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업언론단체, 인수위의 통일부 폐지 방안 맹비난…"즉각 중단하라" 촉구
 
이석주
 
이명박 당선자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이른바 '작지만 강한 정부'를 표방하며 정부조직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정부 부처를 기능별로 통폐합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어 시민사회 안팎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인수위원회가 통일부를 축소하거나 외교부에 통합할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6자회담에 따른 한반도 평화기류와 남북 간 경제협력 운동이 활발히 진행중인 상황에서 '통일시대'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비난 또한 강하게 일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 '실용주의'…부작용 심각할 것"
 
현업언론단체를 중심으로 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상임대표 정일용)는 31일 성명을 내고 "인수위의 통일부 폐지 추진과 남북경협 재검토 움직임은 '통일시대'를 역행하는 처사"라며 "남북 관계를 부정하는 검토 작업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언론본부는 "내년 2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 이전과 다른 대북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정권교체가 된다고 해서 상대를 고려치 않은 채 일방적으로 대화 창구를 축소 폐지하거나 기존의 합의내용을 재검토하는 식이면 곤란하다"고 우려의 뜻을 전했다.
 
앞서 한나라당 인수위는 외교부가 통일부의 기능을 통째로 흡수하거나 통일부의 위상을 대폭 축소하는 안을 거론, 정부조직 개편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초 남북관계보다 한·미동맹을 더 중시하는 이 당선자의 생각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6.15공동선언'에 이어 올해 '10.4 공동선언' 까지, 남북 간 경제협력 교류와 통일과 관련한 화해의 무드가 활발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통일부의 역할과 위상을 축소 폐지하는 것은 통일시대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
 
언론본부는 "'정책 승계'라는 평범한 상식은 남북관계에서도 지켜져야 한다"며 "만약 이런 상식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남북 간에 마찰과 파열음은 불가피해지고 그에 대한 책임과 손실은 고스란히 한민족이 떠안게 된다"고 주장했다.
 
언론본부는 남북경협과 관련, "이 당선자가 '실용주의'를 앞세워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짓밟아 버릴 때, 그 부작용은 심각하다"며 "그렇게 되면 남북이 추구할 경제 공동체 미래에 빗장을 거는 역사적 과오를 범하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10.4공동선언'에 따라 내년 5월 시작될 예정인 '백두산 관광사업'과 관련,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남북경협사업 전반에 대해 재검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본부는 "남북은 남측의 대선과 관계없이 정상회담과 총리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을 이행하기 위한 접촉을 연말에도 멈추지 않고 있다"며 "한나라당은 현재 진행되는 남북교류협력 증진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언행을 삼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언론본부는 "통일에 대한 양측의 노력을 정략적 시각에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은 민족 앞에 죄를 짓는 것"이라며 "6자회담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한반도의 평화정착 없이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은 보장, 확립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문제가 6자회담이라는 국제적 논의 기구 속에서 다뤄지고 있기 때문에 남북은 자주적으로 협력과 평화를 논의할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지구촌은 한민족의 통일 노력을 지켜보고 있다. 이런 점 등을 고려해 인수위와 한나라당은 통일부의 축소나 폐지를 시도해서는 안 된다"며 "남북관계의 차질 없는 진전과 통일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기 위해 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05년 6월 9일 결성된 언론본부는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등 현업언론단체로 구성됐다. 여기에 한국언론재단과 통일언론을 실천하는 언론인들이 참가하고 있다.
 
남북언론협력과 교류활동 등을 활발히 진행 중인 언론본부는 특히 2007년 11월 평양을 방문, 이른바 '민족공동번영과 평화통일을 위한 남북언론인 선언'을 발표하며 남북 간 활발한 언론 교류 등을 확산시키는데 합의했다.

다음은 남측언론본부의 성명 전문이다.

