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와 자본가들이 열어버린 판도라의 상자, 비정규악법

오는 7월1일부터 시행되는 비정규법에 대해 노무현 정부는 ‘차별과 고용불안을 없애는 만병통치약’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이 법이 온갖 재앙을 낳을 ‘판도라의 상자’임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미 여러 곳에서 ‘괴담’으로 알려진 바와 같이, 법 시행도 되기 전에 집단해고와 외주용역화가 시작되고 있다.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이 공동이사장으로 있는 노사발전재단조차 비정규노동자들 17명을 6월30일자로 해고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이다.
‘선량한’ 자본가라 하더라도 비정규법을 비정규직 짤라내는 법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대형유통업체인 뉴코아 또한 비정규직(킴스클럽 계산원) 전원 해고 및 용역 전환방침을 발표하였다.
뉴코아 각 점포에서 점장이 직접 나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사직서 제출을 종용하고, 이른바 “0개월 계약서”로 잘 알려진 노예문서 작성을 협박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백지위임 계약서’까지 등장했다.
비정규법 시행에 앞서 공공부문에서 먼저 시뮬레이션을 해볼 목적으로 추진되는 ‘공공부문비정규직종합대책’과 관련하여 정부가 만든 “무기계약 및 기간제 근로자 등 인사관리 표준안”이라는 문서를 보면, 정부가 이 법을 통해 어떠한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 문서에 따르면 ‘무기계약’이 정규직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표준안”이 제시하고 있는 ‘표준근로계약서’에는 아예 ‘해고사유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근무실적 평가 결과 계속해서 2회 이상 최하위 평정점을 받은 경우 재계약을 하지 않거나 근로계약기간중이라도 해고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즉, ‘무기계약’은 정규직이 아닐 뿐 아니라 매년 근무실적을 평가하여 계약을 갱신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임이 분명해진 것이다.

비정규악법의 최종 공격대상은 정규직! 그러나 흔들리는 원칙

공공부문 대책을 보면 비정규악법 문제를 단순히 비정규직 문제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무기계약’과 ‘기간제’ 노동자에 대해서 근무실적을 평가하겠다는 것이지만, 이 제도를 비정규직부터 광범위하게 시행한 후 종국에는 정규직에게까지 확대하려 할 것임은 분명하다.
최근 ‘공무원 3% 퇴출제도’나 철도공사가 시행하려는 ‘ERP 제도’, 교사 노동자들에게 적용하려는 ‘교원평가제도’와 연관시켜보면, 공공부문 대책 또는 비정규악법이 최종적으로 공격하려는 대상이 정규직임을 알 수 있다.
민간부문인 뉴코아 사례 역시 비정규직만을 용역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들도 전혀 생소한 업무로의 전환배치 하겠다는 것이어서, 비정규법이 정규직도 공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규직-비정규직이 혼재하여 작업하던 현장이기에 차별시정과 정규직화를 회피할 의도로 추진되는 용역외주화는 정규직에 대한 구조조정을 반드시 포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현대자동차를 비롯하여 다수의 대자본들이 ‘배치전환의 자유’를 노조로부터 빼앗으려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해 정부의 비정규악법은, 치사하게도 조직력과 투쟁력이 취약한 압도적 다수의 미조직·비정규직 고용을 먼저 공격하고 악화시킴으로써 정규직 노동자들을 포위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건과 처지가 하락하여 ‘고용안정’이라는 개념이 완전히 무너진 틈을 타, 악화된 사회여론을 동원하여 정규직 노동자들까지 제압하려는 목적으로 설계된 것임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 아니겠는가!

