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사막’에 펭귄과 함께 온 설치예술가 최병수

부안21 http://www.buan21.com / 2007년08월03일 15시53분

▲  8월2일, 사막으로 변해 있는 계화도갯벌 한복판에서 얼음 펭귄을 깎아세웠다.

밀물이 더 이상 오지 않는 새만금갯벌은 불볕이 작렬하는 사막이 돼버렸다. 끝없이 펼쳐진 서해비단고둥의 작은 사체들이 이곳이 온갖 생명으로 가득 찬 세계 최대의 갯벌이었음을 말해 줄뿐이었다. 지난 달 초 배수갑문 근처에서 숭어 수만 마리가 떼죽음 하더니 지난 22일 경에는 노랑조개의 집단 폐사가 이어졌다.

강현욱 “새만금은 후세에 물려줄 선물”

이러한 곳에서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체험하고 걸어보고 즐긴다’는 ‘새만금락(樂)페스티벌’이 8월 1일부터 닷새 동안 열리고 있다. 1일 밤 11시 무렵 갯벌 매립지에 있는 군산시 오식도동 새만금락페스티벌 공연장에 나와 5,000여명의 관중 앞에서 사회자와 인터뷰를 한 이 대회 명예회장인 강현욱 전 전북 도지사는 “새만금사업은 단군 이래 가장 큰 공사로서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사업이며, 미래의 꿈이며 우리의 자산인 동시에 세계로 도약하는 발판으로서 후세에 물려줄 좋은 선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자로부터 ‘국민밴드’라고 소개 받으며 무대에 오른 윤도현 밴드는 관중들을 향해 “오늘밤 저와 함께 미쳐보시겠습니까?”라고 외치며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하며 ‘광란’의 페스티벌을 이어갔다.

이러한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은 설치예술가 최병수가 다시 새만금갯벌을 찾았다. ‘갯벌도 살리고 사람도 살리자’는 ‘살살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해창갯벌에서 ‘록 해골’을 꽂은 데 이어 최병수는 2일 사막으로 변해버린 새만금갯벌 한 가운데로 나가 얼음 펭귄을 조각하여 세웠다.

“갯벌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보다 훨씬 강한 아산화질소를 흡수하는데 엄청난 효과를 보인다고 합니다. 이러한 갯벌을 없애면 지구온난화는 가속화 되는 것이죠.”

그는 10여년 전부터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설치·행위예술과 시각·이미지 전시회를 지구촌 곳곳에서 펼쳐왔다.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에도 열정을 쏟으며 ‘갯벌을 살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많은 조형물들을 세웠다. 2000년 3월에는 부안에서 한달 동안 70여기의 장승을 조각하여 해창갯벌에 세웠다.


▲  8월2일, 사막으로 변해있는 계화도갯벌 한복판에서 얼음펭귄을 깎고 있는 최병수

갯벌 없애면 지구온난화 가속

“지구를 파멸로 몰고가는 지구온난화를 부채질 하는 것이 저 방조제인데 어떻게 즐거울 락(樂)자를 갖다 붙이며 축제를 합니까. 여기에 출연하여 ‘노래질’하는 것은 한 마디로 미친 짓입니다. 지구온난화가 그렇게도 즐겁습니까” 그는 새만금락페스티벌과 윤도현 밴드를 향해 일침을 가했다.

새로 생기게 된다는 간척지는 40,100ha로 서울시 면적의 3분의 2라고 한다. 정부는 이를 '국토 확장'이라고 부르고 있다. 앞으로 수십년 동안 천문학적 액수의 국민세금을 쏟아부으며 진행될 내부개발이 완료되면 '간척지 땅은 어떤 형태로든지 활용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전북 도민을 비롯한 국민들의 머리 속에 굳게 자리잡고 있다.

1.5m 해수면 상승하면 배수갑문 열 수 없어

그러나 새로 생기는 땅 대부분은 평균해수면보다 낮다. 138km의 제방을 쌓아 만들게 될 담수호 새만금호의 수위가 평균해수면보다 1.5m 낮은 수위에서 관리된다. 따라서 동진강 만경강 유역에 일시에 300mm 이상의 집중 호우가 쏟아지면 썰물 때에만 배수갑문을 열어 외해로 물을 빼내는 새만금호는 필연적으로 범람하게 된다는 것이 농학자 이태수 박사(산림불교 주간)의 결론이었다. 새만금방조제의 배수갑문은 30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리는 일은 200년에 한번 꼴로 온다고 잡고 설계한 것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어찌 될까. 썰물로 물이 가장 많이 빠졌을 때의 해수면 수위(대조평균간조위)가 -2.97m이다. 따라서 해수면 상승함에 따라 배수갑문을 여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어 1.5m 이상이 되면 새만금방조제의 배수갑문은 문을 열 수가 없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독일 포츠담 기후충격연구소의 스테판 람스토프는 지난 2월 유엔기후변화위원회(IPCC)에 낸 보고에서 "지금까지 관찰해본 결과 2100년까지 지구의 해수면은 50에서 140cm가 상승할 것"이라며 "각 나라는 지금부터 해수면 상등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수평선을 물리치고 지평선이 펼쳐진 ‘새만금사막’ 한 복판에 최병수가 조각하여 세운 얼음 펭귄은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었다.

▲  8월1일, 새만금 락페스티벌 개막공연에 출연한 윤도현밴드.
[출처 : 뉴스서천 이강선]

(허정균huhjk@buan21.com 풀꽃세상을위한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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