의 없다. 거주이전의 자유니, 이사명령이니 하면서 생떼를 쓰는 건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소득 없는 은퇴자들을 배려하자는 주장도 억지스럽다. 종부세 과세대상에 해당하는 주택의 거래가격은 적게 잡아도 8억원을 크게 상회할 것이다. 8억원을 훨씬 상회하는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노인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소득이 없을 리도 만무하지만, 만약 종부세를 납부할 능력이 되지 못한다면 지금 살고 있는 주택을 팔고 공기 좋은 곳으로 내려가 여생을 즐기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물론 상속이나 증여, 매매 등 소유권 이전이 발생할 때까지 종부세 납부를 유예해 주는 것은 전향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그러나 노령층이라고 해서 면세나 감세의 대상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수혜가 노령층이라고 해서 빗겨가지 않는 것처럼, 공평과세의 원칙에서 노령층도 예외일 수는 없다.
 
3. 투기와 무관한 1주택 보유자가 종부세 대상이어서는 안된다?
 
'투기와 무관한 1주택자가 종부세 대상이라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인데 이는 악의적 왜곡이거나 무지의 소산일 가능성이 크다. 종부세는 투기억제 수단일 뿐 아니라 개인이나 법인이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이기 때문이다.
 
근년들어 집값이 가장 많이 상승한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을 한 번 생각해 보자! 이들 지역의 주택 가격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높은 이유는 무엇보다 사회적 인프라, 즉 도로, 지하철, 공원, 의료시설, 학교, 상권 등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우수하기 때문이며 이는 곧 삶의 질이 타지역에 비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들 지역에 구축된 사회적 인프라는 대부분 국세로 마련된 것이다.
 
이와 같이 값비싼 서비스를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는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버블세븐에 소재한 주택을 소유한 주민들이 다른 지역 주민들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는 만큼 더 많은 보유세를 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것이다. 1주택 보유자라고 해서 예외가 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끝으로 수구언론은 1주택 보유자가 투기와는 거리가 멀다고 단정하고 있는데 무얼 근거로 그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강남구에 20억짜리 고가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한 후 전세를 주고 자신도 전세로 살고 있는 사람과 지방에 1억 짜리 아파트 2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 가운데 누가 더 투기꾼에 가까운지 수구언론은 알아낼 능력이 있는가? 수구언론 스스로 자문해 보기 바란다.
 
4. 투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것이 아니다?
 
'국민의 정부 말부터 시작된 부동산 가격 상승이 투기적 가수요 때문이 아니라 주택 공급 부족, 양도소득세 중과(重課)에 따른 아파트 매물(賣物) 감소, 마구잡이식 지역 개발과 이에 따른 토지보상비 급증 등 정책 실패 때문이니 종부세는 불필요한 정책수단이었다'는 것이 이 주장의 요지이다. 그러나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국민의 정부 말부터 주로 버블세븐 지역 위주로 진행된 부동산 가격 상승이 투기적 가수요 때문이라는 것은 버블세븐 지역의 주택 소유 편중도, 타 지역을 압도하는 주택담보대출 증가율, 터무니 없이 낮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등의 실증적 통계가 생생히 증명하고 있다.
 
수구언론은 이제 그만 혹세무민을 중단하길
 
위에서 조목조목 살펴 본 것처럼 수구언론의 종부세 비판은 전형적인 혹세무민이다. 수구언론은 이쯤에서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2%만을 위한 언론 역할을 중단하는 것이 좋겠다. 아니면 차라리 2%만을 위한 언론이라고 당당히 선언하라!
 
끝으로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에게 한 마디. 만약 집권한 후 종부세 후퇴를 요구하는 수구언론의 주문을 따르다가는 대한민국이 투기공화국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 이 점 명심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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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에서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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