현재 존재하는 정규직 고용을 매우 ‘특별한’ 고용형태로 몰아붙이고 포위하여 공격하려는 것이다.
최근에 발표된 기간제법·파견법 시행령에서는 비정규악법의 공격목표가 정규직임을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기간제 예외업종에 “연봉 6천만원 이상자”라든지 “박사학위 소지자, 기술사 등급의 국가자격증 소지자”가 포함되었는데 이들 중 대다수가 정규직이다.
임금피크제를 곁들여 공격이 들어오면 정규직 노동자들 다수가 기간제로 전락하던지 임금이 삭감되고 말 것이다.
비정규노동자들 뿐만아니라 비정규법 폐기를 걸고 정규직 노동자들이 전선의 최선두에 서야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악법 폐기와 비정규 노동기본권 쟁취에 앞장서야 할 민주노총은 투쟁기조에서부터 혼란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법과 관련한 입장을 “비정규악법 전면재개정”으로 공식화하였는데 어느 누가 보아도 “비정규악법 폐기”라는 슬로건에 비해 분명하지 않은 구호이다.
물론 선명한 슬로건이 훌륭한 투쟁을 담보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올바른 슬로건 없이 훌륭한 투쟁이 건설되지 않는다는 것 또한 분명하지 않은가!
최근 비정규법 시행령 논의에 개입한다는 명분으로 공식 의결단위도 거치지 않고 노동부가 소집한 노사정 정책협의회에 들어가서 경총, 노동부와 시행령 관련 교섭을 벌인 민주노총의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노사정 교섭의 결과 시행령은 4월에 나온 초안에 비해 더욱 개악되었음에도, 이에 대한 평가조차 이뤄지지 않는 것이 민주노총의 현주소이다.
투쟁기조의 혼란이 전술 운용의 혼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노사정 협의에서 그토록 뒤통수를 맞아놓고도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가?
민주노총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대통령후보 경선자들은 지난 5월8일 "한미 FTA 반대와 비정규법 시행령 반대, 그리고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공동협약서를 발표했다.
모법인 비정규법 자체가 문제인데 ‘시행령 반대’로 구호가 은근슬쩍 바뀐 것이다.

‘판도라의 상자’에서 함께 나온 희망의 불씨, 대중의 역동성을 조직하자!

그러나 집단해고, 외주용역화라는 비정규악법의 파국적 효과 앞에 비정규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조직하여 투쟁으로 나서고 있다는 희망이 있다.
역설적인 얘기이지만, 비정규악법은 수많은 비정규노동자들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하는 매개가 되고 있다.
비정규법이 ‘악법’이라는 사실은 여기서도 다시 한 번 입증된다.
비정규법안이 촉진하게 될 외주·용역화는 결국 기존 임금 120만원 중 용역회사에 20만원을 헌납하는 방식으로 임금삭감이 벌어지게 될 것이고, 당연히 현장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오기 마련이며 조직화의 계기가 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각종 수당과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돌리는 방식의 임금삭감이 중소영세사업장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억울함과 분노가 솟구쳐오를 때마다 노조 결성이 시도될 것이다.
또한 노동법과 비정규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사용자들은 특수고용화 전략 역시 외주·용역화와 함께 자주 쓰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모든 비용부담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과정이 동반되기에 이 역시 조직화의 계기로 올라올 것이다.

이미 공공서비스부문(노사발전재단, 노동청비정규직, 도시철도비정규직, 학교비정규직)에서, 유통서비스부문(이랜드, 홈에버, 뉴코아)에서, 특수고용 영역(식음료유통, 퀵서비스, 대리운전)에서, 이제 더 이상 법으로는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없음을 자각한 비정규노동자들이, 마지막 희망으로 노동조합을 새롭게 건설하고 있다.
또한 비정규직 각 영역과 단위에서 6월 총파업투쟁을 속속 결의하고 있다.
건설부문의 타워크레인기사, 경기서부건설노동자들이, 공공부문의 평생교육노조와 노사발전재단이, 유통부문의 뉴코아-이랜드 공투본이 파업을 결의했으며, 화물연대/덤프연대/학습지 노동자들이 이미 특수고용 노동3권 입법쟁취를 위한 6월 경고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결의했다.

