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섭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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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자가 서울시장 재직시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던 수도권 이전을 결정하자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막겠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경제성도 없고 환경을 파괴하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는 이명박 당선자측의 밀어붙이기식은 무엇으로 막을까? ‘용병을 동원해서라도 막겠다’라고 해야 할까?

당선되자마자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밀어부치고 있는 이명박 당선자
ⓒ 민중의소리
새해 벽두부터 아직 정권이 들어서지도 않았고 고작 인수위가 설치된 상황에서 연일 운하 폭탄세례가 터지고 있다. 어이없게도 운하를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기존의 주장을 뒤집고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라고 매일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러나 무엇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할 지 국민들은 알 수 없다.

운하는 간단히 말해 강이나 하천에 선박이 운행하는 것이다. 엄밀하게 정의하면 강이나 하천에서의 선박 운행은 내륙주운이라 하고 운하는 인공적으로 건설한 수로를 말한다. 쉽게 설명해 보자. 독일의 라인강과 도나우강은 기본적으로 선박이 운행하고 있으며 이를 연결하기 위해 171km길이의 마인-도나우 운하를 만들었다. 중요한 사실은 라인강과 도나우강은 평평하고 연중 고르게 비가 내려 대형 화물 선박운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강은 대형 선박운행이 가능한가?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일부 짧은 구간을 다니는 유람선을 제외하고는 대형화물선박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된다. 우리나라 강은 기본적으로 배가 다닐 수 없다. 왜 일까? 우리나라 강은 기울기가 심하고 평평하게 흐르지도 않으며 더구나 강수량의 계절적 편중이 심해 수심이 낮기 때문이다. 강의 자연적인 조건으로 대형선박운행이 적합하지 않다.

경제적인 측면은 어떠할까. 화물선박은 장거리 물품을 운송한다. 운하나 내륙주운이 발달했던 유럽이나 미국은 수만km가 넘는 대륙이다. 19세기 철도가 등장하기 전까지 대형 장거리 대형 물동량은 주로 선박을 이용해 왔다. 그러나 철도가 등장하면서 내륙주운은 부차적인 운송수단으로 전락했다.

반면 우리 국토는 느린 장거리 선박 운송수단이 필요하지 않다. 이명박 당선자 측에서 밝히고 있는 경부운하 총길이는 불과 553km이다. 도로와 철도를 이용하면 운송시간을 넉넉하게 계산해도 10시간이면 충분하다. 또한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이다. 동해, 남해, 서해 어디든지 항구가 발달해 있고 대부분의 산업기지들이 연안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만약 운하를 건설하면 자연스러운 강은 사라지고 인공구조물로 둔갑하게 된다. 경부운하 구상에 밝힌바와 같이 19개 갑문과 16개의 댐을 한강과 낙동강에 만들어야 한다. 대략 30km마다 댐이 설치되는 셈이다. 또한 최대 5,000톤급 선박운행이 가능하도록 200~300m의 수로 폭과 6~9m 운하 수위를 유지해야 한다. 강은 거대한 콘크리트 욕조로 바뀌고 전 구간의 강바닥을 모조리 파헤쳐야한다. 이제껏 우리가 본 강은 사라지고 강물을 차단하고 있는 황량한 인공구조물이 있을 뿐이다. 생태계가 파괴되고 수질 악화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홍수에는 뚜렷한 대책이 있을까?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 강수량은 계절적 편중이 심하다. 여름에는 비가 많이 오고 겨울에서 봄까지는 갈수기다. 여름철 집중호우나 장마를 대비하여 대부분의 강에 물을 비워둔다. 그러나 선박운행을 위해서는 365일 동안 6~9m의 수위를 유지해야 한다. 항상 물이 채워져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한강 상류구간의 계획홍수위는 운하 만수위와 차이가 없으며 낙동강 상류구간의 계획홍수위는 오히려 운하 만수위보다 낮다. 조금만 비가 내리면 대부분의 구간에서 홍수가 발생한다. 결국 모든 구간에 인공제방을 높이 쌓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그렇다고 홍수에 대한 대비책이 될 수 없다. 본류구간으로 급격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지류하천의 토사와 호우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백번 양보해서 운하를 만들면 좀 더 잘살 수 있다고 가정하자. 과연 누가 우리에게 강을 파괴할 권리를 부여했는가? 우리의 강은 수 만년 동안 형성되어온 자연유산이다. 그런데 감히 일부분도 아닌 모든 강을 뒤엎을 권리를 누가 위임하였는가?

지난해 5월 열린우리당이 주최한 한반도 대운하 검증 토론회. 환경단체 등은 한반도 대운하 추진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 민중의소리

이명박 정부 집권 5년 안에 남한 지역 내에 있는 모든 운하를 건설하겠다고 호언한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운하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한다. 댐 하나만 건설하려고 해도 최소 4~5년이 걸리는데 하물며 남한의 모든 강을 뒤엎는 사업을 하면서 5년 만에 끝내겠다고 하니 법과 절차를 준수할 기본적인 자세마저도 없는 듯하다. 강은 우리 국민이 먹는 식수원이기 때문에 상수원보호구역이며 특별법이 제정되어 있다. 따라서 정상적인 절차나 방법으로는 운하건설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운하 특별법을 제정하여 상수원 보호 특별법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다.

특별법을 특별법으로 무력화시킨다? 너무나 어이없다. 무엇이 공공의 목적에 부합한지 스스로 자문해보기 바란다. 모든 국민이 먹는 식수원 보호를 위해 만든 법을 필요하지도 않은 물류수단을 건설하기 위해 이를 없앤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그렇게도 물류수단이 걱정된다면 철도와 연안 수송을 검토하면 된다. 2010년이면 경부 KTX가 완공되고 호남KTX도 건설하고 있어 기존 철도노선의 화물운송능력이 배가된다. 또한 인천에서 부산까지 연안 거리는 752km이지만 운송시간은 28시간이다. 19개의 갑문과 26km의 터널을 통과해야 하는 경부운하보다 더 빠르고 많은 물동량을 운송할 수 있다.

이명박 당선자는 왜 이토록 무모한 건설토목 사업을 애써 추진하려고 할까? 선거기간 내내 4만 불 시대, 7% 성장 공약을 외쳤기에 이를 달성해보겠다는 조급한 성과주의라고 밖에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그러나 이런 상태로 운하를 추진한다면 훨씬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집권초반부터 운하를 둘러싼 첨예한 사회갈등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경제 대통령을 자부하던 이명박 당선자가 그 대안으로 고작 운하카드만을 들고 나온다면 너무나 초라하고 빈약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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