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탄압 본궤도 올랐다

 

누리꾼들 "경찰 짜맞추기 억지수사… 상습시위꾼 규정도 모호"

 

"법을 어겼다니까 어긴 것은 사실이겠죠. 하지만 법에 의해 처벌받더라도 사실에 근거해 처벌받고 싶습니다. 기소 내용을 살펴보니 우리가 폭죽놀이를 하면서 교통을 방해했다고 하는데, 그날 비가 많이 와서 폭죽을 쓴 적이 없었거든요. 비 오기 전에 폭죽놀이를 한 사람들이 있기는 한데 우리는 아니었고요. 게다가 예비군의 경우 거의 연행된 장소가 인도였어요. 예비군 목적 자체가 경찰폭력으로부터 시위대를 보호하는 것이었으니까요."

 

김원재(30·회사원)씨의 말이다. 지난해 촛불시위에 참여한 촛불예비군들은 3월 중순 이후 일제히 약식명령서를 받았다. 날짜로 치면 3월 9일부터 3월 23일 사이다. 현재까지 약식명령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사람은 12명. 김씨를 비롯한 예비군카페 회원 상당수는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그런데 대부분 재판은 4월 말부터 5월까지 집중돼 있다. 김씨는 "5월에 재판이 잡힌 게, 촛불 동력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가 반영된 것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여러번 시위참가 문제되나"

3월 26일, 경찰은 정태호 고려대 총학생회장과 진승모 민주노동당 학생위원장에게 출두요구서를 발부했다. 새내기 등록금 문화제와 지난 2월 14일 용산 참사 추모제에 참석한 혐의다.

아직 전체적인 그림은 그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3월 중순 이후 지난해 광우병 촛불시위부터 올해 용산 참사 촛불문화제까지 일제히 출두요구서나 약식명령서가 쏟아지고 있다. 다음 아고라에서 활동하는 '단군후손'은 지난 30일 저녁 불심검문을 받아 연행됐다. 그는 "서울청 사이버수사대 형사들이 찾아와 지난해 촛불시위 관련해서 정리할 것이 있지 않느냐며 자진출두 형식으로 조사를 받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누리꾼은 '상습시위꾼' '배후세력'이라는 규정에 대해 비판적이다. 촛불시민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황일권씨는 "실제 촛불시위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고, 200일 이상 꾸준히 집회에 나갔으니 나 역시 경찰 규정대로 하면 상습시위꾼이고 배후 세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촛불시민연석회의에 참여하는 대부분 사람들은 서로 낯이 익숙하다. 이들은 "촛불시위 이전에는 서로 얼굴도 모르던 사이"라며 "굳이 인연을 맺어준 것이 있다면 이명박 정부"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시위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단순히 여러 번 시위에 참석했다고 문제가 될 수 없다"며 "우리가 수사 대상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은 상습시위자 중에서도 불법을 자행한 경우"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불법의 내용은 무엇일까. 이 관계자는 "경찰을 폭행했거나 기물을 파손한 경우 또는 도로를 불법으로 점거한 경우" 등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구속된 사람들의 행위가 불법이었는지는 논란의 대상이다. 촛불시민연석회의 관계자는 "지난 3월 초 구속된 홍모씨의 경우 '민망할 정도로 얌전한 분'이었다"고 말했다. 가투를 하더라도 남들이 거리로 진출할 때 인도로 다니는 사람이었고, 활동상황 등을 볼 때 특이한 행적이 없었다는 것. 다만 전화 통화를 하면서 수시로 시위대의 '안테나' 역할을 했을 뿐인데 잡아갔다는 것이다.

누리꾼 김학현씨는 "사실 그분은 몸집도 왜소한 편이고 나이도 40대 후반으로, 전경과 몸싸움을 할 체격 조건이 아니었다"라며 "무엇으로 엮으려는지 몰라도 정말 어이없는 케이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조직표를 그려놓고 사람들을 끼워맞추려는 억지수사라고 의심했다. '권태로운창'이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누리꾼 나명수씨는 3월 하순 '수방사 군인폭행 혐의'로 조사받았다. 나씨는 "실제로 폭행이 일어났다는 곳에 가지도 않았는데 조사를 받으러 갔더니 내 닉네임과 이름을 지칭하며 내가 폭행 당사자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도대체 사이버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지난 3월 중순, 경향신문은 경찰의 한 내부문서를 입수했다. '특별취급'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 문건은 '경찰관 폭행 및 지갑강취 용의자' 박모씨 검거사례와 함께 연행자 수사 상황, 특히 '상습집회 참석 불법 행위자 200명 선정작업 계획'을 담고 있다.



수사본부 "인물 데이터베이스 구축 예정"

이 문건을 작성한 곳은 서울시경찰청 특별수사본부로 공식 명칭은 '상습시위꾼 및 배후세력 척결을 위한 특별수사본부'다. 이곳에서 촛불시위는 물론, 사이버수사대를 지휘하고 아고라 토론방 수사도 함께 하는 등 사실상 온·오프 누리꾼 관련 수사를 총괄하고 있다.