물론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여기저기서 다양한 비정규직 투쟁이 벌어지고는 있지만 하나로 묶어지지 않고 있다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상황이 복잡할수록, 오히려 “모순의 한복판에 존재하는 중심”, 즉 폭발의 뇌관이 존재하는 법이다.
전국의 투쟁상황을 종합해본 동지들이라면, 현 정세에서 가장 핵심적인 투쟁으로 타오를 뉴코아-이랜드 공투본의 총파업 투쟁이 바로 그 뇌관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 영역이 현재 가장 높은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는 부문이기 때문이다.
유통부문 투쟁이 보여주는 ‘역동성’의 핵심은, 평소 같으면 2~3명 조직될 사안도 유통서비스 부문에서 터지면 20~30명이 새롭게 조직되는 사안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계약직 노동자 1명을 해고하면 현장이 얼어붙었던 과거와 달리, 오히려 관심을 보이고 조직화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홈에버(옛 까르푸) 월드컵점에서는 민주노동당 지역당원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계속 조직확대중(현재 90여명)이며 매일 조합원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뉴코아 용역전환 방침 발표와 함께 현장은 뜨겁게 올라오고 있고, 정규직으로만 구성된 뉴코아노조에 최근 100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입해 투쟁하고 있다.
이러한 역동성은 물론 노동조합(뉴코아, 이랜드일반노조)들의 꾸준한 노력의 결실 덕이며, 7월1일부터 시행될 비정규악법 때문이자, 박성수 회장의 반노조적 본성 때문이다.
이 3박자가 어우러지면서 가장 역동적인 투쟁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6월 중순이 되면 유통서비스 부문의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동총파업이라는 ‘열린 공간’이 현재의 역동성을 더욱 높여주게 될 것이다.
자본가들이 열어버린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 남은 희망의 불꽃들이 6월로 향해 달리고, 또 달리고 있는 것이다!


오민규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집행위원장
[기획리포트]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텍스트만보기   함박은영(pey8298) 기자   
#장면1 : "신성한 교직자가 어떻게 노동자냐? 교사가 왜 자신을 노동자라고 비하시키느냐?" 전국교원노동조합(전교조)의 합법화를 요구하는 주장에,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 같이 말했다. 당시 1600명 이상의 교사가 전교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해직당했다.

#장면2 : 2006년 6월,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상 최초로 전공의사들의 노조가 탄생 한 것. 이들은 '노동자조합'이라는 명칭이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고 판단, '병원의사유니온'으로 명칭을 변경한다. '유니온(union)'은 직역하면 '노조'라는 의미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라는 말은 부정스러운 단어다. '노동'에 '조합'이 붙을 때 그 정도는 더욱 심각해진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노조를 비하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고,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는 '전교조, 빨갱이죠?'라는 질문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노동자에 대한 인식은 변한 게 없다. 하물며 그 '노동자'마저 되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는 오죽할까.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인식, 변해야 산다

▲ 강의를 하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비정규직의 실태와 권리 보장 방안 연구를 위해 지난 2000년 5월 설립됐다. 이들은 노동 현장에서 함께 투쟁하고, 법률 자문을 지원하는 등, 비정규직의 권리 향상을 위해 최전방에서 뛰어왔다. 지난해부터는 대학생·청년들을 대상으로 '비정규 노동센터 포럼'을 개최,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올해 '제2회 비정규노동센터 포럼'은 지난 4월부터 약 2개월간 '당신의 미래에 파업하라!'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하종강 한울노동문제 연구소 소장 등 노동계 안팎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30여명의 참석자들 앞에 강사로 섰다.

수강자들은 독립영상 제작, 연대매체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사회와의 '소통'을 시도했다. 이들은 권유한다. 비정규직을 묵인하고 보호하려는 현실에 침묵하지 말고, 당신도 미래를 위해 '파업'하라고.

포럼을 주최한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김성희(44) 소장은 오는 7월 시행될 '비정규직 보호법안'을 두고, '우울한 전망'을 쏟아냈다.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고,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세상 모든 '비정규직'의 소멸이다.

무더기 중도 해고에 '0개월 계약'까지 등장

다음은 지난 5월28일 서울 충정로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이뤄진 김성희 소장과의 인터뷰 전문.

-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되나?
"한국사회 비정규직 문제는 '절반이 넘는 노동자가 절반 정도의 임금을 받고 있는 실태'로 집약된다. 전체 임금 노동자 중 55%가량, 840만이 넘는 노동자가 비정규직이다. 주로 단기간 근무하거나 짧은 시간만 노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간접고용'이라고 고용주와 실사용자가 다른 경우도 있다.

노동부에서는 전체 노동자의 37% 정도인 550만 정도를 비정규직이라 보는데, 노동계 통계와는 300만 정도 차이가 난다. 정부 통계는 실제 규모나 차별의 실태 등에서 차이가 나는데, 이것은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라 볼 수 있다. 비정규직 양산이 한국 사회의 양극화를 초래하고, 불평등과 빈곤을 심화시킨다 것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한다. 그러나 그 심각성에 대한 인식의 차는 크다. 이것은 해법의 차이로까지 이어진다."

