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아닌 '우리'의 노래를 부른다
이주노동자 밴드 '스탑크랙다운' 미누(Vocal)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은 척박하다. 빈번하게 일어나는 임금체불과 강제추방으로 인해 타국생활의 외로움을 느낄 여유조차 갖기 힘들다. 게다가 한국사회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이들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강제추방에 반대하며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노래하는 록밴드 '스탑크랙다운(Stop Crackdown-단속 중지)'의 보컬 미누(Minod Moktan)씨를 만났다.

스탑 크랙다운은 최근 2집 앨범을 발매했다. 지난 2003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강제추방을 반대하는 농성장에서 만나 결성된 스탑 크랙다운은 당시의 구호가 그대로 밴드명이 됐다. 최근 2집 발매로 인해 할일이 많아졌다는 미누씨는 새앨범에서는 '화합'을 중요시 했다고 말했다. "1집을 낼때는 이주노동자의 수많은 요구사항을 담기 위해 상대적으로 '구호'로써의 성격이 짙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음악을 통해 모든 사람이 하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는 이번 앨범에는 사랑노래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주노동자의 삶 자체를 담고 싶었다는 설명. 그는 "이주노동자도 사랑을 한다"며 "이주노동자도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사는 인간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얼마전까지 봉제공장일을 하다 최근 이주노동자의 방송(http://www.mwtv.or.kr)에서 영상관련 일을 하고 있다. 다른 멤버들 역시 다른 이주노동자와 똑같이 바쁘게 살고 있어 멤버가 만나기조차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런만큼 멤버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미누씨는 말했다.

밴드에 관심있어하는 다른 이주노동자들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우리가 단지 음악만 원했다면 벌써 (밴드가) 해체됐을것"이라고 단언했다. 결성 자체가 농성장이었고, 또한 강제추방에 반대하면서 생겨났기 때문에 더욱더 절박함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주노동자의 불안정한 생활과 자유롭지 못한 처지 때문에 밴드활동이 쉽지 않다"며 "많은 분들이 밴드를 하고 싶겠지만 이주노동자들은 문화생활이 어렵다"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그는 최근 이주노동자를 상대로한 각종 행사들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외적으로 보여지는 축제.행사때의 '장식용'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나와 다른 이들의 문화를 존중해주고 같이 느낄 수 있는 행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배우는 문화라야 기껏해야 소주문화.삼겹살 문화밖에 없다"고 탄식했다.

그가 네팔을 떠나 한국에 온 것은 15년 전. 이제는 고향의 모습도 가물가물하게 느껴진다고 그는 말했다. 2남 2녀중 막내인 미누씨는 "얼마전 이주노동자의 방송(http://www.mwtv.or.kr) 프로그램을 통해 본 아버지의 얼굴에서 '많이 늙으셨구나'라는 것을 느끼고 가슴이 아팠다"며 "때론 투정도 부리고 화도 내고 싶지만 이젠 가족의 느낌이 오래돼서 잘 생각이 안난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들 수록 미운정 고운정을 다 겪은 한국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고민하게 된다고.

미누씨는 이주민 정책에 있어서 '우리'가 모범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일 언론에서는 미국이네 일본이네 하면서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을 따라가야 할것처럼 말하지만 그들이 '우리'를 따라오도록 해야 합니다" 실제로 이주노동자의 방송(http://www.mwtv.or.kr) 같은 경우는 '선진국'의 NGO활동가들도 견학한 뒤 놀라워 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다른나라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방송국을 운영하는곳은 없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스탑크랙다운도 그처럼 전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미누씨는 소망했다.

그는 "스탑크랙다운 밴드가 이름을 바꾸고 밝은 노래를 할 수 있는 날이 올 때 까지 열악한 환경속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노래하고 싶다"며 "한국사람들도 이주노동자를 나와 다르게 생각하지 않고 늘 같이 함께하는 사람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스탑크랙다운의 새앨범은 홈페이지(www.stopcrackdown.com)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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