[성명서] 인수위의 통일부 폐지 추진 있을 수 없다
- 통일부 폐지, 경협 재검토 등 ‘통일시대’ 역행 안 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통일부를 축소하거나 외교부에 통합할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쪽은 또한 내년 5월 개시될 백두산 관광사업 등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남북경협사업 전반에 대해 재검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에 대해 사회 여러 분야에서 통일시대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그런 비판과 우려에 동감하면서 인수위 등이 남북 교류협력 증진과 평화 통일을 앞당길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이명박 당선자는 북한의 선 핵 폐기를 강조하고 한·미동맹을 중시한다는 점 등을 강조한 바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교류협력을 병행 추진한 기존의 정책을 폐기하고 한·미간 협력과 국제공조를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인수위 쪽에서는 “남북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더 이상 서둘지 마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조짐을 볼 때 내년 2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 이전과 다른 대북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매우 걱정되는 현상이다.
 
남북 간에 합의되어 추진되는 제반 사업은 7.4남북공동선언과 92년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 6.15공동선언과 2007년 10.4 공동선언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정권교체가 된다 해서 상대를 고려치 않고 일방적으로 대화 창구를 축소 또는 폐지하거나 기존의 합의내용을 재검토하는 식이면 곤란하다.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은 승계된다는 평범한 상식은 남북관계에서도 지켜져야 한다. 만약 이런 상식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남북 간에 마찰과 파열음이 불가피해지고 그에 대한 책임과 손실은 고스란히 한민족이 떠안게 된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이 당선자의 ‘경제회생 노력’에 심각한 손실을 끼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은 오늘날 땅과 하늘, 바다 길을 열고 수많은 분야에서 교류 협력 노력을 진행 중이다. 남북의 평화통일 노력은 남북이 국가대 국가의 외교관계가 아닌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의 특수 관계라는 점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이 당선자가 ‘실용주의’를 앞세워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짓밟아 버릴 때 초래될 부작용은 심각하다. 국제 사회에서 남북 간 거래가 민족 내부 거래로 인정받을 수도 없다. 그렇게 되면 남북이 한반도 평화체제와 함께 추구할 경제 공동체의 미래에 빗장을 거는 역사적 과오를 범하게 된다. 이 당선자 자신이 공약한 ‘경제회생’을 위해서도 한반도의 평화정착은 선결과제다.
 
남북의 평화적인 교류 협력 노력은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한반도 문제가 6자회담이라는 국제적 논의 기구 속에서 다뤄지고 있기 때문에 남북은 자주적으로 협력과 평화를 논의할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남북은 남측의 대통령 선거와 관계없이 정상회담과 총리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을 이행하기 위한 접촉을 연말에도 멈추지 않으면서 다양한 합의를 쏟아내고 있다. 이런 모습을 지구촌의 양식 있는 세력들은 경탄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한민족의 통일 노력에 협조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니까 남북관계도 변한다는 식이면 한반도를 지켜보는 나라들이 한국을 어떤 시각으로 볼 것인가? 한나라당은 현재 진행되는 남북교류협력 증진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언행을 삼가야 할 것이다.
 
이 당선자의 대북정책은 김영삼 정부가 취했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남측은 십 수 년 전 그런 정책이 초래했던 부정적 결과를 아프게 경험한 바 있다. 즉 한반도 문제 해법 추구 과정에서 남측이 배제되는 대신 외세의 개입이 심화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한반도에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 우리는 이런 시행착오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통일은 민족의 최대 과제로 자리 잡았으며 통일을 위한 노력은 모두의 의무다. 통일노력을 정략적 시각에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은 민족 앞에 죄를 짓는 것이다. 6자회담 등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 노력은 한반도만이 아닌 전 세계적 과제로 자리 잡았다. 한반도의 평화정착 없이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은 보장, 확립될 수 없다.
 
한민족은 지난 천 수 백 년 동안 통일국가를 유지해왔다. 60여 년 전 초래된 분단은 시급히 해소해야 할 민족의 불행이요. 국제적 수치다. 지구촌은 한민족의 통일 노력을 지켜보고 있다. 이런 점 등을 고려해 이 당선자를 중심으로 한 인수위와 한나라당은 통일부의 축소나 폐지를 시도해서는 안 된다. 기존의 남북한 관계를 부정하는 검토 작업 역시 즉각 멈춰야 한다. 대신 남북관계의 차질 없는 진전과 통일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기 위해 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2007년 12월 31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상임대표 정일용)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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