- 정부의 해법이 비정규보호법인 셈인데.
"노동부를 비롯한 정부와 자본의 입장은 노동 유연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즉 노동력을 자유롭게 쓰고, 자를 수 있다는 거다. 이는 결국 비정규직 확대를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비정규직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보호법안은 미약하기 할 수밖에 없다."

▲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 함박은영
- 정부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는 얘긴가?
"물론이다. '비정규직 활용은 불가피 하나 과도한 착취는 방지해야 한다' 것이 노동부 주장이다. 그래서 '기간 제한'을 도입하고, 파견 대상은 오히려 확대했다. 또한 특수고용노동자의 처우에 대해서는 회피하고 있다. 가장 첨예하게 차이가 나는 것이 기간제 축소와 차별 철폐 부분이다. 2년 근무 후 계속 고용되면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법안이, 현장에서는 결국 무더기 중도 해고 사태로 나타나고 있지 않나. 여기에 '0개월 계약'까지 등장하고 있는 현실이다.

비정규 보호법은 악용될 수밖에 없다. 2년 후 잠시 쉬었다 반복 고용하거나, 여기 저기 사업장으로 돌리는 '뺑뺑이' 방식 혹은 간접 고용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 심각한 게 간접고용의 외주화다. 그 외에도 악용 사례는 계속 나타날 것이다."

- 해결 방법이 없을까?
"기간제한만 도입했다가는 오히려 비정규직이 늘 수밖에 없다. '사유 제한'을 도입한 스페인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처음부터 단기간 계약직의 대상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이유가 객관적으로 납득이 되는 경우에만 기간제를 쓰고, 그렇지 않으면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

좀 더 획기적인 방안은 비정규직을 바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법이 있다. 이는 시장경제를 부정하자는 게 아니다. 다른 나라들의 선례가 있지 않나. 그들의 지향점은 기업의 폭력적인 고용행태를 제도적으로 제약하자는 이야기다. 결코 비현실적인 안이 아니다. 현실의 부분적 개조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불평등과 차별을 없애는 사회를 지향하자는 게 목표다."

- 7월 1일, 비정규 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여전히 논란인데.
"비정규법안이 시행까지 3년여에 걸친 치열한 공방이 있었다. 그 사이 많은 비정규노동자들이 목숨을 끊었고, 투쟁으로 감옥에 갇힌 이들도 있다. 시행도 전에 공공부문, 사기업 등에서 기간제 계약 해지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파행적인 고용 형태, 외주화 간접 고용 등, 그나마 기간제를 보호하는 미약한 조치마저 회피하려 하고 있다.

정부는 차별을 해결할 생각은 않고, 비정규직을 확산시킬만한 조치들을 추가로 내 놓고 있지 않나. 거꾸로 가고 있다. 이 흐름을 반전시켜야 한다. 비정규법안 자체가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이다. 법안 자체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 새로운 법안을 만들기 전까지는 우울한 전망을 할 수밖에 없다."

- 파견노동자들의 범위도 늘어난다고 들었다.
"비정규법안의 후속타인 '파견법 시행령'에 의해 파견 대상이 늘어났다. 이는 파견대상을 늘리지 않겠다고 했던 정부의 약속가 배치되는 부분이다. 우체국 집배원, 택배회사 기사, 운전직, 기능직 등의 분야를 파견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사무지원직, 콜센터 직원도 추가되었다. 이런 직종은 고졸 사무원, 특히 여성들이 많다. 이들의 열악한 환경이 더 심각해질 것이다.

노동조건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직종을 더 나쁜 구렁텅이로 모는 것이 '파견법 시행령'이다. 과연 누구는 보호받을 가치가 있고 누구는 보호받지 못해야 하는 건가?"

"비정규직 고통, 본인 혹은 주변 사람들에게 닥칠 운명"

▲ 지난 5월30일 저녁 마포구 상수동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에서 진행된 '창의적시위실천단'의 시위 모습. 이들은 오는 7월1일 시행되는 비정규직보호법이 "뻥"이라며 시민들에게 무료로 '뻥튀기'를 나눠줘 시선을 모았다.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 4년제 대학 졸업자들도 안심할 수 없는 실정인데.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이 82%라고 한다. 실업계 고등학교도 50%고. 한참 잘못된 구조다. 이는 대학을 나오지 않고는 안정적인 인생 설계를 할만한 일자리가 없다는 걸 의미한다. 4년제 대학 졸업생들은 정규직에 취직할 거라는 희망을 갖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신규 취업자들의 70% 이상의 첫 직장이 비정규직이다. 어떤 이는 나중에 더 좋은 자리로 옮겨가면 되지 않냐고 말한다. 그러나 한번 비정규직이면 이력이 적용되어 더 나은 자리를 찾기 힘든 현실이다.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사람들 중 1/3 가량이 다시는 비정규직은 되지 않겠다'고 한 통계가 있다. 참담한 경험이라고 얘기하더라.

