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역행하는 반민주·반민생 ‘악법’ 산적
감세·재벌특혜·의료민영화·사이버통제…
이재환
‘해도 해도 너무한 MB악법 베스트 22’ 진단

의료양극화 불러올 의료민영화 법안 우려
약자에게 중요한 ‘집회의 자유’ 침해 법안
공안통치 부활 꿈꾸는 국정안 강화법안도


참여연대가 발표한 올 정기국회 ‘해도 해도 너무한 MB악법 베스트 22선’은 새 정부 집권 이후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반발이 컸던 각종 정부 및 여당의 정책들이 총괄돼 있다. 특히 ‘민생’의 가치에 반하는 각종 법안들이 도마에 올랐다. 여대야소의 국회에서 밀어붙이기식 법안 통과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 ‘악법’은 정기국회 이후에도 개혁적 시민사회의 표적이자 전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권층’ 감세안=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기획재정부)은 상속세의 경우 지금도 기초공제, 배우자공제, 자녀공제, 일괄공제, 금융자산공제 등 각종 공제제도의 혜택을 받아 극소수만이 납부하고 있고 실제로 십 수억의 재산을 상속 받아도 상속세를 납부하는 일은 거의 드물어 상위 0.7%만을 위한 대표적인 부자감세 법안이란 지적을 받았다.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기획재정부)도 헌재 판결 이후 종부세 납부대상을 축소한다는 것을 뼈대로 둔 대표적 ‘강부자’ 특혜 법안이란 비판이다. 특히 그동안 세수 전부가 지방교부금으로 배분돼 자치단체별 재정지원에 사용되었던 만큼 세수 감소가 이루어질 경우 지역의 취약계층 복지 예산 축소가 심각해 질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재벌특혜법안=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금융위원회)은 재벌 등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를 높여서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현행 4%인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10%까지 올리고,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은행주식 보유 한도는 금융위원회의 승인 후에 4%를 초과해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참여연대는 세계 100대 은행 중 산업자본이 경영을 지배할 수 있는 은행은 4개에 불과하고, 미국도 산업자본의 은행지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음을 지목하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지주회사법 일부개정법률안(금융위원회)은 보험, 증권회사 등을 소유한 비은행지주회사가 산업자본(비금융자회사)을 지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은 특히 삼성그룹의 현재 불법적 지배구조(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자금력으로 기타 삼성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합법화시켜주기 위한 개정이란 의혹을 사고 있다. 삼성 뿐 아니라 다른 재벌의 왜곡된 소유구조 역시 합법화시켜주게 된다는 점에서 ‘악법’에 포함됐다.

비정규직 기간 연장 법안=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노동부)은 현행 2년으로 되어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것으로 정부안대로 합법적 사용기간이 4년으로 연장되면 비정규 노동자의 규모는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게 되고, 노동시장 내 양극화 및 사회양극화도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의료 민영화 법안=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금융위원회)은 금융위원회에 보험사기 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건강보험공단이 가지고 있는 개인질병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보험사기를 방지한다는 미명하에 금융위원회가 국민의 질병정보를 민간 보험회사에 넘겨줘 보험업계 활성화를 도와주는 꼴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를 통해 의료 민영화는 가속화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프라이버시 침해,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의료채권에 관한 법률 제정안(보건복지부)은 의료기관이 채권을 발행, 병원은 시설이나 장부 투자를 늘려 규모를 키우게 되고, 이로 인한 채무부담은 환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보건복지가족부)은 의료기관의 외국인 환자 유치 행위와 의료법인의 ‘관광숙박업’ 등 부대사업을 허용하는 것이 주요골자다. 병원이 외국인 환자나 고소득층 진료 서비스에 집중해 서민들의 의료서비스 접근은 그만큼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의료기관 등 설립, 운영에 관한 특별법(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은 높은 인건비로 인해 우수 의료 인력보다 질 낮은 의료 인력이 유입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보육 바우처 법안=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은 보육지원을 받고 있는 90만 명의 부모들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해 보육료를 직접 결제하도록 하고,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저소득층 아동들에게는 양육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바우처 관리비용(카드수수료 최대 400~500억원 추산) 등 정부 재정지출 확대로 실제 부모들의 보육부담을 가중시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육수당 대신 보편적 아동수당을 도입하여 아동에 대한 교육투자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법안=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전부개정법률안(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은정부가 모금기관을 지정을 할 경우 민간모금기관의 독립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고, 배분의 공정성에도 심각한 문제가 제기될 것이란 점에서 ‘악법’으로 선정됐다. 독립적 지위를 갖고 자율적으로 운영돼온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금을 정부 통제 하에 두려는 의도라는 의심을 사는 것이다.  

