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도 홍길동 16화, 한미FTA 굴욕협상 꼬집어
김경환 기자heemang21@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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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코믹 사극을 표방한 '쾌도 홍길동'이 굴욕협상의 대명사 '한미FTA'를 신랄하게 풍자해 화제다.

앞서 '무이자 무이자'로 대변되는 사채업의 풍토를 신랄하게 풍자하면서 시청자들로부터 공감을 산 바 있는 KBS 드라마 '쾌도 홍길동'은 지난 21일 밤 방영된 16화에서 한미FTA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KBS 드라마 '쾌도 홍길동' 16화가 한미FTA를 정면으로 다뤘다.
ⓒ KBS쾌도홍길동

드라마에서 기본 줄거리는 청나라 사신이 들여온 아편을 홍길동과 창휘가 협력해 소탕한다는 것이지만, 여기에 한미간의 FTA를 자연스레 연상시키는 장치를 깔았다.

청나라에서 무역협상을 위한 사신단이 들어왔다. "나라의 국운이 달려"있다는 이 협상에 왕은 관심이 없다.

이 청나라 사신은 몰래 아편을 들여다 국내에 싼값으로 팔아 퍼뜨리고 있다. 처음에 헐값에 공급하다 아편에 중독된 이들에게 비싼 값에 되팔아 이득을 챙기는 수법이다.

청나라 사신을 찾아 사신관을 찾은 판매책과의 대화를 살펴보자.

"갈수록 찾는자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슬슬 가격을 올려야겠군. 처음 싼값으로 내 줄 때는 부담없이 좋았겠지. 허나 이젠 아무리 가격을 올려도 어쩔 수 없이 사야할 거다. 우리가 안 팔면 당장 죽을 텐데 안살수가 없지."

"혹시라도 못팔게 덤비는 것들이 있으면 어쩝니까?"

"막을 수 있는 아주 막강한 무기를 가지고 왔다. '프타'가 왔으니 '프타'가 우리를 든든하게 지켜줄 거다. 대국의 거인을 막아낼 자, 이땅 조선땅에는 없을 것이다. 하하하하하하..."

청나라 사신이 말한 '프타'는 FTA를 소리나는 대로 읽은 이름이다. 드라마에서 프타는 거대한 괴물로 형상화된다. 청나라 사신관에 숨겨놓은 아편을 훔치려는 홍길동은 뜻밖의 괴물, 프타와 맞닥뜨리게 되고 일대혈전을 벌인다. 약간 억지스러운 설정이긴 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가 한미FTA라는 것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장치로 읽힌다.

객주를 찾은 청나라 사신과 노객주와의 대화에서는 노골적으로 한미FTA 문제를 다뤘다. 청나라 사신은 사신일행을 접대하게 된 노객주에게 이렇게 묻는다.

"노객주도 대국과의 협상으로 여러 물류가 개방되는 걸 바라지 않나. 대국의 물건이 싼값에 들어오면 조선사람들에게도 좋은 일 아닌가. 대국과 경쟁하는게 그리 자신이 없나. 역시 조선은 소국이야. 하하하하하..."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다. 한미FTA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개방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청나라 사신을 조선의 중신들이 기루에서 대접하는 장면에서는 보다 적나라하다.

"조선과 우리 대국은 힘으로 겨뤄서는 상대가 되지 않죠. 그래서 형제의 연을 맺고 형님인 우리 대국은 아우인 작은나라 조선을 돌보고 보살피고 있는 거 아닙니까. 우리가 베푼만큼 조선에서도 내놔야지요. 싸우려 들면 안됩니다."

청나라 사신의 이런 발언을 듣고 있던 한 중신은 홍길동의 아버지 이판대감에게 "한마디로 까불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소리"라고 비꼬지만 감히 대들지는 못한다.

청나라 사신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누가 감히 우리 대국에 대항을 하겠습니까? 싸우려고 들었다간 약한 쪽만 피터집니다. 그러니 평화롭게 저희 뜻대로 협상을 받아들여주십시오. 저희도 몇몇개는 양보를 합니다. 그런게 다 협상이지요. 네? 허허허.."

"우리는 대국, 조선은 소국. 저희 대국은 소국인 조선을 영원한 우방으로 지켜줄 것입니다. 하하하하하.."

그순간 탁자위를 성큼성큼 달려온 홍길동이 청나라 사신의 머리를 발로 걷어차며 소리친다.

"거 되게 시끄럽네."
잠시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조정 중신들을 둘러본 홍길동의 외마디는 누구를 향한 것일까.

"닥쳐! 제발 똑바로들 하십시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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