정부와 자본, 주류 언론들은 각자의 고용가능성을 높이라고 한다. 자격증도 많이 따고 해서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지만 대학생들이 취업 공부에만 매달려고 있는 요즘에도 현실은 암담하지 않나. 개인이 아무리 자격과 기술을 높여도 해결되지 않는다. 대다수가 비정규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 현재 보호법안이 있는 한 어림도 없는 얘기다.

- 노동시장에 진출할 이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청년 실업 문제의 심각성은 비정규 법안의 내용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정상적인 고용은 '정규직 고용'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그래야 현재의 상황이 바뀔 수 있다. 남의 일이 아니다. 비정규직의 고통은 본인 혹은 주변 1/3 이상의 사람들에게 닥칠 운명이다. 개인적 노력을 통해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당신의 미래까지 '비정규직'이라는 덫에 저당 잡힐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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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워크 코리아, '이시우 석방' 기원 순례
4일 서울구치소 방문... 15일 판문점에 입석
텍스트만보기    이민선(doule10) 기자   
▲ 6월 15일 판문점에 세워질 스톤워크 코리아 비석.
ⓒ 이민선
국제 반전평화순례단 '2007 스톤워크 코리아'(stone walk korea)가 5일 의왕시를 떠나 서울을 향해 출발했다. 4일 오후 6시께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도착한 이들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돼 46일째 단식투쟁 중인 사진작가 이시우씨의 석방을 '묵도'로 기원했다.

이씨는 '민통선 평화기행'이란 책을 출간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한국의 아름다운 책 100권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반쪽짜리 강산의 아름다움을 찍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혔다.

이씨의 죄명은 국가보안법상 기밀누설죄. 민간인 통제구역(민통선)을 촬영해 책으로 출간 했다는게 기밀누설이 됐다. 이씨는 구치소 안에서 "국가 보안법을 안고 죽겠다"며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이씨의 안녕을 비는 평화순례단의 묵도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 모두가 수레에 실린 돌에 손을 얹고 기를 모았다. 돌에 손을 얹지 못한 사람은 돌에 손이 닿아있는 주변 사람의 어깨에 손을 얹고 묵도했다. 약 40명의 평화순례단은 묵도를 하며 전쟁으로 희생된 피해자를 추모하고 이씨의 안녕을 기원했다.

평화순례단은 저녁 7시부터 안양 지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과 숙소인 청계산장에서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안양지역 대표들은 환영의 뜻을 전달했고 스톤워크 코리어 참가자들은 "한국 사람들이 욕할 줄 알았는데 친절하게 맞아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태평양 전쟁 사죄, 첫 출발지 한국

▲ 2007 스톤워크 코리아 평화순례단이 안양에 도착해 행진하고 있다.
ⓒ 이민선
▲ 평화순례단의 서울구치소 앞 묵도 장면.
ⓒ 이민선
국제 반전평화순례단 '스톤워크 코리아'는 전쟁 피해자를 추모하고 평화를 가꾸기 위해 한국, 일본, 미국 평화활동가와 시민들이 모인 순례단이다. 국적을 넘어, 특정 정당, 종교단체에 의지하지 않고 취지에 찬성하면 누구든지 참가 할 수 있다. 전쟁으로 고통당했던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해 대형 비석을 특별 제작한 손수레에 싣고 부산에서 출발하여 약 600여Km 순례길에 나선 것이다.

이 운동을 맨 처음 시작 한 것은 미국 평화 단체 'peace abby'(평화를 위한 수도의 집)와 'peaceful tomorrows'(미국 정부가 9·11사태를 구실로 아프카니스탄이나 이라크 시민들을 살해하는 행위를 즉각 중당 할 것을 요청중인 9·11희생자 유족모임)다. 지난 1999년 이들은 여러 나라 시민들이 손을 잡고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평화운동을 시작하고 협력을 요청했다.