수도권 규제완화 법안=수도권정비계획법 일부개정법률안(한나라당 정진섭 의원)은 수도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완화를 하겠다는 것이 골자지만 수도권은 과밀화로 인한 재앙을, 지방은 경제기반 붕괴를 초래할 것이란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국토 전체의 이용계획을 흔들려 한다고 비판했다.

사이버 통제 법안=형법 일부개정법률안(한나라당 장윤석 의원) 중 일명 ‘사이버 모욕죄’ 1호 법안이 내용에 포함돼 있다. 인터넷상의 모욕죄를 가중 처벌하고 비친고죄로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인터넷 사용자에 대한 수사나 처벌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현행 형법상 모욕죄에 근거해서도 인터넷 상의 피해에 대해 처벌을 요구할 수 있지만 이와 별도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타인에게 모욕을 준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이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방송통신위원회)은 인터넷 상의 본인확인제(인터넷실명제) 의무대상 사업자를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이 법은 네티즌을 잠정 범죄자로 취급한 것으로 인터넷 공동체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원활하게 운영되는 수많은 익명 게시판에 족쇄를 채우는 법안이라는 지적이다.

‘집회의 자유’ 침해 법안=집회 및 시위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한나라당 성윤환 의원)은  집회 참가자들의 복장과 휴대용품을 규제하는 법안이다. 집회 참가자들을 예비범죄자로 규정하는 부정적 인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현저하게 침해하는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불법집단행위에 관한 집단소송법 제정안(한나라당 손범규 의원)은 일명 ‘떼법 방지법안’으로 이 법안에 따르면, 불법집단행위에 의해 피해 집단의 구성원이 50인 이상일 때 집단 소송을 제기하여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사회 구성원들의 비판적 목소리를 봉쇄하기 위해 기본권마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설명이다.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은 비영리 민간단체의 등록과 보조금 지급 여부를 집시법 위반과 연계하고자 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구성원이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을 위반하여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는 해당 비영리민간단체법이 정하는 지원을 받을 수 없으며, 교부받은 보조금을 반환해야 한다. 나아가 비영리민간단체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된 단체나 구성원이 법을 위반해 벌금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등록을 말소하게 된다. 정부정책에 대한 감시와 비판활동을 통제하려는 목적이 담긴 것으로 헌법이 금지한 연좌제까지 부활시키는 효과까지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강화 법안=국가정보원법 일부개정법률안(한나라당 이철우 의원)은 국정원의 직무범위를 ‘국가안전 보장과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정책 결정에 필요한 정보’로 확대하고, 국정원 직무관련 범죄수사 대상에 현직 국정원 직원 외에 ‘퇴직 직원’을 포함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국정원은 직무범위를 무제한 확대해 정치사찰을 합법화할 우려와 민간인 신분이 된 전직 직원들에 대한 수사권까지 가져 외부통제를 더욱 불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대테러활동에 관한 기본법안(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은 대테러활동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장 소속하에 국가대테러센터를 설치하는 내용이다. 테러에 대한 개념이 불분명해 인권침해가 일어날 수 있고, 테러 단체 지정과 테러위험 인물에 대한 정보수집 권한은 정치인과 정부 비판적인 시민단체, 네티즌 등에 대한 사찰과 탄압의 도구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비밀의보호및관리에관한 법률 제정안(국가정보원)은 국가 비밀 관리 권한을 국정원이 독점하고, 처벌 조항이 강화돼 국정원의 권력집중 현상을 가져올 것이란 비판이다.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한나라당 이한성 의원)은 수사기관이 개인의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요청할 때 위치정보를 추가할 수 있도록 하고, 수사기관이 필요로 하는 정보 제공을 위해 전기통신사업자는 필요한 장비(감청장비)를 의무적으로 구비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위치정보 제공과 공공연한 감청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것이 분명하며,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시대적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재환 기자 ljh@ingo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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