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큐비즘] 대만이 아직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버티는 이유(1)

대만은 아직도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수입하지 않고 있다. 대만과 일본은 아직도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 개방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오로지 국민건강 때문이다.
 
PD수첩에 대한 수사는 재개되었다. 번역을 도왔던 분도 이미 검찰에 소환되었고, 사실 이 문제에 대한 무능의 총체적 책임을 져야할 정운천 전 농림부장관도 지난 3월 2일 검찰에 소환되었다. 3일에는 PD수첩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 USTR ‘2009 무역정책 아젠다 및 2008 연례보고서’
 
지난 3일 발표된 USTR 보고서는 한미 FTA 말고도 쇠고기관련 의미있는 정보가 담겨있다. 우리는 이미 쇠고기수입을 결정했기에 특별한 언급이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일본, 대만, 홍콩,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해서는 언급했다. 아직까지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 보복한다고 했을까? 

WTO에 제소하였다거나 제소할 예정이라는 내용은 전혀 없다. 다만 2009년에도 계속 수입개방을 시도하겠다는 정도이다. 당시 우리 정부는 어땠나. 우리가 거절하면 미국 정부가 당장 WTO로 끌고가고, 당장 자동차에 대해 보복하고, 이런 식이었다.
 
# 대만과 일본의 협상을 눈여겨 봐야하는 이유
 
지난해 5월 8일로 되돌아 가자. 당시 쇠고기 협상의 법적․행정적 책임자였던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이 가까운 장래에 대만, 일본과 체결한 협상에서 우리 조건과 다른 내용이 담길 경우, 달라지게 된 경위를 따져보고 당연히 개정을 요구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논리는 정부여당의 일관된 논리였다. 그리고 미국과의 재협상 요구를 차단하는 핵심논리였다.
 
그보다 앞서 정부와 한나라당은 4일 국회에서 긴급 당·정·청 대책회의를 가진 일이 있다. 머니투데이 5월 5일자는 정부여당이 “일본과 대만 등 주변국의 미국 쇠고기 협상 내용을 봐가며 미국에 추가 협상을 요구한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보도했다.
 
당시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2중, 3중의 방어막을 치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며 "대만, 일본의 협상 내용이 우리와 다르면 재논의가 가능한 것 아니냐. 정부가 미리 선을 그을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래서 다시 이 문제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유일한 재협상의 고리이기 때문이다.
 
# 이미 들통난 거짓말
 
노컷뉴스 지난해 5월 28일자 보도를 그대로 인용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7일 ‘대만이 OIE 기준에 맞춰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을 끝냈지만 집권 초기인 상황을 감안해 공식발표는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도 ‘공식적으로는 아직 미국과 대만간 협상이 진행중’이라면서도 ‘OIE 기준에 따라 협상이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혀 대만의 협상 결과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시사했다. 농림수산식품부 역시 ‘대만과 미국의 협상에 OIE 관계자도 참여하고 있다’고 말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오보일까. 거짓말일까. 거짓말이라면 어떻게 이렇게 일관되게 거짓말을 할 수 있었을까. 일본은 2007년 8월 2일과 3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미일간 제2차 기술적 회의 이후 공식적 움직임은 전혀 없다. 공식회의가 없었다.
 
대만 역시 2007년 여름 이래 어떠한 특별한 움직임도 없다. 그런데 협상이 다 끝났었다고? 그리고 OIE 관계자가 참여한다고? 국제기구 관계자가 양자협상에 참여한다고? 그리고 공식적인 협상이 진행중이었다고? 도리어 정운천 전 장관은 이런 부분에 대해 검찰에서 진술했어야만 한다. 지난 일은 다 잊혀진 일이니까 거짓말해도 상관없다고?
 
#대만이 결정하고 있지 않은 것도 재협상의 근거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재협상 근거는 오로지 대만과 일본의 협상에 있다. 두 나라의 조건이 우리보다 유리하면 우리에게 재협상 근거가 생기는 것이고, 우리보다 불리하면 미국에게 역시 재협상 근거가 생기는 셈이다. 이것이 정부 논리였다.
 
그런데 여기서 덧붙일 것 한가지. 일본과 대만이 계속 버티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개방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결정이기 때문에 재협상의 근거가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필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 대만은 버티고 있다. 국민건강을 이유로
 
미국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2007년 5월 OIE로부터 ‘광우병위험 통제국’ 지위를 부여받았다는 이유로 대만에 대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개정을 요구한다. 우리나라에 대해서처럼 사실상 전면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대만이 현재 적용하고 있는 수입위생조건은 2006년 1월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 기준은 미국이 내세우는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보다 더 엄격하다.
 
대만 정부는 2007년 이후 미국의 계속된 개정요구에도 불구하고 입장은 여전하다. 특히 지난해 5월 경 미국은 대만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조건으로 협상재개를 요청했다. 하지만 대만은 양국 공동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관련 연구만을 진행할 뿐이다.
 
같은 해 9월 대만은 미국 현지조사를 실시하는 등 수입위험분석 절차는 진행중이다. 하지만 2009년 2월 현재까지도 대만은 여전히 2006년 1월의 수입위생조건에 따라 수입하고 있을 뿐이다.
 
# 미국의 보복은 없다
 
그러면 미국의 보복이 있을까. 없다. USTR 보고서도 보복에 대해서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WTO 제소조차도 언급이 없다. 만일 대만의 버티기가 계속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정부는 뭐라고 변명해야 하나.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만의 협상팀은 제 할 일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미-대만 간 무역분쟁이 발생하지도 않았다.
 
김종훈 본부장, 정운천 전 농림부 장관에게 묻는다. 질문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다. /최재천 
 
원문글 바로가기 ☞ http://blog.ohmynews.com/cjc4u/ <신문고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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