지금까지 미국, 영국, 아일랜드 등지에서 많은 시민들이 스톤워크에 참가했다. 그리고 피스아비의 제의에 일본인 1500명이 뜻을 모아 지난해 7월에는 '스톤워크 제팬'이 일본에서 행해졌다.

스톤워크 제팬 행사에는 일본인들과 세계 각지 참가자들이 나가사키에서 히로시마까지 총 600Km를 길이1.6m, 폭 1m, 중량 1톤가량의 비석을 운반했다. 원폭 희생자들과 2차 세계대전 희생자들을 추모한 이 비석은 최종 목적지인 히로시마에 세워졌다.

2007 스톤워크 코리아는 이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에 의해 계획됐다. 이들 대부분이 일본인들로 태평양 전쟁으로 고통 받고 숨져간 아시안인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해 첫 출발지를 한국으로 결정했다. 여기에 피스아비를 비롯한 미국 참가 그룹도 적극 동참했다.

스스로 일본이름 버린 재일교포 2세

▲ 재일교포 2세 조소환 스님.
ⓒ 이민선
스톤워크 한국 순례단은 미국인 2명, 일본인 14명을 포함해 총 16명이다. 그 중 2명은 재일동포다.

재일동포 2세인 조소환(74)씨는 승려다. 일본 이름은 오래전에 스스로 버렸다. 일본 땅에서 한국 이름만 갖고 살아가는 것이다. 조씨가 일본이름을 버린 이유는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하지 않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같은 폭거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조씨는 "이 때문에 일본 이름을 가지고 있을 의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일본 스님들은 대부분 결혼을 하지만 그는 결혼하지 않았다.

조씨가 한국 땅을 밟은 것은 74년 전 어머니 뱃속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이후 처음이다. 어머니의 고향은 경남 밀양. 조씨는 스톤워크 일원으로 한국으로 올 때 어머니 골분을 갖고 왔다. 고향인 밀양에 뿌려주기 위해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가 만나서 결혼한 곳에 절반을 뿌려 줬어요. 나머지는 다시 가지고 가려고 하다가 부산 앞바다에 뿌렸습니다."

감회가 새로운 듯 그는 눈을 반짝였다. 그가 스님이 되기 위해 입적한 것은 18세 되던 해다. 그 후 승려 신분으로 52년 경도대학에 입학했고, 졸업 후 동양사학 연구소에 비상근 강사로 근무했다. 그는 자신의 신상 명세를 작은 종이에 인쇄해서 가지고 다닌다. 한국말이 익숙하지 않아 인쇄해서 가지고 다니며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다. 더듬거리며 하는 한국말은 어린시절 어머니에게 배웠다.

"미국인 2명과 학교 동창생처럼 친해요. 2년 전 나가사키, 히로시마를 함께 걸은 사람이에요."

조 씨는 참가자중 연세 지긋한 미국 여성 2명과 친하다고 말했다. 두 명의 미국인은 9·11테러로 남편을 잃은 미망인들이다. 2년 전 일본을 순례한데 이어 이번에는 한국 순례길에 올랐다.

6월15일 판문점에 비석 세울 예정

▲ 안양중앙성당 출발 행사
ⓒ 이민선
5일 오전 9시 30분께 스톤워크 참가자들은 안양중앙성당에 집결했다. 이곳에서 출발식을 했다. 성당에는 안양지역 시민 사회단체 회원들과 성당 신도들을 포함 약 150명이 모였다.

각 단체들의 인사말이 끝나고 묵도가 또 한 번 이어졌다. 비석에 손을 얹고 있는 사람들과 어깨에 손을 얹고 있는 사람들 간에 말없는 교감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묵도가 끝나자 곧바로 출발했다. 순수하게 사람의 힘만으로 수레에 실린 1톤의 비석은 안양시내를 거쳐 서울 쪽으로 행했다. 수레는 스톤워크 참가자들과 안양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이 끌었다.

지난 4월29일에 부산 민주공원을 출발한 순례단은 김해, 밀양, 창녕, 합천, 평택, 수원을 거쳐 4일 안양에 입성했다. 오는 6월15일에는 판문점에 도착해서 평화로운 남북문제 해결을 기원하며 비석을 세울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장소를 배정받지 못했다.

스톤워크 코리아 순례단은 오는 6월 25일 금강산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 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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