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1일 (목) 18:12   민중의소리

 

 

△31일 새벽 서울우유지회 고철환 조합원과 박태순 조합원은 자신의 차에 기름을 끼얹고 분신했다. ⓒ화물연대 출처



31일 새벽 1시 30분경 동료와 함께 분신을 시도한 고철환 서울우유 유제품 운반기사. 올해 들어 3번째 노동자 분신이다. 생명엔 다행히 지장이 없다. 현재 한강 성심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고씨와 함께 분신을 시도한 박태순씨는 현재 안산 경찰서에서 조사 중이다. 경찰에서는 현재 고씨와 박씨가 분신한 것이 아닌 '방화'를 시도했다고 판단,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우유의 홍보팀 관계자도 "정문 앞에 설치한 CCTV 녹화 내용을 관찰한 결과, 고씨는 냉동탑차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며 "분신을 시도한 것이 아니라 방화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방화가 아닌 분신'이라며 "막다른 골목으로 치달은 노동자의 절망이 분신으로 표현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태의 본질은 방화냐, 분신이냐가 아닌 고씨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 이유를 밝혀내는 것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조합장 나와 대화하자... 2시간 동안 정문 앞 농성해

고씨가 분신을 한 시각은 31일 새벽 1시 30분, 그가 천막 농성장에서 사라진 시간은 30일 밤 11 30분경으로 알려졌다.

31일 오후 6시 정신을 깬 고씨의 증언에 의하면 박씨와 함께 자신의 차를 몰고 11시 30분경 회사 정문으로 향했다. 그곳에 차를 주차한 뒤, 차 지붕 위에서 휘발유를 차에 뿌리며 "조합장 나와라, 안 나오면 여기서 죽겠다"고 외쳤다고 한다.

△서울우유 안산공장 앞에서 조합원들이 집행부의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 ⓒ민중의소리



조합장은 나오지 않았고, 이들의 심야 농성은 2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새벽 1시 30분경 서울우유 노조의 부위원장이 멀리서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그는 오지 말 것을 종용했지만 부위원장은 이에 불복, 계속 접근하자 휘발유를 뿌린 자신의 화물차에 불을 붙였다.

박씨는 불길이 일자 급한 마음에 차 지붕에서 뛰어내렸고 고씨는 뛰어내리지 않아 팔과 다리에 3도의 화상을 입었다.

그는 왜 분신했는가 - ① 회사의 노조 불인정

그는 그럼 왜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취했을까. 생명과도 같은 자신의 운반차에 기름을 붓고 불을 댕기고, 거기다가 자신의 몸에도 불을 놓는 일을 왜 했던 것일까.

서울우유지회 조합원들은 이구동성으로 파업이 16일이 지났음에도 교섭 한번 응하지 않는 회사의 무대응 전략을 지적했다.

서울우유지회에서 회사측에 요구하고 있는 것은 '단체협약 체결'과 '노조활동 보장' 2가지다. 하지만 사측에서는 '운송차주는 개인 사업자로, 노조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운송업자들은 서울우유와 계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운송 자회사와 계약을 하기 때문에 자신들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서울우유와 계약을 맺은 자회사, 즉 운송차주들과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들은 '단체협약권을 운송차주와 맺을 경우 서울우유에서 우리와의 계약을 해지 할 것이기 때문에 단협을 맺을 수 없다'고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서울우유의 하청업체 압박과 노조 무시전략이 파업 15일 동안 대화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 원인이었다.

그는 왜 분신했는가 - ② 회사의 노조탄압 정책

그렇다고 회사가 노조에 무대응으로만 일관한 것은 아니었다.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갖가지 방법들을 동원, 노조 파업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처음 파업을 시작할 당시엔 조합원이 350명이었다. 파업에 참가한 거창, 안산, 양주, 용인 지역 조합원들이 대략 500여명인것을 비춰본다면 상당한 참여율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조합원들의 참여율은 파업 보름이 넘자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이행합의서에는 앞으로 조합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노조측은 이를 두고 노조와해 공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무엇보다도 회사측의 노조와해 공작이 컸다. 서울우유지회 거창분회 전장운 조합원은 "며칠 전 회사에서는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을 회유하기 위해 거창에서 살고 있는 가족들을 관광버스로 대절해 서울까지 데리고 온 적도 있다"며 "회사측에서는 가족들을 회유해 지속적으로 노조를 와해시키려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외에도 일정 기간 계약을 맺고 일을 하는 조합원들 집에 사측이 계약이 해제됐다는 내용증명서를 반복해서 보내는 것은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가족들에겐 증명서를 받는 것 자체가 버거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우유지회 장규호 조합원은 "사측의 회유에 의해 빠져나가는 조합원들을 지켜보면서 고씨는 매우 속이 상해했다"고 했다. 화도 많이 나고 섭섭해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였다.

그는 왜 분신했는가 - ③ 사측과 동일한 서울우유 노조의 활동

사측이 앞에서는 교섭 불응으로 일관하고, 뒤로는 노조 와해 공작을 자행하자 화를 참을 수 없었던 고씨가 이러한 일을 벌였다고 동료들은 판단했다.

그렇담 왜 서울우유노조 부위원장이 나타나자 불을 댕겼을까.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 이봉주 본부장은 "한국노총 소속의 서울우유 노조 부위원장은 그동안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라며 "이 사람이 나타나자 그동안 쌓인 분노를 참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화물노조원들은 파업에 돌입하고서도 회사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지 못했다. 서울우유 노조에서 미리 집회신고를 11월까지 내놓았기 때문이다.

△31일 오후 6시에는 500여명의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참석, 오후 2시 30분경 자행된 경찰의 노조탄압을 규탄했다. ⓒ민중의소리



장규호 화물연대 서울우유지부 조합원은 "우리들이 회사 앞에서 집회를 하지 못하게 서울우유노조는 자신들이 집회를 하지 않지만 집회신고를 냈다"며 울분을 토했다.

결국 서울우유노조의 방해로 인해 고씨가 분신한 날인 31일 회사 정문 앞에서 집회를 하려던 서울우유지회 조합원 91명은 불법집회로 경찰에 강제연행 당했다.

당시 자리에 있던 조합원들에 의하면 앉아 있는 상태임에도 경찰들이 진입, 방패로 노동자들을 내리치는 등 폭력적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1명이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서울우유지회는 이런 일이 있었음에도 1일 오후 3시에도 '단체협약 체결'과 '노조 인정'을 외치며 집회를 진행한다. 험한 노동환경 속에서 죽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살기 위한 싸움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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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사태 규탄하던 서울우유 조합원, 마구잡이 폭력 연행
/ 참세상 허환주 기자

2007년 10월 31일

오늘(31일) 오전, 조합원 두 명을 분신으로 몰아간 서울우유 사측을 규탄하기 위해 집회를 열던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2시 30분 경 전원 연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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