특별수사본부 문건은 경찰서별 현장수사팀 그리고 광역수사대가 맡고 있는 '배후세력 수사팀', 사이버수사대·보안수사대 등 참가단위별로 진행 상황과 앞으로 진행할 계획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광역수사대는 용산 관련 총 2만4392매에 달하는 채증 사진과 정보 상황 보고서 870매를 바탕으로 '아고라'나 '안티2MB', '촛불산책' 등 사이트 게시물을 분석하도록 되어 있다. '정보파트'에서는 "수사 쪽과 협조해 현장 연행자 채증 자료와 대조하여 확인된 자료를 중심으로 '인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보안수사대의 경우 공작·내사 중인 단체로 '서울실천연대' '전철연' 등을 거명하며 "이들 단체의 가입 회원과 전년도 촛불시위 전력자 인물 사진 등을 활용, 채증사진과 비교·판독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회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서울실천연대와 용산 철거 싸움으로 역시 구속자를 낸 전철연 등과 '연계'시켜 좌경폭력 집단으로 색칠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는 대목이다.

문건은 특히 "구속된 홍모씨와 송모씨의 역발신 통화 내역을 추적, 각 통신사별 리스트를 작성 중이라면서 백은종씨와 김모씨 등의 통화내역을 추적,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현장 주동자급 배후세력으로 '싸○○○, 깍○, 개○○' 등의 아이디를 거론하며 "가입자 인적사항 확인 및 이들이 작성한 게시물을 집중 분석"했다고 밝혔다. 거론된 백씨와 김씨의 공통점은 전·현직 안티MB 카페 운영진이라는 점이다.

촛불시민연석회의 임시운영회의에 참석한 김씨는 "여기 모인 사람들과 내가 다른 점이라면 내가 이명박 대통령 지지자였다는 것"이라며 입을 열었다. 회사원인 김씨는 지난 대선 당시 '부인까지 설득해가며'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에 투표했다. 김씨는 지난해 '촛불시위 참석자들의 주장이 알고 싶어' 5월 중순 시청 일대에서 벌어진 촛불시위에 참가한 뒤 마음을 바꿨다. 그는 "내가 지금까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 지지자였던) 나 같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고 덧붙였다.

이 문건에 역시 극렬시위자로 지목된 이민성씨(가명). 문건에 따르면 사이버수사대는 그를 '폭력시위 선동 게시물' 용의자로 지목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문건에 따르면 경찰은 주소지에 대한 2차 출석 요구를 보냈지만 불응하고 있어 통신 수사를 진행, 성수동 실제 주거지를 확인했다. 피신한 이씨는 아고라에 "전국을 떠돌고 있다"며 아예 자신의 인적사항과 함께 얼굴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정작 '오프라인'에서 그를 만나봤다는 이는 거의 없다. 촛불연석회의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도 한 번 얼굴을 봤으면 좋겠다. 온라인에서 정권 퇴진을 주장했다고 그게 실제 폭력시위 선동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단지 온라인 선동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불법 행동이 있기 때문에 수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의 내부 문건엔 "실제 시위 현장에서 불법 행위까지 특정하기 위해 정보1계로부터 채증 자료 CD를 제공받아 분석할 예정"이라고 적혀 있다. 간단히 말해 짜맞추기 수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경찰 수사로 누리꾼 활동 위축

경찰 수사는 확실히 아고라 누리꾼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 닉네임 'IL○○○○○'는 아고라뿐 아니라 서프라이즈 등 여타 인터넷 공론장에서도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써온 유명 논객이다. 그는 지난 3월 중순 조회 건수를 조작한 3인의 아고라 누리꾼 중 1명으로 지목되었다. 경찰은 아고라 조회 수를 조작했다는 이유로 지난 3월 16일 누리꾼 3명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증거를 인멸할 긴박한 사안이기 때문에 법원의 영장까지 발부받아 강행한 압수수색이었지만 수사 진행은 오리무중이다. 당시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여론은 "조회 수를 늘렸다는 것이 죄가 되냐"며 경찰의 과잉 수사에 대해 비난을 쏟아냈다. 경찰은 20일이 넘은 이 사건 진행에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이 같은 과잉 수사 분위기는 누리꾼을 겁주는 효과를 확실히 보았다. 3월 26일 후, 이 누리꾼은 일체의 활동을 중단했다. 연락이 되던 누리꾼도 "그와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고 말했다. 임태훈 광우병대책위 인권법률팀장은 "최근 경찰이 취하고 있는 일련의 조치는 역사상 산업혁명 초기에나 있음직한 경찰국가로 치닫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준다"며 "경찰이 지금 아고라나 촛불집회에 쏟는 경찰 인력의 3분의 1만이라도 동원해서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나 장자연 리스트를 파헤쳤다면 국민들로부터 '견찰'이라는 불신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특별수사본부의 활동이 언제까지 계속되냐는 'Weekly 경향'의 질문에 경찰은 "단순 시위 참가자가 아닌, 시위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몰려다니며 경찰관 폭행, 불법 도로 점거, 공용물 손괴들을 일삼는 상습 범법 시위꾼을 처벌하여 적법한 시위문화가 정착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위클리경향  2009.04.09

http://zine.media.daum.net/weeklykh/view.html?cateid=3000&newsid=20090409132612970&p=weekly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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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촛불시민연석회의
글쓴이 : 광복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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